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건의료노조 금천수요양병원지부와 연대단체 회원들이 19일 오후 서울 금천구 금천수요양병원 앞에서 부당노동행위 금지와 임금인상 등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서울 금천구 금천수요양병원에서 물리치료사로 일하는 김수경(28)씨는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30분 단위로 뇌손상·척수손상 환자를 일 대 일로 재활치료한다. 환자 한 명을 치료하는 데에도 체력 소모가 크기 때문에 허리나 목 등의 통증은 연차가 쌓일수록 커져만 갔다. 올해로 7년 차인 김씨는 여전히 최저임금 수준의 월급을 받는다. 2019년 1만5천여원, 2020년 8천900여원이 인상된 뒤로는 계속 임금이 동결된 탓이다. 7년 전 70명이던 치료사는 현재 10명 남짓으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김씨는 “처우와 임금 저하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정규직보다 아르바이트에게 높은 임금을 주며 치료사들끼리 임금차별, 업무차별도 심하다”고 토로했다.

서울 금천구 최대 재활요양병원 금천수요양병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저임금·고강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간호사 2명이 환자 80여명 보기도”

보건의료노조 금천수요양병원지부(지부장 임미선)는 19일 오후 금천수요양병원 앞에서 집회를 열고 “금천수요양병원 보건의료 노동자들은 저임금과 비정상적 임금구조에 더해 코로나19로 인한 무급휴직과 차별적 업무 제공 등으로 참혹한 현실에 놓였다”고 주장했다.

2012년 6월 개원한 금천수요양병원은 250병상 규모의 금천구 최대 재활요양병원으로 재활치료와 감염병동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병원 규모와 노동강도에 비해 치료사의 임금은 최저임금 정도에 머물러 있다.

10년 차 한 치료사의 급여명세서를 보면 2022년 3월 기준 기본급 185만7천원에 식대 10만원을 받고, 연장근로수당 등을 합쳐도 치료사가 손에 쥐는 금액은 224만6천여원이다. 임미선 지부장은 “1개월 단위 단기계약직의 일당이 12만~14만원인 걸 감안하면 같은 시간을 일했을 때 정규직보다 아르바이트생의 월급이 더 많다”고 설명했다.

간호사 인력 부족 문제도 심각하다. 지부 설명을 종합하면 입원 병동은 병원 2·4·5·6·7·8층에 있고, 간호사실은 2·4·5·7층에 있다. 낮에는 5층과 7층에 4~5명씩, 2층과 4층에 2명씩 간호사가 배치되는데 밤에는 5층과 7층에 2명, 2층과 4층에 1명씩이 배치된다는 것이다. 지부 관계자는 “최근 7~8층 입원환자가 85명이었다”며 “밤에는 간호사 2명이서 80여명을 봐야 하는 셈인데 중증환자들을 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인력”이라고 지적했다.

지부는 저임금과 고강도노동에 시달린 직원들은 결국 퇴사를 선택하고 되고, 인력 감소 때문에 남아 있는 직원들의 노동강도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지부는 “퇴사로 인력이 감소하면 노동강도는 커지고 인력 이탈이 다시 반복되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며 “이러한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에게 전가된다”고 지적했다.

비급여 업무 ‘몰아주기’?
노동청은 2018년 개선 권고

업무 배제에 따른 임금차별 문제에 대한 주장도 제기됐다. 비급여·도수치료 업무를 특정 직원들에게만 ‘몰아주기’해 같은 시간 동안 같은 업무를 해도 임금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미 지부의 문제제기로 고용노동부는 병원측에 비급여 치료 배치기준을 시행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2018년 9월 노동부 서울관악지청은 ‘금천수요양병원 보건의료노조 제기건 검토’에서 업무차별로 타노조 소속 조합원에게만 성과급을 지급했다는 문제제기에 “법 위반으로 볼 수는 없으나 도수치료 또는 비급여 치료 배치기준을 만들어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또한 2017~2018년 임금협상 결과에 따른 연봉 인상률 차별에 대해서도 “평가기준을 설정하고 평가기준을 근로자에게 공유하도록 함이 타당하다”고 권고했다.

지부 관계자는 “비급여 치료 배치기준에 대한 공지는 한 번도 이뤄진 적이 없다”며 “(병원측은) 환자의 요구로 치료를 배정했다고 하는데 실제로 환자에게 물어 보면 ‘알아서 배정해 줬다’고 한다”고 말했다.

지부는 이날 결의문을 통해 병원측에 적정임금 인상, 인력 충원 및 직원 처우 개선, 부당노동행위 금지 등을 요구했다.

<매일노동뉴스>는 금천수요양병원 원무과 관계자에게 문자메시지를 남겼지만 답변이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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