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영 공인노무사(노무법인 종로 대표)

대상판결 : 대법원 2023. 2. 2. 선고 2022두57695 판결

1. 사안의 개요

가. 경위

원고는 2020년 1월9일 상시근로자 7명으로 전세버스를 운송하는 회사에 취업했다. 담당하는 직무는 출퇴근 버스 운행이었다.

원고는 2020년 1월30일 오후 3시 버스를 운행하도록 돼 있었지만 무단결근했다.

2020년 2월11일 오전 10시48분께 피고의 관리팀장이 원고에게 버스 키를 반납하라는 문자를 보냈고, 원고는 ‘왜요?’라는 문자를 보냈다. 피고의 관리팀장은 원고가 위 문자메시지를 받고도 버스키를 반납하지 않자 회사의 관리상무를 대동해 원고를 찾아가 버스키를 직접 회수했다. 원고는 2020년 2월11일 오후 3시30분 버스운행이 예정돼 있었지만 결근했다.(각주1)

2020년 2월11일 오후 5시께 회사의 관리팀장이 원고의 결근을 지적했고 두 사람 간 말다툼이 있었다. 이때 관리팀장은 원고에게 사표 쓰라는 말을 수차례 반복했다. ‘해고하는 것이냐’는 원고의 물음에도 ‘응’이라고 답하면서 ‘사표 쓰고 가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원고는 그 다음날부터 출근하지 않았다.

원고는 2020년 2월11일자로 해고됐다고 주장하며 2020년 5월1일 전남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다. 회사는 원고가 출근하지 않는 것을 문제 삼지 않다가 원고가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하자 2020년 5월18일에 이르러서 비로소 원고에게 해고한 사실이 없으니 복귀해 근무하고자 한다면 즉시 근무할 수 있다는 취지로 ‘무단결근에 따른 정상근무 독촉 통보’를 했다.

이에 원고는 2020년 05월28일 회사에 ‘2020년 2월11자 해고가 부당해고임을 인정하고 이에 대해 사과하며, 복직통보가 진정성 있는 내용임을 증명하기 위해 원고의 복직 전 부당해고 기간 동안의 임금상당액을 먼저 지급하면 복직하겠다’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회사는 2020년 6월1일 원고에게 ‘해고한 적이 없으니 원고가 원하면 언제든지 출근해 근무할 수 있으므로 속히 출근해 근무하기 바란다’는 취지의 통지를 하였다.

원고의 부당해고 구제신청에 대해 전남지노위는 기각했고 중앙노동위원회도 초심을 유지했다. 대전지법과 대전고법 역시 회사의 손을 들어줬지만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법에 돌려보냈다.

나. 쟁점

이 사건은 인사권한 없는 자의 사표 쓰라는 언행 및 노무수령 거부 등이 해고의 의사표시에 해당하는지, 즉 묵시적인 해고의사 표시를 해고로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2. 대상판결의 요지

해고란 실제 사업장에서 불리는 명칭이나 절차에 관계없이 근로자의 의사에 반해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해 이뤄지는 모든 근로계약관계의 종료를 의미한다.(각주2) 해고는 명시적 또는 묵시적 의사표시에 의해서도 이뤄질 수 있으므로, 묵시적 의사표시에 의한 해고가 있는지 여부는 사용자의 노무수령 거부 경위와 방법, 노무수령 거부에 대해 근로자가 보인 태도 등 제반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용자가 근로관계를 종료할 확정적 의사표시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3. 대상판결의 의의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근거로 해고가 존재한다고 판단하고 원심을 파기했다.

1) 관리팀장이 관리상무를 대동한 상태에서 버스키 반납을 요구, 회수했으며 사표 쓰고 나가라는 말을 여러 차례 반복한 것은 일방적으로 근로관계를 종료시키고자 하는 의사표시를 한 것.

2) 관리상무는 해고에 관한 권한이 있다고 볼 여지가 많다는 점.

3) 회사의 규모와 인력현황을 고려할 때 인원이 부족할 경우 여러 가지 운행의 어려움이 발생했는데도 원고에게 아무런 출근을 독려하지 않다가 원고가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한 직후에 갑자기 ‘무단결근에 따른 정상근무 독촉 통보’를 한 점을 보면 대표이사가 묵시적으로 해고를 승인했거나 추인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점.

4) 서면통지 여부는 해고의 효력여부 판단하는 요건일 뿐 의사표시의 존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것은 아님.

대상판결은 해고 의사표시로 판단하게 된 근거로 관리팀장이 관리상무를 대동한 상태에서 버스키의 반납을 요구한 것은 노무수령 거부로 봤다. 또 사표 쓰라는 말을 여러 차례 반복하는 등 회사의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했을 때 해고에 관한 인사권자의 묵시적 승인이자 해고 의사표시로 판단했다. 즉 근로계약해지 의사표시, 노무수령 거부, 인사권자의 묵시적 승인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해 묵시적 해고 의사표시로 판단했다.

대상판결은 현실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묵시적 해고의 의사표시 문제에 대해 기준을 정립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4. 결어

가. 묵시적 해고 의사표시

해고 의사표시는 다양하게 나타난다. 근로자는 해고당했다고 주장하지만 회사는 해고의 의사표시가 아니라고 하는 경우 이를 판단하기는 매우 어렵다. 인사권한이 없는 자의 해고 발언 및 퇴사 종용 등 어떤 발언이 정확히 해고의 의사표시인지 등을 판단하기 어렵다.

같이 일을 못하겠으니 나가라는 취지로 말하며 근로자의 작업을 중단시킨 행위, 내일부터 나오지마라고 이야기하며 출근할 필요 없다고 말하는 행위, 컴퓨터 등 회사자산을 회수하며 자리가 없으니 집에 가라고 언급한 행위 등은 해고로 보는 경향이 있다. 이를 종합해 보면 해고 의사표시는 계약종료를 뜻하는 사용자의 명시적·묵시적 언행과 노무수령 거부가 동시에 있을 경우 대체로 해고로 판단한다.

대상판결로 인해 사용자가 해고에 관한 정확한 의사표시나 서면통지가 없더라도 언행, 노무수령거부, 인사권자의 묵시적 승인 등 제반사정을 종합해 봤을 때 사직이 아니라 해고라고 판단할 수 있게 됐다.

나. 사용자의 원직복직 명령

근로자가 노동위원회 부당해고 구제신청 접수시 심문회의 개최 전에 사용자의 대응으로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각하시키기 위해 근로자에게 원직복직 명령을 하는 사례가 많다. 부당해고 구제신청의 구제이익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이 경우 원직복직 명령의 진정성이 문제가 된다.

원직복직 명령에 진정성이 있다고 평가받기 위해서는 해고기간 동안의 임금상당액을 지급해야 하며, 근로자에게 기존과 동일한 업무를 부여해야 한다. 진정성이 있는 원직복직 명령이 있을시 근로자는 원직복직에 응해야 하며 원직복직하지 않고 결근하는 경우 무단결근이 된다. 그러나 사용자의 진정성 있는 원직복직에 불응하고 금전보상 명령을 신청하는 경우에는 이를 수용하지 않는 것이 노동위원회의 입장이다.(각주3)

원직복직 명령의 진정성이 없는 경우(임금상당액을 지급하지 않거나, 일부만 지급하거나, 복직에 다른 조건을 부여하거나, 다른 직무를 부여하는 경우 등)에는 이를 거부하고 계속해 부당해고 구제신청 절차에서 다툴 수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실무적으로는 부당해고 구제신청 단계에서 사용자의 원직복직 명령이 있는 경우 노동위원회에서는 구제이익이 없다고 판단하고 기계적으로 각하를 하는 경우가 있다. 또는 대상판결 초심처럼 사용자의 원직복직 명령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해고가 없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있다. 그만큼 사용자의 원직복직 명령은 강력한 효과를 가지고 있다.

대상판결은 사용자의 원직복직 명령이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했을 뿐만 아니라 해고에 관한 대표자의 묵시적 승인으로 판단하는 근거로 삼았다. 대상판결로 인해 노동위원회가 부당해고 구제신청 절차에서 사용자가 원직복직 명령을 하는 경우 그 경위와 상황, 근로자가 복직해 계속 근무할 수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원직복직의 진정성을 판단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각주

1) 원고는 2020. 1. 30. 15:00 및 2020. 2. 11. 15:30 총 2차례 무단결근했다. 그러나 2월11일자 결근은 회사 관리상무의 차량키 회수에 따라 결근한 것으로 보인다.

2) 대법원 1993. 10. 26. 선고 92다54210 판결, 대법원 2011. 3. 24. 선고 2010다92148 판결 등

3) 중앙노동위원회 2008부해775 2008. 1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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