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지엠 부평공장 내부 모습. <한국지엠>
▲ 한국지엠 부평공장 내부 모습. <한국지엠>

한국지엠 부평2공장에서 생산되던 중형 세단 말리부가 지난 23일 생산을 멈추면서 말리부 부품을 만들던 노동자의 고용 위기가 현실화하고 있다.

28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지엠은 판매가 저조한 말리부부터 생산을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지엠은 올해 11월 부평2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계획을 세웠다. 당초 8월 생산중단에 예정돼 있었지만 주간 2교대조를 주간조로 바꾸면서 중단시기를 늦췄다. 말리부는 소형 SUV 트랙스보다 먼저 생산이 중단됐다. 트랙스는 올해 11월 말까지 생산된다.

말리부 콕핏 모듈을 생산하는 ㈜에스에이치씨피(SH-CP) 노동자는 고용불안을 호소했다. 오재원 금속노조 SH-CP지회장은 “10월1일까지 특근이 잡혀 있었지만 오늘부로 작업이 취소됐다고 한다”며 “(콕핏 모듈) 생산이 중단된 듯하다”고 전했다. 한국지엠이 회사에 통보했던 생산종료 시기는 10월1일인데 이보다 앞당겨진 것이다. 현재 SH-CP 노동자 39명은 2조로 나뉘어 한 주씩 돌아가면 일하는데, 무급휴업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회사는 최근 노조에 관계사 ㈜에이에이치비피(SH-BP)로 고용승계하는 조건으로 임금 10% 자진반납을 제안한 상태지만, 지금부터 새로운 물량 생산이 시작되는 내년 5월까지 공백기간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는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트랙스 콕핏 모듈을 생산하는 부품사 디지에프오토모티브도 비슷한 상황이다. 이재영 노조 부평공단지회장은 “신규 사업을 검토하겠다지만 아직 확정된 게 아무것도 없고 회사는 희망퇴직과 정년퇴직을 실시하겠다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부평 2공장 생산 중단으로 입게 될 비정규직 피해 규모는 제대로 집계조차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대부분 비정규직이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해고되는 상황을 감안하면 부품사 피해는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사내하청 노동자들 상황도 비슷하다. 부평2공장이 완전히 문을 닫는 11월 사내하청 노동자 150여명의 고용도 불안한 상황이다. 김태훈 노조 한국지엠부평비정규직지회 정책선전부장은 “말 그대로 해고 위기”라며 “(하청업체에서는) 퇴직금 이야기를 꺼내고 아무런 대책을 이야기해 주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회가 이달 6일 부평 2공장에서 일하는 사내하청 노동자 55명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해 가장 시급한 문제를 묻자 응답자 중 44%는 “고용불안”을 호소했다. 부평 2공장 폐쇄 후 (소속) 회사의 대책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56%가 “대책 없다”고 답했다.

이영수 한국지엠부평비정규직지회장은 “군산공장 폐쇄 당시는 하지 않겠다고 하다가 공장폐쇄 선언을 해 논란이 됐다면 부평2공장은 회사가 계속해서 후속생산 차종이 없다고 이야기했다”며 “정규직 노조도 생산 중단을 막기는 포기했고, 이러나저러나 비정규직이 해고되는 상황”이라고 씁쓸해했다.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활동가는 “산업전환 과정이나 다국적 기업이 세계를 넘나드는 과정에서 조직된 노동자나 눈에 보이는 노동자가 아닌 이들이 폭력적으로 정리되고, 남은 노동자가 단계적으로 해고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총고용 차원의 대응계획이 나와야 하고 이를 위해 노조의 산별교섭, 지역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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