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올림

삼성전자 베트남 하청업체 노동자가 메탄올 중독으로 목숨을 잃는 사고가 벌어졌다. 37명이 메탄올 중독 판정을 받고 다수가 의식을 잃거나 시력상실 증상이 심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올림과 노동건강연대, 국제유해물질추방네트워크(IPEN),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등 16개 단체는 2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전자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메탄올 집단중독 사고가 벌어진 곳은 삼성전자 베트남 법인 2차 협력업체 HS테크로 한국인이 기업 대표다. 이상수 반올림 상임활동가는 “HS테크에서 지난 2월말 새로운 알코올 제품을 사용한 이후 노동자들이 피로와 두통 증상을 보였다”며 “2월24일 한 노동자가 입원까지 했지만 회사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알코올의 위험을 의심해 독극물 관리소로 분석을 의뢰한 것은 환자의 가족”이라고 밝혔다. 분석 결과 메탄올이 78% 함유된 것으로 드러났고 독극물 관리소가 정부에 이런 사실을 알려 중독 증상을 보이는 노동자에 대한 응급치료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고로 모두 37명이 메탄올 중독 판정을 받았다. 올해 42세인 응우옌 T. H씨는 지난 2월27일부터 시력상실 등의 증상을 보였고, 혼수상태와 다발성 장기부전 등으로 전문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이달 2일 끝내 숨졌다.

2016년 한국에서도 삼성전자 휴대폰 부품을 만드는 하청업체에서 메탄올 중독으로 20~30대 청년노동자 6명이 시력을 잃었다. 삼성은 2019년 삼성전자 전 사업장과 하청업체에서 메탄올을 ‘세척, 탈지, 냉각 용도로 사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삼성은 국내 휴대폰 생산기지를 베트남으로 옮겼는데 위험도 함께 옮겼다는 비판이 나온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위험의 외주화는 느슨한 안전보건규제를 찾아 덜 통제되는 곳으로 위험을 옮기는 것도 포함된다”며 위험의 외주화 중단을 촉구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베트남 현지업체가 메탄올이 다량 함유된 가짜 에탄올을 협력업체에 납품하는 바람에 발생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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