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4개 노동·법률·시민·종교단체 등이 모인 ‘원청 책임·손해배상 금지(노란봉투법)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 구성원들이 지난 9월14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노조법 개정 논의는 2022년 10대 노동뉴스 1위에 선정됐다. <자료샤진 정기훈 기자>

2022년은 노사정 관계가 격랑에 빠진 한해였다. 임기 첫해를 보낸 윤석열 정부의 노동관은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는 뜻의 ‘과이불개’로 압축된다. 대학교수들이 꼽은 올해의 사자성어다. 대통령이 내년부터 노동개혁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표출하며 노사정이 최악의 갈등 국면을 맞이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

‘대우조선 사내하청 파업’이 촉발한 노조법 개정 요구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12일부터 19일까지 노사정·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2022년 10대 노동뉴스’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주요 노동사건 63개 중 응답자가 10개를 중복 선택하고, 올해의 인물은 응답자들이 직접 작성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올해 최고의 노동뉴스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 논의가 꼽혔다. 89명이 응답했다. 파업노동자들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끊임없이 터져 나왔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의 파업으로 법개정 요구는 변곡점을 맞았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6~7월 51일간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삭감된 임금의 원상회복을 요구하며 옥쇄파업을 했던 금속노조 거제통영조선하청지회 간부 5명에게 47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노란봉투법 개정 요구의 단초가 됐던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의 파업이 67표를 얻어 3위에 올랐다.

이 파업을 계기로 노조법 개정안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손배·가압류 피해노동자들은 지난달 30일부터 국회 앞에서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손배·가압류 제한뿐 아니라 사용자성·노동자성 확대 요구까지 나아갔다. 그러나 국회의 움직임은 미온적이다. 지난달 3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됐으나 논의에 진척이 없다. 임시국회 내 통과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논란의 노동인선, 노골적인 ‘노조 혐오’

올해 하반기를 관통하는 노사정 관계의 열쇳말은 ‘노동배제’ 혹은 ‘노동개악’이다. 화물노동자 파업에 사상 초유의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화물연대 파업(84표)’이 2위를 기록해 노사정·전문가의 큰 관심을 끌었다. 정부는 ‘안전운임제 연장과 품목확대’를 요구하며 지난달 24일 총파업에 돌입한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에 두 차례나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9일 화물연대 파업이 종료되자 정부는 ‘안전운임제 폐지’ 카드까지 꺼냈다. 노동계를 중심으로 강제노동을 금지한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위반과 위헌 논란이 대두됐다.

일련의 사건 배경이 노동정책의 ‘최전방’을 담당하는 노동 인선에 있다는 견해로 이어졌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 김태기 중앙노동위원장 등 노동인선(28표, 9위)이 순위권에 올랐다. 이정식 장관은 5월11일 취임 이후 정권의 노동정책에 발을 맞추며 ‘그래도 한국노총 출신’이라는 기대를 저버렸다. ‘극우·반노동’ 행보를 보였던 김문수 위원장의 임명도 입길에 올랐다. “10년은 퇴행했다”는 우려가 봇물 터지듯 했다. “민주노총의 강령은 북한 노동당 추종” 등 노동자를 적대시하는 발언을 한 김태기 위원장 인선 역시 논란이 됐다.

노동시간 유연화·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에 반발

윤 정부의 첫 노동 담당 부처가 추진한 정책도 노사갈등을 유발했다. 노동시간 유연화 정책을 권고한 ‘미래노동시장연구회’와 시행령으로 무력화 시도 중인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설문 항목이 각 4위(56표)와 공동 5위(55표)를 얻었다. 노동부 의뢰를 받은 전문가 기구인 미래노동시장연구회는 이달 12일 주 단위로 이뤄지는 현행 연장근로시간의 단위를 월·분기·연 단위로 다양화하는 내용을 권고했다. 전문가들은 월 단위 이상으로 확대하면 주당 노동시간이 최대 90.5시간에 이른다고 비판했다.

산재 피해자의 숙원으로 올해 1월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도 논란거리다. 법 시행에도 검찰 기소는 11월 말 기준 노동부 수사 194건 중 6건뿐이지만, 정부는 처벌보다는 기업 자율에 맡긴 예방에 초점을 맞췄다. 노동부는 사용자 부담을 완화하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30일에는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발표하며 ‘위험성평가 중심의 자기규율 예방체계 확립’ 등을 정책기조로 제시했다.

모든 정책의 중심에 선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이 48표를 얻으며 7위를 기록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158명이 압사해 대형참사로 기록된 10·29 이태원 참사에 대한 정부 책임 회피 논란(44표, 8위)이 뒤를 이었다. 파리바게뜨 운영사 SPC의 부당노동행위와 계열사 SPL 청년 여성노동자의 산재 사망사고가 공동 5위를 기록했다. 연령을 이유로 정년을 앞둔 노동자에게 임금피크제를 적용한 것은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이라고 판단한 올해 5월 대법원 판결은 10위(24표)로 집계됐다.

윤석열 대통령 올해의 인물 2위

올해의 인물에는 유최안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이 뽑혔다. 39표로 최다 득표했다. 유 부지회장은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도크 위 1세제곱미터 철제 구조물에 스스로 몸을 가둬 전 국민의 관심을 모았다. 올해 당선 뒤 지지율이 급락했다가 노조혐오 발언·정책 뒤 반등했던 윤석열 대통령은 두 번째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35표).

3·4위에는 이정식 장관(17표)과 김문수 위원장(13표)이 올랐다. 반면 지난해 29표로 올해의 인물에 꼽혔던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2표로 9위에 그쳤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도 1표로 10위에 머물면서 지난해 2위(15표)에 비해 한참 순위가 뒤로 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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