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경남지부

전북 익산시 한 딸기농장에서 일하던 캄보디아 노동자 메이메이(가명)씨는 올해 7월 일터를 떠나야 했다. 고용주인 사장이 샌드위치 패널로 만든 욕실 벽 구멍으로 자신을 몰래 훔쳐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메이메이씨는 “사진이나 영상과 같은 증거가 없어 경찰에 전화도 할 수 없었다”며 “사장에게 이를 따지자 오히려 욕을 했다”고 토로했다. 결국 메이메이씨는 이주노동단체의 도움을 받아 사업장 변경 허가서에 사장 사인을 받을 수 있었다.

이주노동119는 27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주노동자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주거권과 노동권을 확실히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이주노동119는 금속노조 경남지부의 사회연대사업으로 지난해 9월 시작됐다. 지구인의정류장·이주노조·이주노동자운동후원회·공익인권법재단 공감·원곡법률사무소·링크이주민통번역협동조합·일환경건강센터 등이 참여했다.

이들 단체는 이주노동자의 주거권과 노동권은 2020년 12월 캄보디야 노동자 속헹씨의 죽음 뒤에도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속헹씨는 한겨울 한파를 버티기엔 역부족이었던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잠든 뒤 깨어나지 못했다.

김이찬 지구인의정류장 대표는 “고용허가제하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일자리를 알선하고, 제한하는 일을 하는 곳은 유일하게 한국 노동부”라며 “입국하기도 전에 맺어지는 근로계약서에 결함을 방치해서는 안 되지만 부실한 근로계약을 알선하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주노동자 T씨가 작성한 표준근로계약서에 근로장소가 ‘밀양시 상남면’으로 기재된 것이 대표적이다. 김 대표는 “근로장소 주소가 없거나, 정확하지 않거나, 일부러 지번을 누락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주노동자를 여러 경작지에 돌려쓰는 일을 감추기 위한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T씨도 최소 6곳 이상의 경작지에서 노동을 제공했다.

이 외에도 1일 휴게시간이 3시간, 6시간으로 적힌 근로계약서도 작성되고 있는 실정이다. 고용주들이 이주노동자에게 숙소를 제공할 경우 기숙사비로 공제할 수 있는 최대 금액(28만원)을 공제하는 경우 노동부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실제 숙소 상태 대비 비용이 적절한지는 조사 대상도 아닌 것이다.

최정규 변호사(원곡법률사무소)는 “속헹씨가 사망한 지 2년이 다 돼 가지만 열악한 주거환경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올해 5월 근로복지공단이 산재를 인정했지만 대한민국 정부는 이 사회적 죽음에 아무런 입장을 표명하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한편 최 변호사는 이날 속헹씨 유족의 위임을 받아 국가 배상을 청구하는 소장을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했다. 속헹씨 죽음에는 이주노동자 주거환경을 개선하지 않은 노동부·정부의 책임이 있으니 손해를 배상하라는 취지다.

▲ 금속노조 경남지부와 이주노동119 주최로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농업이주노동자 주거환경 및 노동실태 국회 사진전. <정기훈 기자>
▲ 금속노조 경남지부와 이주노동119 주최로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농업이주노동자 주거환경 및 노동실태 국회 사진전. <정기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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