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한국전력공사와 발전 자회사 6곳이 올해 하반기에만 발전정비 관련 예산을 969억7천900만원 감축한다. 기획재정부가 요구한 공공기관 구조조정에 따른 결과다. 올해 본예산 기준 감축률은 9%나 된다.

남동발전 302억원·중부발전 275억원 ‘싹둑’

11일 <매일노동뉴스>가 한전과 발전 자회사 6곳이 정부에 제출한 혁신계획을 분석한 결과 기관 7곳은 발전기 관련 정비예산인 수선비용을 일제히 감축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접 발전을 하지 않는 한전MCS 같은 자회사도 안전관리비용을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한전은 본예산에 경상수선비를 341억8천만원을 책정했지만 이 가운데 44억5천700만원을 감축하기로 했다. 본예산 대비 감축률은 13%다.

이는 기재부가 7월29일 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관련 양식을 모든 공공기관에 내려보내면서 경상경비를 10% 감축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전은 경상수선비 외에도 소모품비와 피복비 같은 일선 노동자 관련 비용을 일괄적으로 삭감해 비율을 맞췄다.

직접 발전사업을 하는 발전 자회사별로 살펴보면 감축액은 △한국남동발전 302억4천800만원(본예산 3천24억9천100만원) △한국남부발전 134억3천500만원(본예산 2천270억5천700만원) △한국중부발전 275억원(본예산 2천644억4천400만원) △한국서부발전 8억1천100만원(본예산 51억원) △한국동서발전 181억원(본예산 2천122억200만원) △한국수력원자력 18억3천800만원(본예산 104억9천900만원)이다. 한전MCS는 안전관리비 5억원(본예산55억6천500만원) 줄이기로 했다.

“하반기 정비 횟수·기간 감소, 안전 우려 키워”

문제는 감축 목표가 올해 하반기부터라는 점이다. 기재부가 경상경비 감축을 요구한 게 7월이다 보니 각 기관들은 경상경비 감축률을 본예산 대비 10%로 맞출 수 있는 시기가 하반기밖에 없었다. 기관 7곳의 정비 관련 본예산은 1조658억9천300만원이지만, 하반기 예산인 5천329억4천600만원을 모수로 계산하면 감축률은 18.1%로 뛰어오른다. 정부가 무리하게 경상경비 감축을 요구하면서 안전 위험만 키운 것이다.

게다가 이 비용은 당장 하반기 정비 관련 하청·용역사의 재무상태에 영향을 준다. 이태성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간사는 “정비예산 감소는 정비 횟수나 기간의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이렇게 되면 관련 안전 우려가 커질 뿐 아니라 비정규 노동자의 고용이나 노동환경에도 피해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8곳 정원감축 570명, 한전은 ‘현원 감축’ 염려도

한편 한전을 비롯한 기관 8곳의 정원감축은 570명이다. 한전 260명을 비롯해 △한국남동발전 29명 △한국남부발전 27명 △한국중부발전 28명 △한국서부발전 28명 △한국동서발전 26명 △한전MCS 172명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기능축소와 조직·인력효율화로 371명을 감축하기로 했지만 정부 국정과제 이행을 위한 신사업 등에 371명을 재배치해 정원감축은 없다.

한전은 실제 실직이 예상된다. 자회사 7곳은 정원보다 현원이 적어 실제 인원감축으로 이어지진 않을 전망이지만, 한전은 제출안 기준 정원 2만3천724명에 현원 2만3천807명이라 260명을 줄이면 현원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황당한 대목은 한전과 한전MCS의 기능축소에 따른 감축 분야가 겹친다는 점이다. 한전은 기재부 구조조정 요구에 따라 핵심업무가 아니라며 고압 검침, 전력량계 시험, 휴전 안내, 복지할인 고객 발굴 기능을 한전MCS로 이관해 64명을 감축하겠다고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정작 한전MCS도 전력서비스 현장업무 가운데 전력량계 검침, 전기요금청구서 송달, 전기요금 체납고객 관리는 핵심업무가 아니라며 기능을 축소하고 정원 143명을 감축하기로 했다. 두 기관 계획대로라면 해당 업무는 공중에 붕 뜨는 셈이다. 정부가 구조조정에 대한 정확한 계획 없이 숫자에만 매몰돼 감축을 요구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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