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도노조

철도노동자들이 경기도 의왕시 오봉역 산업재해 사망사고 이후 19일 만에 작업중지명령을 해제한 한국철도공사와 정부를 규탄했다. 이들은 공사와 정부가 노동자 생명보다 시멘트 수송을 더 우선했다고 비판했다.

철도노조(위원장 박인호)는 29일 정오 서울역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기자회견에서 노동자들은 사용자와 공사가 제대로 된 안전보건조치 개선대책 없이 졸속으로 작업중지명령을 해제했다고 비판했다. 노조에 따르면 통상 중대사망재해에 따른 작업중지명령은 현장노동자 의견 청취와 노사 간 협의, 산업안전보건위원회 검토를 거쳐 해제를 신청한다. 이에 소요되는 기간은 4~5개월이다.

기간은 늘어나기도 한다. 2017년 6월 발생한 서울 영등포구 노량진역 중대사망재해에 따른 작업중지명령은 이듬해 6월이 돼서야 해제됐다.

그러나 오봉역 입환(열차 연결·분리) 작업 중 발생한 산재 사망사고 작업중지 기간은 19일에 불과했다. 5일 사고가 발생한 뒤 24일 해제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부처의 압박이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시멘트 수송 차질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철도공사에 작업중지명령 해제신청을 하라고 재촉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공사가 최초 개선대책으로 인력증원을 포함하자 정부가 반려했다가 인력을 유지한 채 근무형태만 바꾸는 것으로 고치자 작업중지명령이 해제됐다. 노조는 “국민의 안전과 생명보다 시멘트 수송이 우선이라는 국무조정실과 국토교통부, 특히 스스로의 존재이유를 배신한 고용노동부를 하나부터 열까지 뜯어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작업중지명령 해제를 위해 마련한 개선대책도 엉망이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공사 개선대책은 작업자 안전수칙 준수 강화를 가장 먼저 제시하고 있어 이번 사고 원인이 작업자의 과실인 양 호도한다”며 “설사 작업자 과실이 있었더라도 인력부족과 불안전한 작업환경의 결과라는 게 안전문제 전문가의 견해”라고 밝혔다.

작업통로 확보 같은 조치는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일부 공간에 작업통로를 설치하는 것은 필요한 조치이나 선로 간 간격이 좁아 수를 줄이지 않으면 개선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박인호 위원장은 “공사가 작성한 안전보건조치 개선대책은 현장 의견 수렴과 동의를 거치지 않은 절차상 문제가 있을 뿐 아니라 모든 면에서 제대로 된 대책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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