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전통신서비스노조 소속 SK매직 방문점검원들이 2일 오전 서울 청계천로 SK매직 본사 앞에서 책임이행보증금제도 폐지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가전제품 생산·렌탈업체 SK매직이 특수고용직 방문점검원(MC·Magic Care)을 상대로 ‘책임이행보증금’ 명목으로 수수료에서 일정 금액을 떼서 예치하는데 예치금 운용이 투명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책임이행보증금은 방문점검원 수수료에서 100만원을 공제한 뒤 적립해 놓고 계약해지 이후 6개월이 지나고 나서 되돌려 주는 제도다. 노조는 그간 예치금 사용처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나아가 해당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SK매직 사측은 타사에서도 시행되는 제도이고 절차에 따라 환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방문점검원 10명 중 3명 보증금 제도 “정확히 몰라”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조 SK매직MC지부(지부장 임창도)는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SK매직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16일부터 18일까지 SK매직 방문점검원 716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결과를 발표했다. 응답자 10명 중 8명(78.5%)은 “책임이행보증금 제도를 없애거나 다른 방식으로 대체해야 한다”고 답했다. “꼭 필요한 제도”라고 답한 경우는 2.8%에 불과했다.

SK매직 방문점검원이 SK매직과 위수탁계약을 체결하면 10개월간 월 10만원씩 수수료에서 공제해 100만원 한도로 책임이행보증금을 예치하게 된다. MC 업무대행 계약서를 보면 8조(책임이행보증금)에 “수탁인은 우선적으로 위탁인에 대한 제반 채무를 담보하기 위해 보증금을 100만원 한도로 설정하는 것에 동의하고, 반환은 계약해지 당월 기준 만 6개월이 경과한 후 수탁인이 위탁인에게 부담하는 채무금을 공제 또는 상계 후 수탁인에게 반환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런데 노조 설문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3명(28.9%)은 보증금 제도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계약해지 이후 6개월 뒤에 환급된다는 사실도 응답자 21.8%는 “모른다”고 했다. 100만원 한도 이상을 수수료에서 떼였다는 응답자도 있었다. 보증금 금액에 대해 74.4%만 “100만원”이라고 답했고, 10명 중 1명(9.5%)은 “110만~120만원”을 내거나 “120만원 이상”을 낸 것으로 조사됐다.

6년차 SK매직 방문점검원 이영진(59)씨는 “고객 변심으로 1년 이내에 해약을 했을 때 MC에게 지급한 영업수수료를 토해 내는데 이를 수수료가 아닌 보증금에서 공제한 사례가 있었다”며 “MC가 업무상 이용하는 어플리케이션상에서도 보증금 내역을 제대로 확인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노조는 100만원을 환급하고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임창도 지부장은 “100만원이라는 금액을 강제로 예치해야만 하고 사용처와 관리가 어떻게 되는지 제대로 공개도 되지 않고 있다”며 “약 3천200명의 MC가 100만원씩 적립한다고 하면 추정 금액이 32억원에 달한다. MC들에게 강제로 공제한 금액으로 부당한 수익을 취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노조 “100만원 환급 후 제도 폐지해야”
사측 “교섭대표노조와 협의하겠다”

지부는 지난달 25일 SK매직 사측에 책임이행 보증금 제도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전달하고 폐지를 요구하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이에 지난달 30일 SK매직은 “현행 제도의 취지 및 필요성에 비춰 개선할 사항이 있는지 검토해 보도록 하겠다”며 “제도 변경 등에 대한 사항은 교섭대표노조를 통해 교섭 안건으로 전달하면 성실히 교섭을 통해 협의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교섭대표노조는 SK매직MC지부가 아닌 정규직과 MC가 함께 조직된 사무금융노조 SK매직지부다. SK매직MC지부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지난달 13일 교섭단위 분리를 신청한 상태다.

SK매직 사측 관계자는 “불완전판매 같은 위험부담을 회사가 온전히 떠안아야 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시행 중인 제도로 쿠쿠나 청호나이스 같은 렌털업계 다수 기업이 운영하고 있다”며 “계약해지 이후 환급시 시중은행보다 높은 이자를 지급하고 있기 때문에 회사에서 ‘이자 놀이를 한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동종업계 노조가 조직된 코웨이코디·코닥지부와 금속노조 LG케어솔루션지회에 따르면 코웨이와 LG케어솔루션은 SK매직과 유사한 보증금 제도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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