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예슬 기자

비정규직 차별의 사후 시정에 중점을 둔 현행 차별시정 제도에서 벗어나 사업장에서 사전예방 시스템을 마련하도록 법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부의 비정규직 차별시정제도 개편의 밑그림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권혁 교수
“사업장 스스로 차별 없는지 검증해야” 주장

노동 3대 학회(한국노사관계학회·한국노동경제학회·한국노동법학회)의 올해 공동정책토론회 주제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이다. 30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토론회는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경영학)가 좌장을 맡았다.

이날 발제를 맡은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근로관계에서 차별은 해고 못지않은 심각한 문제인데 (현행 차별시정 제도는) 차별의 실효적 구제에 실패했다”며 “차별을 존재하는지 확인하는 것이 너무 수고스럽고, 이 수고스러운 일에 근로자 참여를 독려할 수 없다.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현행 차별시정 제도는 노동자가 노동위원회에 차별시정 구제신청을 해야 시스템이 작동하기 시작한다. 노동위는 이 노동자가 차별시정 신청의 적격자인지 판단하고 실질적으로 차별이 있었는지 살핀다. “차별이 있다”는 노동위의 판단이 나오면 노동부는 사용자에 시정명령을 내린다. 하지만 지난한 과정과 여러 구멍으로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높다.

권 교수는 “개별근로자의 사후 구제 뒤 고용노동부가 (사용자에) 예방적 조치를 취하도록 한다”며 “(사후 구제와 예방 조치의) 주객이 전도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업장 스스로 차별이 없는지 검증하고 검토하는 시스템을 법적으로 구축해 차별을 예방하는 일이 노사 불신을 최소화하는 것이고 불필요한 유·무형의 사회적 갈등을 줄이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노동위 전문성 강화
임금차별 판단 기준 마련” 제언도

차별을 사전에 예방하는 효과를 낸 긍정적 입법례로 독일의 ‘임금구조 투명성 강화를 위한 법’을 들었다. 독일연방회의가 2017년 3월30일 제정한 이 법은 사업주가 성별을 이유로 차별할 경우 차별 구제를 쉽게 하기 위해 제정됐지만 사전 예방의 효과를 냈다고 권 교수는 평가했다.

해당 법은 노동자가 성별이 다른 동료 직원 6명의 평균 근로조건 정보를 제공할 것을 회사에 요구할 권리를 포함해 △사업장 자체 차별 검증 의무 △임금평등공시 제도 △자율적 시정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권 교수는 “임금투명화법에서 자체 검증과 공시제도가 차별에 대한 사용자의 경각심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며 “차별 분쟁의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형성되기 이전에 제도와 체계에 대한 재검토로 보다 실질적으로 차별 분쟁을 예방한다”고 지적했다.

임금차별 해소를 위해 범부처 차원의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노동위원회의 전문성을 강화해 임금차별 판단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계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과 영국 등은 임금차별 판단을 위한 별도 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상당히 정교한 준비를 한다”며 “노동부 근로기준국이 중심이 돼 노사협력국 및 노동시장조사과 등이 협업을 구축하고 노동위원회 기능 및 전문성을 강화해 임금차별 판단 기준을 마련해 판례를 축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 선임연구위원은 “기획재정부(공공기관), 교육부(교육기관), 행정안전부(지방자치기관) 등 범부처 TF 등 협력체계 구축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제 시선은 정부에 쏠린다. 정부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 대책으로 비정규직 차별시정제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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