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운수노조와 류호정 정의당 의원 주최로 12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중기부 및 산하 공공기관 고객센터 노동안전 보건 실태조사 결과 발표 및 대응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 <정기훈 기자>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와 산하기관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고객센터 민간위탁 운영과 관련해 문제제기가 이뤄졌지만 결국 효율성·전문성을 이유로 현행 방식을 고수하기로 결정했다.<본지 2022년 5월23일자 2면 “‘결국’ 중기부 산하기관 콜센터 정규직 전환 ‘제로’” 참조> 그런데 일부 산하기관 고객센터 노동자들을 상대로 실태조사를 한 결과 휴식권·건강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데다 고객 갑질에 상당수 노출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기관의 ‘얼굴’ 역할을 하는 상담사들이 민간위탁 간접고용 구조 아래서 열악한 노동환경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과 공공운수노조 희망연대본부, 일과건강은 12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7간담회의실에서 중기부 및 산하기관 콜센터 노동자 노동안전보건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실태조사는 지난 5월 중기부와 산하기관의 고객센터 4곳(1357중소기업통합콜센터·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소기업유통센터·공영홈쇼핑) 상담사 455명을 대상으로 진행됐고 이후 면접조사를 실시했다.

응답자 17.2% 점심시간조차 제대로 보장 못 받아
고객 갑질 여전, 법적 대응은 미흡

조사 결과 응답자 34.6%는 지난해 업무 때문에 생긴 질병으로 치료를 받았던 경험이 있었다. 특히 업무특성상 근골격계질환에 노출되기 쉬운데 증상 정도에 따라 ‘근골격계질환 의심자’ 규모를 확인한 결과 응답자 23%가 치료를 받아야 하는 수준으로 파악됐다. 우울 수준도 응답자 26%는 심리상담이 필요한 집단으로 조사됐다.

중기부 및 산하기관 고객센터 노동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골병’과 마음의 병에 시달리고 있지만 휴식권·건강권은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었다. 하루에 점심시간을 포함해 쉬는 시간을 조사해 보니 ‘30분 미만’이 6.5%, ‘30분~1시간 미만’이 10.7%로 전체 응답자 중 17.2%는 점심시간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일 병가나 반차를 써야 할 때 절반인 53.5%만 ‘자유롭게 쓸 수 있다’고 답했다. 나머지는 눈치를 보면서 쓰거나, 해당 제도가 없었다.

아파도 병가나 휴가를 낼 수 없었던 경우 그 이유에 대해 물어보자 ‘동료가 힘들어지니까 미안해서’가 39.8%로 가장 많았다. ‘소득이 줄어들까 봐’(28.5%), ‘내 업무가 너무 많아서’(15.2%), ‘상사에게 잘못 보일까 봐’(12.1%)가 뒤를 이었다. 실제로 응답자 43.2%가 목표콜수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답했고, 하루 처리하는 콜수가 적정하냐는 질문에 대해 38.3%는 ‘벅차다’고 답했다.

고객 갑질 문제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객에 의한 괴롭힘 경험 가운데 가장 빈도가 높은 유형은 ‘빨리하라는 닦달’으로 “자주 또는 매우 자주 겪는다”고 답한 응답자가 46%였다. ‘언어폭력’ 이 29.7%, ‘인격무시’가 27.9%으로 뒤를 이었다.

감정노동자 보호조치에 대해서는 ‘끊을 권리’에 대해서는 비교적 보장이 잘 되고 있는 데 반해, 재발방지를 위한 법적 대응이나 심리상담 제공은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객 폭력 노출시 끊을 권리 보장’에 대해 응답자 10명 중 8명(82.1%)은 “매우 잘 시행 혹은 잘 시행된다”고 답했다. 그런데 ‘회사차원의 법적 대응’과 ‘심리상담 제공’에 대해서는 10명 중 6명(각각 57.9%, 60.1%)이 “잘 안 되거나 전혀 안 된다”고 답했다.

류호정 의원은 “감정노동자 보호 규정의 현장 적용과 목표콜수제 운영 금지 등 과도한 평가 시스템부터 재고해야 한다”며 “민간위탁 오남용을 방지하고 공공사무의 공공성과 책임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민간위탁 정상화법’이 통과돼야 한다”고 밝혔다.

“상담은 상시·지속업무, 서비스 품질 향상 위해 직접고용해야”

원청과 하청업체 간 업무 내용은 대부분 수시로 공유됐다. 1357고객센터의 경우 유선 회의 등을 통해 업무내용을 공유하고, 중소기업유통센터는 주 1회 센터장과 정기 회의를 하고, 필요에 따라 수시로 업무협의를 진행한다. 희망연대본부와 류 의원실은 “이는 (고객센터 업무가) 항시적 사업이라는 의미”라며 “콜센터 업무 과정에서 일어나는 활동이 모두 해당 기관의 고유사업이고 직접 서비스의 성격을 갖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고객센터 상담 노동자들은 상시·지속 업무를 하고 있는 만큼 기관이 직접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민선 공공운수노조 1357중소기업통합콜센터지회장은 “중기부가 존재하는 한 중소기업통합콜센터에서 진행하는 상담은 상시·지속업무이고, 2년마다 업체가 바뀌어도 콜센터에서는 업무 변경 없이 중기부 사업에 대한 안내 업무를 하고 있다”며 “민원인의 경우 상담사들이 어떤 권한을 부여받고 있다고 생각하고 본인들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다고 기대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아주 작은 권한도 없어 기관 담당자 연락처를 안내해 처음부터 다시 확인하도록 하는 상황이 비일비재하다”고 지적했다. 심명숙 희망연대본부 다산콜센터지부장은 “장기적인 서비스 품질 향상을 위해서는 상담사들을 직접고용할 필요가 있다”며 “120다산콜센터는 직접고용된 이후 시민만족도 평가에서 계속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유영석 중기부 고객정보화담당관은 직접고용과 관련해 “(민간위탁 유지 결정은) 적법한 절차에 의해 이뤄졌다”고 밝히면서도 개인 의견을 전제로 “(용역업체 변경 과정에서) 고용승계나 임금지불 같은 중요한 문제가 대두된다면 (직접고용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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