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케이카

고금리 여파가 중고차 시장을 얼어붙게 하고 있다. 카드사나 캐피탈사의 금리도 솟구쳐 차를 구매하려던 소비자가 지갑을 닫고 있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고차를 매입해 팔아야 하는 중고차딜러의 경우 대출 금리가 높아 판매할 차량을 구매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금리인상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 중고차 판매노동자의 생계는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세 달 새 두 배 오른 금리”

“케이카캐피탈을 이용해 중고차를 사면 신용등급 1등급 기준일 때 할부이율이 12.9%예요. 3개월 전이 5.9% 였는데 거의 두 배가 올랐어요.”

국내 최대 직영중고차 플랫폼인 케이카(K car)에서 일하는 노동자 하정인(가명)씨의 말이다. 하씨는 “판매량이 예년 대비 20~30%는 빠진 듯하다”며 “금리 영향이 가장 크다”고 설명했다. 여신금융협회 공시정보포털을 보면 신용 1등급인 소비자가 중고차를 36개월 할부로 구매할 경우 현대캐피탈에서는 최대 12.9%, 케이카캐피탈에서는 최대 19.9% 금리를 적용받는다.

케이카 판매노동자는 통상 월평균 30대를 파는데 최근에는 20대를 채 판매하기 어렵다고 한다. 높은 이율 탓에 차를 구매하려는 소비자가 줄었기 때문이다. 대부분 소비자는 자동차 구매시 캐피털 대출이나 신용카드 할부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판매량에 따라 인센티브를 받는 영업직군 특성상 임금 축소가 불가피하다.

중소 중고차매매상사에서 일하는 중고차 딜러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케이카의 경우 영업직군을 직접고용해 기본급을 보장하지만, 대부분 중고차 딜러는 특수고용직으로 기본급 없이 자동차를 판매한 만큼 수익을 올리는 구조다. 고금리, 시장 불황의 영향을 온몸으로 맞는다는 뜻이다.

김지호 서비스일반노조 중고차딜러지회장은 “어떤 손님은 할부 금리가 18% 나오다 보니 차 사는 것을 포기하고 돌아간다”며 “3천만원이 넘는 차량 판매는 수월하지 않다”고 전했다.

“중고차 매입비용 조달 못해
중고차딜러 내보내기도”

중고차딜러를 내보내는 매매상사도 있다. 김 지회장은 “예전에는 매매상사에서 재고금융을 지원해 주고 딜러들을 유입하려고 했는데, 지금은 중고차딜러를 내보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재고금융’은 중고차매매상사가 판매할 중고차를 매입하기 위해 캐피탈 회사에 빌리는 돈을 지칭한다. 중고차매매상사에서 일하는 중고차딜러는 판매하기 좋은 물건을 적정한 가격에 매입해 판매하는 일을 하는데, 이때 필요한 자금은 중고차매매상사가 캐피털사에서 대출해 지원해 준다. 대신 딜러는 연대보증인을 세우거나 보증보험에 가입한다. 중고차 매입·매도 차익이 딜러의 수입이 되는데, 중고차매매상사에 (중고차) 주차관리비·명의이전 같은 부대비용 등 각종 비용을 지급하고 남는 돈을 갖는 구조다. 차량을 팔지 못하면 가져가는 돈 없이 자동차 매입 과정에서 발생한 채무를 갚아야 한다.

김 지회장은 “지난해 연 3.9~6.9%였던 재고금융 연금리가 9~15%”라며 “차를 사와야 판매하고 마진을 내는데 차를 사지도 못하고 빌린 자금에 대한 이자를 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수원 중고차시장의 경우 매매상사가 330개 정도 되는데 50%는 부도가 날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카드사·캐피털사는 금융시장에서 여신전문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데 고금리 여파로 자금조달 비용이 치솟고 있다. 전보다 높은 금리로 회사채를 발행해도 불안정한 시장상황 탓에 투자자를 찾기 어렵다.

“신차 출고지연에 고금리까지, 이중고”

신차 판매노동자는 출고 지연과 고금리에 따른 이중고를 겪고 있다. 현대자동차·기아 대리점에서 일하는 판매노동자도 특수고용직인데 차량 판매계약을 체결할 때가 아니라 출고할 때 수수료를 받는다. 반도체 수급난으로 신차 출고가 지연되자 차량 구입을 취소하는 탓에 정산을 받지 못하는 달이 쌓인다.

현대차 판매노동자 정환영(가명)씨는 “출고가 워낙 오래 걸려 취소하는 분들이 많다”며 “저뿐만 아니라 다른 분들도 올해 2~3개월 정도는 실적 없이 지냈다”고 전했다. 정씨는 “오른 금리 때문에 고객의 30~40%는 차량 구매를 고민한다”고 덧붙였다.

20년 넘게 현대자동차 판매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김종훈(가명)씨는 “고가 차량보다 포터(트럭)처럼 정말 생계 유지를 위해 차량을 구매하려는 분들이 더 타격을 받는다”며 “선수금 1~5%에 5년 할부로 사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신차를 받으려) 8~9개월을 기다렸다가 높은 금리 탓에 기존차량을 더 타겠다고 한다”고 귀띔했다. 그는 “차량 납기(출고일까지)가 기본 6개월에 1년 혹은 30개월씩 되는데 길수록 변수가 많아 영업사원이 타격을 받는다”며 “기본급도 없는 상황에서 카드빚을 내서 생활비를 쓸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최소한 생활 유지를 위한 기본급 보장은 자동차 판매노동자의 오랜 요구지만 열쇠를 쥐고 있는 원청은 묵묵부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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