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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3일부터 17일까지 국제노동기구(ILO)는 관련 회의를 ‘예술·예능 부문에서 일의 미래에 관한 기술회의’를 개최했다. 이 회의는 2021년 3월 열린 ILO 341차 이사회의 결정에 따른 것으로 2년 가까운 준비기간을 거친 끝에 열린 것이다.

회의 참가자들은 디지털경제, 세계화, 환경의 지속가능성, 인구변화, 인간중심 코로나19 회복이라는 맥락에서 예술·예능부문의 좋은 일자리(decent work) 창출을 위한 기회와 도전에 대해 논의하고 향후 행동계획을 채택했다.

ILO에 따르면, ‘예술·예능 부문(the arts and entertainment sector)’은 출판, 동영상, 비디오 및 텔레비전 프로그램 제작, 녹음, 음반출시, 프로그래밍과 방송에 도서관, 아카이브, 박물관과 기타 문화단체의 활동을 포함한다.

예술·예능은 창의성과 인간자본을 이용하는 제작물과 서비스의 창조, 제작, 배급에 관련된 활동이라는 특징을 갖는데, 관련 노동자의 범주에는 배우, 음악가, 지휘자와 더불어 예능·예술 활동 지원을 위해 채용된 전문가와 이들의 작업을 지원하는 시청각 및 음향 기술자도 들어간다.

21세기 들어 본격화된 디지털 미디어와 인터넷의 응용은 예술·예능 부문에 창조적이고 경제적인 차원을 확대했으며, 지난 20년 동안 ‘문화경제’ 혹은 ‘문화산업’라는 용어가 ‘창조경제’라는 용어로 수렴됐다. 이러한 사정으로 ILO는 ‘예술·예능 부문’을 ‘문화산업’과 ‘창조산업’을 넘어 ‘창조경제’라는 보다 진화한 틀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문화경제’가 음악, 무용, 극장 등에 한정된 용어라면, ‘창조경제’는 게임과 동영상처럼 콘텐츠의 창조와 기술의 응용에 관련된 부문까지 포함하는 용어라는 것이다.

이번 회의에서 제기된 쟁점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상품과 서비스의 향유 방식을 소유(ownership)에서 접속(access)으로 전환시킨 디지털 기술 문제를 심각하게 논의했다. 소비자가 이전에는 CD나 DVD 등의 형태로 상품을 소유했다면, 지금은 스트리밍하는 서비스에 접속한다. 이러한 기술 변화로 인해 예술·예능 부문에서 음악, 게임, 전자출판, 영화가 차지하는 역할이 더욱 커졌다. 모바일폰, 이북(e-books), 태블릿, 소셜미디어네트워크를 통해 예술·예능 부문의 제작과 배급 방법에서도 일대 변혁이 진행 중이다.

둘째, 예술·예능 산업의 구조적 특징인 대기업과 중소영세기업과 스타트업(start-ups) 사이의 공급사슬과 여기서 비롯된 복잡한 고용구조 문제를 주요하게 논의했다. 예술·예능 노동시장의 노동력 공급 과잉은 ‘공짜노동(unpaid work)’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으며, ‘공짜노동’를 더 나은 단계로 가기 위한 과정의 일부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 지적됐다.

셋째, 회의 참가자들은 예술·예능 부문에 관련된 산업 구조의 변화에 노령화 사회라는 인구학적 요인도 영향을 끼치고 있음에 주목했다. 신체의 움직임이 원활하지 못한 노년층에서도 기술 변화와 맞물려 전통적인 서비스 향유 방식을 넘어 기술 주도형 서비스에 접근하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넷째, 21세기 들어 디지털 기술의 혁신으로 날로 성장하는 예술·예능 노동시장의 어두운 면을 논의했다. 회의 참가자들은 관련 산업이 성장하면서 창업과 고용이 증가하고 청년층이 대거 진출하고 있지만, 제도적으로는 매우 낙후된 예술·예능 노동시장 상황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예술·예능 노동시장에서 노동력 수요가 불안정하다 보니 노동자의 근무기간도 불규칙하며, ‘숨겨진 근로시간(hidden working time)’에 대한 보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고용 지위에서 임시직과 자영노동자(own-account worker)가 많고 소득 수준이 낮아서 예술·예능 노동자 대다수가 부업을 해야 하는 상황도 부각됐다. 디지털 기술의 혁신과 플랫폼 경제의 확산으로 예술·예능 부문 노동시장 불안정성과 비공식화는 실마리를 잡지 못하고 점점 악화되는 문제가 검토됐다.

회의를 마무리하면서 ILO는 ‘예술·예능 부문에서 일의 미래’를 위해 노동시장과 공급사슬을 개선 방안을 대략 열 가지로 정리했다.

(1)고용상 지위에 상관없이 자영노동자를 포함한 모든 범주의 노동자를 위한 최저임금제 (2)적절한 급여를 보장하고 ‘좋은 거버넌스(good governance)’를 보장하는 지침의 개발 (3)자영업자로 잘못 분류된 노동자와 진짜 프리랜서의 구분을 통한 새로운 계약제도의 마련 (4)예술·예능 종사자를 위한 사회보호(보장) 확대 (5)예술·예능 부문에서 일의 미래를 논의하기 위한 사회적 대화의 확대 (6)ILO 주휴 협약 106호, 위생(상업 및 사무실) 권고 102호, 폭력과 괴롭힘 권고 206호 등 국제노동기준의 적용 (7)성평등과 차별금지를 위한 실질적 조치의 시행 (8)결사의 자유와 단결권 보장 (9)자영노동자를 비롯한 모든 노동자를 위한 단체교섭권의 확대 적용 (10)안전하고 건강한 근로환경의 제공이 그것이다.

윤효원 객원기자 (webmaster@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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