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고은 기자

서울대병원을 비롯한 국립대병원 노조가 윤석열 정부의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에 따른 인력감축과 복지 축소에 반발하며 10일 공동파업을 예고했다. 노조는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 폐기와 인력부족 문제 해결을 위한 노사정 협의체 구성을 요구했다.

7일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본부장 이향춘)와 보건의료노조 설명을 종합하면 이날부터 9일까지 쟁의조정 회의를 거쳐 조정이 결렬되면 국립대병원 노조가 10일 공동파업을 한다.

의료연대본부와 보건의료노조 소속 국립대병원 13개 노조가 모인 ‘국립대병원 노조 공동투쟁 연대체’는 지난달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교섭이 진행 중인 경북대치과·제주대병원을 제외한 11개 노조가 쟁의조정 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이후 전남대·경상국립대 병원은 노사가 이견을 좁혀 잠정합의했다. 나머지 9곳은 서울대·강원대·경북대·충북대·충남대·전북대·부산대·부산대치과·서울대치과병원이다. 충북대·부산대는 조정회의나 쟁의행위 찬반투표 일정으로 10일 파업 참여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15개 국립대병원 423명 인력감축 계획
“인력충원 없이는 ‘사직의 악순환’ 끊기 어려워”

국립대병원 노조의 핵심 요구는 인력충원이다. 윤석열 정부의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에 따라 국립대병원들이 코로나19 치료에 투입된 간호인력을 줄이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노조의 반발이 큰 상황이다.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확보한 공공기관 혁신 이행계획에 따르면 15개 국립대병원에서 총 423명의 인력을 감축하겠다는 내용을 제출했다. 코로나 대응에 투입된 간호인력이 대부분이다. 병원별로는 전북대병원이 111명으로 가장 많았고 경북대병원 106명, 충북대병원 43명, 서울대·분당서울대·전남대병원 각 35명으로 뒤를 이었다. 강원대병원의 경우 정원감축, 업무범위 효율화 등을 통해 2023년부터 향후 5년간 매년 1%(19명)의 인력을 조정·재배치해 총 95명의 증원 요소를 억제하겠다는 계획을 제출했다.

이전부터 간호인력 부족은 의료현장의 고질적 문제로 제기돼 왔다. 실제로 지난 3년간 전국 국립대병원 간호직은 정원을 채운 적이 없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전국 국립대병원 간호인력 현황을 보면 2020년 정원 대비 현원이 278명 부족했고, 2021년에는 158명이 부족했다. 올해는 9월 기준으로 678명이 부족했다.

현지현 의료연대본부 사무국장은 “정부는 인력 구조조정이 아니어서 문제가 없다고 하는데 노동자가 해고되지 않는다고 해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며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정원을 계속 감축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인력충원이 더 이상 없다는 얘기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현지현 사무국장은 “환자의 중증도가 높은 국립대병원 특성상 간호사들의 노동강도가 높은데, 사직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라도 인력충원을 통해 노동강도를 낮춰야 한다”며 “그런데 현원에 맞춰 정원을 감축하라는 정부지침은 이러한 상황을 오히려 악화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육부에 9일까지 ‘노사정 협의체’ 마련 답변 요구

의료연대본부와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연대체 관계자는 지난 3일 교육부 국립대학정책과 관계자와 면담을 했다. 이 자리에서 연대체는 정부의 정원 통제,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 등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고 교육부와 사용자단체인 국립대병원발전협회가 참여하는 노사정 협의체 마련을 요구했다. 파업 전날인 9일까지 답변을 달라고 한 상태다.

이날 오후 의료연대본부는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 대강당(윤덕병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 폐기와 노사정 협의체 틀 마련을 포함한 대정부 요구안을 발표했다. 본부는 이 밖에도 인력충원을 위해 △간호인력기준을 법제화하는 간호인력인권법 제정 △간호관리료 차등제 개편 △코로나 병동을 비롯한 감염병동 인력기준 마련 △간호인력 외 의료인력에 대한 기준 마련 △상시·지속업무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요구했다.

이향춘 본부장은 “국립대병원을 포함해 10개 분회가 조정 결렬시 10일 파업을 하고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집회를 열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가 안전한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을 존중하는 책임감을 가질 수 있도록 의료 공공성 확보와 국민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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