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정부 지원을 명시한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정부 지원이 끊기면 최악의 경우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지급하는 보험급여가 줄어 환자 본인부담금이 늘어나거나, 높은 수준의 건강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노총은 20일 성명을 내고 “정부와 국회는 건강보험에 대한 정부의 항시적 국고지원을 명문화하는 법 개정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국민건강보험법 108조에 따라 정부는 매년 건강보험 예상 수입액의 14%를 국고(일반회계)에서 지원한다.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국민건강증진기금을 통해 6%를 지원한다. 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총 20%를 국고지원금으로 충당하게 돼 있다.

한시적으로 적용하는 국고지원 규정은 지난해 12월31일자로 일몰됐다. 노동·시민·사회단체와 야당은 항구적 지원을, 여당은 일몰 규정 5년 연장을 제시하면서 법 개정에 합의하지 못했다.

입법 공백이 발생하면서 정부는 올해 확보한 예산이 있어도 지원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가입자들이 내는 건강보험료만으로 제도를 운용하게 된 셈이다.

내년도 예산안 편성을 시작하는 4월 이후에도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건강보험제도 안정성이 크게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건강보험료 지원을 예산안에 넣을지 말지를 두고 정부가 혼란스러운 상황에 놓일 수 있다. 5월에는 건강보험공단과 대한의사협희 등 의료 공급자 단체 간에 내년에 적용할 의료수가 협상이 이뤄진다. 최악의 경우 국고지원이 없으면 보험급여는 줄이고, 환자가 내는 보험료는 올려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건강보험공단노조는 국고지원이 없는 상황에 지금의 보장성을 유지하려면 현행 7.09%인 건강보험료율을 17.6%로 올려야 한다는 계산을 제시한 바 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건강보험 정부 지원이 사라지는 상황에서는 의료수가나 보험료율 협상에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없게 된다”며 “보장성과 재정 안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발전시켜야 할 건강보험 정책 결정과 관련해 가입자 부담이 지나치게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성명에서 “국고지원을 없애는 지금 상황을 방치하는 것은 국민의 생명권과 건강권을 침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정부와 국회는 3월 임시국회에서 건강보험 국가지원이 항구화할 수 있도록 국민건강보험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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