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익찬 변호사(공동법률사무소 일과사람)

올해 1월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은 대책 중 하나로 건설안전특별법을 제시했다.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1년 가까운 시간이 지난달 17일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노동자를 만나 “건설현장의 비극적인 죽음을 막기 위해서라도 건설안전특별법 논의를 더 미룰 수 없다”고 했다. 건설사와 국민의힘은 모르쇠한다. 약속은 지켜질 수 있을까. 전문가들이 건설안전특별법이 필요한 이유를 보내왔다.<편집자>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을 둘러싸고 ‘또 새로운 규제와 처벌인가?’라는 시선이 많다. 그래서 이 법이 예방법으로 갖는 특성과, 기존 법과 다른 점을 중심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1. 산업안전보건법과는 수규자(受規者)가 다르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원칙적으로 ‘원청’의, ‘개별적인 행위’가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안전보건규칙)에서 정하는 수백 개의 규정에 위반되는지를 따지는 법이다. 만약 위법이 확인되면 행정지도나 근로감독, 나아가 형사처벌까지 가능하다.

반면에 건설안전특별법은 건설현장의 궁극적 의사결정권자인 ‘발주자’와 ‘발주자의 의사결정 과정’을 통제하는 법이다. 이 법은 설계·시공·감리자가 안전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업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적정’ 공사기간과 공사비용을 발주자가 제공해야 한다고 정한다. 그 ‘적정함’이 타당한지는 외부의 심의나 검토를 받도록 정했다(제정안 8조). 또 발주자는 일정한 경우 ‘안전자문사’를 선임해서, 그로부터 자문받은 사항을 인지하고 있다는 내용에 서명해서 착공 전에 인허가권자에게 제출하도록 정한다(10조). 그럼으로써 안전보건에 있어서 어떠한 사항을 발주자가 유의해야 하는지를 자문받고, 나중에 가서 몰랐다는 변명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2. 발주자가 지켜야 하는 ‘원칙’ 의무화

산업안전보건법에도 ‘건설공사 발주자’ 관련 조항이 있지만, 이 또한 개별적인 행위규제 조항이다. 예를 들어 각종 대장 작성의무(67조), 안전보건조정자 배치(68조), 공사기간 단축 및 정당한 사유없는 공법 변경 금지(69조) 등이다.

반면에 건설안전특별법은 사고예방을 위한 근본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 발주자가 ‘안전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업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적정 공사기간과 공사비용’을 제공해야 하고 이에 관한 심의와 검토를 받도록 정하고 있다(8조). 또 발주자가 설계자‧시공자 등의 안전관리 역량을 확인해야 한다고 정한다(9조). 그리고 발주자가 인허가를 받기에 앞서, 안전자문사로부터 자문받은 사항을 인지하고 있다고 ‘서명’해서 인허가권자에게 제출해야 한다(10조). 안전한 공사를 위해서 발주자가 정말 해야 하는 ‘원칙’들을 의무로 정하고 있다.

3. 원청을 ‘콕’ 집어서 의무 부과

산업안전보건법상 원청도 하청(관계수급인) 근로자에 대해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지지만 하청과 공통으로 진다. 그래서 실제로 처벌받는 경우에는, 현장통제권이 없는 하청도 ‘자신의 근로자’에 대한 의무를 1차적으로 진다는 이유로 처벌을 받는다. 그리고 원청보다 더 무겁게 처벌받는 경우가 대다수다.

반면에 건설안전특별법은 원청에게 단독으로 의무를 지우고 있다. 예를 들어 특정한 안전시설물은 원청이 직접 설치해야 하고, 하청은 이 의무를 지지 않는다(15조1항, 6항). 또 같은 현장에서 둘 이상의 시공자가 동시작업을 수행할 때에는 이들이 서로 방해받지 않도록 조정해야 하는 의무를 원청에게 지우고 있다(15조3항). 두 가지 다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것들이다.

4. 산업안전보건법과는 규율 방법이 다르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원칙적으로 개별 행위에 관한 형사처벌을 목적으로 한다. 그리고 고용노동부 장관은 해당 업체에 관해 직접 영업정지 처분을 할 수는 없고, 관계 행정기관의 장에게 영업정지를 내려 달라고 요청할 수 있을 뿐이다.

반면에 건설안전특별법은 행정청이 직접 시정명령(33조), 영업정지(34조), 과징금(35조)을 내릴 수 있다. 즉 이 법은 건설사업의 인허가권자가 행정지도 등을 우선시하는 ‘예방법’이다. 물론 형사처벌 규정도 있기는 하지만, 원칙적으로 사람이 사망한 경우로만 한정된다.

5. 나가며

건설안전특별법은 산업안전보건법과 달리 개별행위에 관한 규제와 처벌 위주의 접근을 하지 않고, 건설업의 인허가권을 갖는 기관이 다양한 행정수단을 전제로 예방에 중점을 둔 접근을 하고 있다. 그리고 기존 법과는 다르게 현장행위자(시공자)뿐만 아니라 건설안전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주체인 발주자·설계자·감리자 등의 의무를 명확하게 정하고 있다. 그리고 안전에 관한 의무위반이 명백한 경우라면 발주자를 특정해서 처벌할 수 있는 법이다. 이러한 점에서 기존 법과는 다른 근본적인 접근을 하고 있고 기존 법의 공백을 메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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