▲ 범유경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

통근버스를 타러 가던 중에 사업장 내 공사장에서 낙상사고가 있었다. 통증이 심해 병원에 갔더니 인대가 완전히 파열돼 봉합해야 했다. 즉시 수술을 하고 목발 신세를 지는 수밖에 없었다. 근로복지공단에서 이 사고를 업무상 재해로 판정한 덕분에 요양급여와 휴업급여를 받으면서 이게 소위 4대 보험의 힘이구나 실감했다.

그간 변호사로서 마주한 사건들은 업무상 재해에 대해 배상을 청구하는 것이 대부분이었고 내 지식도 거기에 국한돼 있었다. 그러나 인대파열로 당사자성을 취득한 덕에 산업재해보상보험법과 씨름했고, 휴업급여 산정 기준이 얼마나 복잡한지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휴업급여 산정 원칙은 해당 근로자 평균임금의 70%다(산재보험법 52조). 이때 평균임금이 전체 근로자 임금 평균액의 180%(최고 보상기준 금액)를 초과하면, 전체 근로자 임금 평균액의 180%를 평균임금으로 한다(산재보험법 36조 7항). 예외적으로 평균임금 70%가 최저 보상기준 금액의 80% 이하면 평균임금의 90%로 휴업급여 지급액을 올려준다. 다시 예외적으로, 이 90%가 또 최저 보상기준 금액의 80%를 초과하면 최저 보상기준 금액의 80%만 지급한다(산재보험법 54조 1항). 이때 ‘최저 보상기준 금액’이란 전체 근로자의 평균 임금액의 50%다(산재보험법 36조 7항).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이렇게 산정된 지급액이 최저임금액(최저임금법상 시간급 최저임금의 8배)보다 적으면 최저임금액을 지급한다는 것이다(산재보험법 54조 2항).

최저·최고 보상기준 금액 비교를 제외하고 최대한 간단하게 이 구조를 지배하는 원칙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평소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평균임금의 70%를 지급한다. 둘째, 적어도 최저임금액은 지급한다. ‘근로자의 업무상의 재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한다는 산재보험법의 목적(산재보험법 1조)과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해 근로자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한다’는 최저임금법의 목적(최저임금법 1조) 양쪽을 고려한 결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이 글의 관심은 이 두 번째 부분, 즉 최저임금액이라는 최저한도에 있다.

2023년 7월1일부터 시행하는 개정 산재보험법에서는 산재보험법 125조의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특례 조항을 없애고 91조의15 내지 21조로 ‘노무제공자 특례’를 둔다. 특고 특례의 전속성 요건(산재보험법 125조1항1호)을 폐지했다는 의의가 있는 개정이라는 점은 부인하지 않겠다. 그러나 개정 산재보험법 91조의19, 노무제공자에 대한 보험급여 산정 규정을 뜯어보면 당혹스러운 측면이 있다. 이 조항을 거칠게 요약하자면 노무제공자 휴업급여의 최저선은 최저임금액이 아니라는 것이다.

개정 산재보험법 91조의19 1항에서는 ‘노무제공자에 대해서는 54조에도 불구하고 52조에 따라 산정한 1일당 휴업급여 지급액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최저 휴업급여 보장액보다 적으면 최저 휴업급여 보장액을 1일당 휴업급여 지급액으로 한다’고 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54조는 최저임금액을 휴업급여의 궁극적인 최저기준으로 하는 조항이다. 그러니 노무제공자에 대해서는 ‘최저임금법상 시간급 8배’가 휴업급여가 될 수 없다. 그렇다면 이들의 최저인 ‘최저 휴업급여 보장액’은 어떻게 정해지는가? 개정 산재보험법 시행령 입법예고안의 83조의10와 별표 11의4를 살펴보면, 공단에 신고된 전체 노무제공자 보수액을 기준으로 하여 평균보수액을 산출하고, 그 산출값의 70%를 최저 휴업급여 보장액으로 정하고 있다.

다시 거칠게 요약하자면 이렇다. 노무제공자는 노무제공자들끼리 합산해 평균을 낸 액수의 70%를 최저기준으로 정한다. 최저임금법에 기초한 최저임금액은 무시된다.

개정 산재보험법 91조의16, 노무제공자는 산재보험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로 간주된다. 개정 산재보험법 91조의19, 노무제공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와 달리 취급한다. 노무제공자는 전체 근로자의 평균을 기준으로 한 ‘최저 보상기준 금액’의 적용도 받지 못하고, 근로자의 임금 최저수준을 정한 ‘최저임금액’의 적용도 받지 못한다.

평등권의 내용상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취급해야 한다고 주장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평등권은 “본질적으로” 같거나 다른지를 따진다(헌법재판소 1991. 5. 13. 선고 89헌가97). 노무제공자와 근기법상 근로자가 다르다고, 그래서 휴업급여의 최저기준 역시 다르게 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이 둘이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점이 전제돼야만 한다.

진정 노무제공자는 본질적으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와 다를까? 노무제공자는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사업을 위해 직접 노무를 제공하고 그 대가를 지급받는 사람으로서 업무상 재해로부터의 보호 필요성, 노무제공형태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이다(개정 산재보험법 91조의15). 고용계약은 노무 제공과 보수 지급을 계약의 내용으로 한다(민법 655조). 법적 정의 자체로 노무제공자는 피용인이어야 하고, 업무상 재해로부터의 보호 필요성도 있어야 하며, 대통령령에 열거도 돼야 한다. 이 좁은 문을 통과하면 비로소 근기법상 근로자처럼 산재보험법이 적용된다는 것이 개정 산재보험법 제91조의16이다. 그러니 이들의 최저가 달리 취급된다면, 그것은 해명돼야 한다. 노무제공자의 최저는 왜 다른가. 왜 그들은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할 수 있는 최저 기준을 받아들여야 하나. 그들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은 고려되지 않아도 좋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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