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랜드 리테일 홈페이지 갈무리

NC백화점·뉴코아아울렛을 운영하는 ㈜이랜드리테일에서 판매직·전문직으로 일한 20여명의 노동자들이 사측을 상대로 임금피크제로 삭감된 임금을 지급하라는 취지의 소송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월 연령만을 이유로 한 임금피크제는 차별이라고 본 대법원 판결 이후 유통업계에서 처음 제기된 임금피크제 소송이다.

9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이랜드리테일 전·현직 노동자 24명이 지난달 12일 서울중앙지법에 사측을 상대로 임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정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정년 전까지 일정기간 임금을 삭감한 것은 헌법과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고령자고용법)을 위반해 무효라는 취지다. 이들은 임금피크제로 깎인 임금 상당액을 지급하라며 1명당 500만원을 청구했다.

판매직·전문직 55세부터 ‘90%→85%→80%’ 받아

이랜드리테일은 2014년 8월 취업규칙을 개정하면서 판매직·전문직에게만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정규직은 계산과 영업지원 업무를 주로 하는 판매직·전문직과 이들을 관리하는 관리직으로 구분된다. 사측은 판매직·전문직의 정년을 ‘60세’에서 ‘주민등록상 만 60세 당해 월 말일’로 변경했고, 55세부터 임금피크제를 적용했다. 1년차에는 기준임금(적용기준일 직전 월 임금)의 90%, 2년차에는 85%, 3년차부터는 80%를 지급했다.

소송 당사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임금피크제 도입 배경에는 이랜드그룹의 아울렛기업인 뉴코아와 2001아울렛의 합병이 자리하고 있다. 2001아울렛은 정년이 60세였고, 뉴코아는 정년이 55세였는데 합병으로 통합법인 이랜드리테일을 출범시키면서 정년을 60세로 했고, 이후 임금피크제가 도입됐다는 것이다. 뉴코아는 55세에서 60세로 정년이 연장됐지만 2001아울렛의 경우 아무런 변화 없이 임금만 깎이게 된 셈이다. 이랜드그룹은 2009년 이랜드월드 산하 2001아울렛을 분할해 뉴코아와 통합했다.

소송 당사자들은 임금피크제 적용을 전후로 업무량이나 노동시간에 변화가 없었다고 입을 모은다. 2001아울렛에서 계산원으로 일하다 정년퇴직한 A(60)씨는 “(임금피크제 적용 이후) 근무시간도, 업무 내용도 달라진 게 없었다”고 말했다. 오전조일 때는 오전 9시30분~오후 6시30분, 오후조 일 때는 오후 12시30분~9시 그대로 근무했다고 한다. A씨는 소송를 낸 이유에 대해 “20%가 삭감되자 실수령액으로 따지면 최저임금 수준이어서 아르바이트하고 다를 바가 없어 박탈감이 컸다”고 전했다. 이들은 제도 도입 과정도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고 증언했다. 20여년간 NC백화점에서 계산원으로 근무 중인 B(60)씨는 “(임금피크제 도입 당시) 개별로 서명을 받은 게 아니라 설명회를 열고 참석 서명을 받았는데 그게 동의한 것처럼 돼 버렸다”고 주장했다.

대상조치 유무, 적용 대상 차별 쟁점될 듯

핵심 쟁점은 임금삭감에 대한 대상조치 유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지난 5월26일 한국전자기술연구원 퇴직자가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등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를 무효로 보고 임금피크제 효력에 관한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직원의 불이익 정도, 대상조치의 내용, 감액된 재원의 활용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노동자들을 대리한 김은진 변호사(서비스연맹 법률원)는 “정년이 그대로 유지됐는데도 삭감된 임금에 비례하는 대상조치가 존재하지 않았다”며 “근로시간단축 등 대상조치 없이 급여만 감축한 것은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임금을 삭감한 것이어서 효력이 없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관리직에게는 적용이 되지 않고, 판매업무를 담당한 직원에게만 적용한 점도 쟁점이 될 것”이라며 “(지금으로서는) 정확한 금액을 산정할 수 없어서 문서제출명령을 신청해 과소지급된 성과급·퇴직금 등 임금상당액을 파악한 뒤 청구취지를 변경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임금피크제 도입 배경에 대해 “2014년 당시 정부의 권고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게 됐고 노조와 합의서를 체결해 대상 범위 등을 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경영설명회를 통해 직원들에게 임금피크제를 중단한다는 내용을 발표했다”며 “소송 당사자들에게도 불이익이 없도록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사측은 임금피크제 적용 직원들에게 이메일로 “임금피크제는 11월부터 중단되며 자세한 사항은 11월 중 인사팀에서 개별적으로 연락드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2009년 이랜드리테일 통합법인 출범 당시 직군에 관계없이 취업규칙에 정년을 55세로 했다”고 반박했다. 2014년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서 정년을 60세로 연장했다는 의미다. 소장에 포함된 근로계약서(통합법인 출범 이후)에는 “정년은 60세로 한다”고 명시돼 있어서 향후 재판에서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 관계자는 임금피크제 중단 결정에 대해 “최근 법인분할을 진행하면서 신인사제도 도입을 검토해 임금피크제 중단을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