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게임업계 10곳 중 8곳이 포괄임금제를 시행하고 있다는 실태조사 결과가 나왔다.

화섬식품노조 IT위원회(위원장 오세윤)는 지난 3월 한 달간 IT·게임업계 노동자를 대상으로 포괄임금제 시행 현황과 장시간 노동 사례 제보를 받은 결과를 6일 발표했다. 111개 사업장 노동자가 조사에 참여했다.

포괄임금제를 시행하는 사업장은 84곳(75.7%)이었다. 포괄임금 시행 사업장 중 39곳의 노동자들이 “심각한 장시간 노동에 시달린다”고 답한 것을 포함해 74곳의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IT위원회는 “포괄임금제가 장시간 노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현실이 드러났다”며 “설문에 응답한 노동자들은 포괄임금제를 ‘임금을 줄이고 장시간 노동하게 만드는 제도’라고 정의했다”고 지적했다.

실태조사에 참여한 노동자 A씨는 “포괄임금제가 인력 자유이용권처럼 악용돼 쓰이다 보니 야근을 당연시 여기는 풍토가 있다”며 “야근이 필요하지 않게 일정을 짜면 개발비를 많이 쓴다는 사용자들의 인식도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자신이 속한 회사를 시스템통합(SI·System Intergrator)업체라고 소개한 노동자 B씨는 “프로젝트 일정이 급하면 두 달이고 세 달이고 주말 없이 야근을 하는데 (오전) 7시부터 막차가 끊기기 직전(코로나 대유행시점 22~24시 사이)까지 일을 하고 주말에도 같은 일정을 반복한 적이 많다”고 전했다. 시스템통합업체는 정보시스템을 설계·개발·운용·보수·관리하는 업체를 뜻한다.

노조 IT위원회는 정부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을 비판했다. IT위원회는 “현행 근로기준법으로도 1개월, 연구개발시 3개월 단위로 선택시간 근로제를 활용할 수 있다”며 “기존에 있던 장시간 노동 제한 정책도 작동하지 않아 (현장 노동자가) 고통받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IT위원회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으로 자칫 또다시 과로사, ‘과로자살’과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오세윤 위원장(노조 네이버지회장 겸임)은 “주 69시간으로 상징되는 정부의 최근 발표는 결국 특정 기간 초장시간 노동, 즉 크런치 모드를 전 산업에 확대하겠다는 것”이라며 “사람은 기계가 아니다. 이미 건강을 해친 후 몰아서 쉰다고 해서 건강은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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