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윤정 기자

“청춘 영가시여/ 이 세상 나왔다가/ 행복하게 살아 보려/ 밤낮없이 잠들자고/ 공부하다 세월 가니/ 이제서야 성인 되어/ 이 나라 주인 돼서/ 한바탕을 살려 하나/ 못다 먹고 못다 쓰고/ 원치 않는 죽음으로/ 이 세상을 떠나시니/ 애통하고 원통하다/ (중략)/ 네 탓이다 서로서로 책임회피 마옵시고/ 누구라도 앞장서서 대책 마련 해 주소서.”

10·29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한 달을 맞았지만 국가의 공식 사과나 책임자 처벌, 진상규명은 아직 요원한 상태다. 희생자 유가족들은 여전히 제대로 모이지도,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이태원 참사 한 달을 하루 앞둔 28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는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위원장 지몽 스님)가 주최하는 희생자를 추모하는 한편 유가족 의사를 존중하는 진상조사와 소통공간 마련을 촉구하는 기도회가 열렸다. 국회에서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파면 요구와 국정조사 이행을 두고 여야 간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애도는 끝나지 않아, 유가족 존중 소통공간 마련해야”

지몽 스님은 이날 “지난 한 달 수사 과정에서 일부 밝혀진 국가와 행정당국의 비인도적·비상식적 행태에 더욱더 애통한 마음을 억누르기 어렵고 분노하는 마음이 일어난다”며 “유족들의 원통함과 비통함을 감히 헤아릴 수 없다”고 밝혔다. 사회노동위는 지난 9~11일 사흘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참사 현장까지 희생자 추모·부상자 쾌유와 진상규명 및 안전세상 발원 오체투지를 진행한 바 있다.

지몽 스님은 “아직까지도 유가족을 위한 공간도, 진정한 사과도 없이 국가와 행정당국 핵심책임자는 책임을 회피하고 소극적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진실은 주머니 속의 바늘과 같아서 아무리 회피하고 무마하려고 해도 바늘 끝은 드러나게 돼 있다”며 “윤석열 정부는 잊지 말고 명심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그는 “유가족과 국민의 애도는 끝나지 않았고 제대로 시작도 되지 않았다”며 “국가와 정부가 상실감에 빠진 유가족이 서로 공감하고 위로하는 추모공간 마련을 지금이라도 제대로 하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제대로 진실이 규명되고 핵심책임자가 응당 대가를 치르고 부족한 제도가 고쳐지고 재발방지 시스템이 마련되는 날까지 유가족 목소리를 지지하고 함께할 것”이라며 “오늘 스님들의 지극한 염불소리에 희생자 넋이 위로되고 유가족과 부상자, 사고현장에 계셨던 모든 분들이 조금이라도 마음의 위안을 받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회노동위는 이날 기도회를 마치고 이런 요구를 담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내는 서한을 대통령실에 전달한 뒤 이태원 참사 현장까지 염불 행진으로 이동해 참사 현장에서 추모 기도로 마무리했다.

이상민 장관 파면 요구에 국민의힘 국정조사 보이콧?

국회에서는 이상민 장관 파면을 요구하는 더불어민주당의 파상공세가 이어졌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뻔뻔하게도 윤석열 정권 그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고 유가족이 바라는 대통령의 공식적인, 진정한 사과 한마디가 아직 없다”며 “정부·여당·대통령실 모두 책임 떠넘기기에만 급급하다”고 지적했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 25일 윤 대통령에게 이날까지 이 장관 파면을 요청했으나 응답은 없는 상태다.

박 원내대표는 “대한민국 서울 한복판에서 158명의 무고한 생명이 압사당한 전대미문의 대참사로, 정치적 유불리를 따질 사안이 아니다”며 “대통령은 국민인지, 이상민 장관인지 이제 선택하라”고 압박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고위전략회의를 열고 30일 이상민 장관 해임건의안을 발의하기로 결정했다. 다음달 2일 국회 본회의 처리가 유력하다.

국민의힘은 ‘국정조사 보이콧’을 시사하며 강하게 거부감을 드러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에서 “국정조사를 하는 이유는 진상을 명명백백히 밝혀서 책임질 사람에게 책임을 지우는 일”이라며 “미리 이상민 장관을 파면하라면, 국정조사 결론이 나기도 전에 요구하는 것인데 그렇다면 국정조사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이날 오후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태원 참사 한 달을 맞아 대통령 공식 사과 요구 등에 대해 어떤 입장을 낼지 고민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29일이 이태원 참사 한 달인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메시지가 나올지는 좀 더 알아보도록 하겠다”고 구체적인 답을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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