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 기자

정부가 공공기관을 쪼개 팔지 않는 대신 공공부문 기능을 민간에 이양하는 방식의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사실상 시인했다.

고재신 기획재정부 공공정책총괄과장은 2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체가 공동으로 주최한 기재부 구조조정 정책 관련 토론회에 패널로 참가해 “학술적으로 공공부문 기능이전을 민영화로 보는 개념이 있고, 넓게 보면 그렇게 파악할 수 있다”며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통상적 민영화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통상적 민영화는 공기업을 쪼개 민간에 매각하는 방식의 민영화를 일컫는 것으로 보인다.

그간 전문가와 노동계는 줄곧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기관 구조조정 정책은 공공의 영역을 민간시장에 개방하고 공공부문 기능을 민간에 이양하는 방식의 은밀한 민영화라고 비판해 왔다. 그러나 정부는 “민영화가 아니다”며 부인했다. 민영화 개념에 대해서는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번 발언으로 정부가 노동계가 지적하는 이른바 은밀한 민영화의 개념을 알고 있고, 그 역시 민영화라는 것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다. 결국 쪼개기 방식의 민영화는 추진하지 않지만 시장을 열어젖히고 공공부문을 축소시켜 민간에 이양하는 민영화 추진이 확인된 셈이다.

고재신 과장은 공공기관의 특성 자체가 확장을 지향해 규모를 자발적으로 줄이기 어렵다고 규정했다. 그는 “계속 일이 늘고 사람이 필요하다는 요구는 있지만 과거에 비해 영역이 축소해 일부 조직이 필요 없다는 요구는 없다”며 “자산이 늘고 부채가 증가한 가운데 부채비율이 안정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정부도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이라 공공부문도 군살이 없나 찾아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전문가들은 정부의 구조조정 정책이 갈등을 내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양승엽 국회 입법조사관은 “기재부의 7월29일 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은 인건비 지출과 복리후생 같은 근로조건의 저하를 요구하고 있고 사실상의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이라 갈등이 불가피하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공공기관 운영을 책임지는 기재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대해 “기재부로부터 독립하고 구성의 민주성을 담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일부 전문가는 정부 정책을 지지하기도 했다. 김완희 가천대 교수(경영학)는 “공공기관의 인력과 수가 늘고 부채규모가 늘어 재무위험이 커진 것은 공통적 사안”이라며 “기관 자율에 맡기지 말고 정부가 더 세밀한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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