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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위해서 선택한 싸움이에요. CBS에서 계속 일을 하고 싶어서요.”

경남CBS에서 일하다 해고된 뒤 복직한 최태경(41) 아나운서는 26일 <매일노동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노동위원회에서 최씨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보고 부당해고를 인정했는데도 CBS 사측은 최씨를 프리랜서로 복직시켰다. 최씨가 해를 넘겨 ‘복직 투쟁’을 이어 나가는 이유다.

최씨와 ‘경남CBS 아나운서 정상적 원직복직을 위한 대책위원회’는 지난 25일부터 프리랜서 계약 연장이 아닌 제대로 된 원직복직을 촉구하며 1인 시위를 시작했다. 대책위는 경남 창원시 성산구 경남CBS 앞과 서울 양천구 CBS 본사 앞을 한 주씩 번갈아 가며 다음달 말까지 릴레이 시위를 할 예정이다.

최씨는 2019년 4월 CBS에 입사해 경남CBS에서 아나운서로 일하다 2021년 12월31일 계약기간 만료로 해고됐다. 이에 이듬해 2월28일 경남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다. 프리랜서 계약서를 썼지만 정규직 아나운서와 동일한 업무를 하면서 사측에서 구체적인 업무지시를 받았기 때문에 ‘CBS 직원’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경남지노위는 지난해 5월 구제신청을 받아들여 사측에 원직복직을 주문했다. 중노위도 그해 9월 같은 판정을 내렸다.

그런데 사측은 지난해 9월 최씨를 정규직 직원이 아닌 프리랜서로 복직시켰다. 경남지노위에 이어 중노위도 최씨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라고 판단했는데도 최씨를 ‘계약종료 전 상태’로 복직시켜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사측은 내용증명을 통해 “계약종료 전 상태 그대로 복직하는 것이므로 정규직 아나운서로 복직하는 것이 아니다”며 “CBS는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성실히 구제명령을 이행했다”고 밝혔다.

최씨는 이전에 맡았던 프로그램을 그대로 진행하며 동일한 업무를 하고 있다. 다만 업무 프로세스상 ‘유기적 협업’이 사라졌다고 최씨는 전했다. 최씨는 “(담당) 국장, 본부장, 팀장이 카카오톡으로 (내용을) 보내면 이를 취합해서 원고를 작성했는데 이제는 서류함에 있는 프린트된 출력물을 보고 작성한다”며 “음악프로그램 원고도 결재 없이 내용 확인만 한다”고 말했다. 근로자성 판단 근거인 지휘·감독의 여지를 없애려는 것으로 보인다. 사측은 중노위 판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방송사 프리랜서 노동자들이 근로자성을 많이 인정받고 있는 상황인데 제 사례로 인해 무거운 짐을 지우게 될까 봐 더 싸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나쁜 선례로 남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최씨가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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