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 기자

콜센터 노동자의 근무시간 중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고 별도 사물함에 수거해 인권침해 논란을 빚은 OK금융그룹이 최근 국가인권위원회의 차별시정 권고조차 묵살하고 수거를 강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인권위가 직책에 따른 수거를 차별로 지적하자 직책을 불문하고 휴대전화를 걷는 방식으로 꼼수 대응한 사실도 드러났다.

휴대전화 사용 못 해 보이스피싱 피해

사무금융노조 OK금융그룹지부(지부장 봉선홍)는 5일 오전 서울 중구 OK금융그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OK금융그룹은 인권위 차별시정 권고를 이행하라”고 요구했다. 지부는 “불복종 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지부는 지난 6월9일 OK금융그룹이 서울 가산동·회현동과 대전·부산 콜센터 노동자를 대상으로 휴대전화를 사무실 입구에 설치한 사물함에 넣고 자물쇠로 잠근 뒤 출근하도록 강제하고 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곳 노동자들은 휴대전화 사물함을 ‘핸골당(핸드폰+납골당)’이라고 부른다.

이 때문에 급한 연락을 받지 못한 피해도 곳곳에서 발생했다. 6월 진정 당시 지부는 일부 콜센터 노동자가 유치원 자녀의 코로나19 확진 사실을 전달받지 못했고, 노부모의 보이스피싱 피해도 막지 못하는 등 폐해가 크다고 비판했다. 이 밖에도 급한 연락을 기다리느라 도리어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고 ‘핸골당’ 인근을 서성이는 등 직무환경에도 악영향을 끼친다고 비판했다.

인권위 “휴대전화 단순 통신기기 아냐”

인권위는 이런 지부의 주장을 대부분 인용했다. 인권위는 지난 8월9일 OK금융그룹에 △휴대전화 사용에서 직책에 따른 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휴대전화 소지를 제한하지 말 것 △유사한 차별행위가 발행하지 않도록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OK금융그룹이 센터장·팀장과 달리 팀원에게만 휴대전화 소지를 금지한 것에는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봤다. 인권위는 “현대사회에서 휴대전화는 통신기기 기능을 수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적 관계 도구이자 정보를 취득하는 생활필수품”이라며 “특정시간 동안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정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직책에 따라 휴대전화 소지 여부를 구분하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할 수 없으며 센터장·팀장은 팀원보다 더 많은 정보를 다룰 수 있음에도 팀원들의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이 센터장·팀장의 유출 가능성보다 더 크다는 객관적인 증거는 없다”며 “동종업계에서 휴대전화 보관함을 운영하는 사례는 거의 없고 한 저축은행에서 운영하다가 관련 규정을 폐지했다”고 판단했다.

OK금융, 인권위 비웃듯 센터장·팀장도 휴대전화 수거

그러나 OK금융그룹은 지난달 30일 휴대전화 수거 대상을 센터장·팀장까지 넓혔다. 직책에 따른 차별이라는 인권위 권고를 회피하려는 시도다.

봉선홍 지부장은 “OK금융그룹 센터 근무라는 이유만으로 휴대전화를 수거당하고 통신의 자유를 침해받고 노동까지 통제를 받아야 하느냐”며 “OK금융그룹은 인권위 결정문을 송달받지 못했다고 버티다가 최근에는 인권위 결정을 비웃듯이 직책자 휴대전화까지 수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봉 지부장은 “OK금융그룹이 차별시정 권고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지부는 동의서 작성 거부 같은 불복종 운동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OK금융그룹쪽은 “차별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조치방안을 마련 중”이라며 “고객 개인정보 보호 가치를 최우선으로 해 개선방안을 검토 중이며 고객 개인정보 보호라는 전제가 흔들리지 않는 방안을 고민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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