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난방조차 되지 않는 비닐하우스 안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된 캄보디아 출신 고 누온 속헹(사망 당시 30세)씨를 기리는 추모제가 18일 개최된다. 2020년 12월20일 숨진 지 546일 만이다.

6일 이주노동자 기숙사 산재사망 대책위원회는 18일 오후 포천시 일동면의 한 채소농장 앞에서 추모제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고인이 숨지기 전 일한 농장 인근이다.

사고가 발생한 지 500일이 훌쩍 넘어서야 추모제를 개최한 까닭은 고인의 죽음이 최근에서야 산재로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부검 결과 고인의 죽음은 간경화로 인한 식도정맥류 파열로 확인됐다. 대책위는 한파 속 차가운 숙소에서 지내다가 혈관이 급격하게 수축해 파열된 것이 원인일 수 있다며 산재를 주장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지난달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속헹씨의 죽음은 이주노동자 노동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와 현실화로 이어졌다. 정부는 지난해 숙소 용도가 아닌 불법 가설 건축물을 숙소로 제공받은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을 허용하는 등의 대책을 수립·시행했다. 가건물의 숙소 사용을 완전히 금지한 것은 아니지만 이전보다는 한 보 전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책위 관계자는 “지지난 겨울 한파에 난방이 가동되지 않는 농장 불법기숙사에서 숨진 속헹씨를 추모하는 행사”라며 “산재를 인정받고, 고인의 희생을 통해 나온 정부의 기숙사 방침이 부실하나마 시행되고 있는 시점이어서 이제야 추모제를 열게 됐다”고 밝혔다.

추모제는 한국에서 이주노동자로 4년9개월을 살다 숨진 고인을 기리고 ‘또 다른 속헹’이 나오지 않도록 다짐하는 자리로 꾸며진다. 사고사망과 과로사 등 이주노동자 죽음의 행렬이 이어지지 않도록 사회적 관심을 촉구할 계획이다. 이주노동자 관련 단체 활동가들이 서로를 격려하는 순서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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