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부터 노동교육 운동본부와 류호정 정의당 의원·윤미향 무소속 의원 주최로 3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노동인권교육 방향 토론회. <정기훈 기자>

교육부가 지난 30일 발표한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에 당초 포함돼 있던 ‘노동’이 빠진 것으로 드러났다. 문재인 정부 당시 지난해 11월 발표된 총론에는 ‘일과 노동의 의미와 가치’라는 문구가 포함돼 있었다. 바뀐 정권에 발맞춰 교육부가 기조를 달리한 것이다.

정권 바뀌니 빠진 ‘노동’과 ‘생태’

31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교육부는 지난 30일 발표한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시안에 ‘노동’대신 ‘일의 가치’라는 문구만 남겼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은 2024년 초등학교 1~2학년에 먼저 적용하고 이듬해 중·고등학교 1학년부터 적용한다. 지난해 11월 발표된 총론 시안에는 초·중·고등학교 교육과정을 모두 포괄하는 주요 내용으로 ‘일과 노동에 포함된 의미와 가치’및 ‘생태교육’이 포함돼 있었다. 국가 교육과정에 처음으로 ‘노동’이라는 표현이 포함돼 노동존중의 가치가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교육적 가치임을 확인했다는 의미가 있다. 그런데 최근 발표된 총론 시안에는 이 같은 내용이 ‘일의 가치’로 축소됐고, 고등학교 교육목표에만 한정돼 명시됐다. ‘환경·생태교육’에 관한 표현도 빠졌다.

교육과정 총론은 시대와 사회가 요구하는 인간상을 포함해 우리나라 교육 방향을 전반적으로 서술한다. 총론을 국가교육과정의 꽃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다. ‘노동’이 빠지면서 교과 전반에 녹아들 것으로 예측됐던 ‘노동인권교육’ 계획도 표류하게 됐다.

발표된 총론 시안은 9월13일까지 국민참여소통채널 홈페이지를 통해 국민 여론을 수렴한 뒤 올해 말 확정된다. 총론 최종 발표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시안대로 확정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교육부의 갑작스런 입장 선회에 노동계는 반발했다. 지난해 민주노총과 17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꾸린 ‘학교부터 노동교육 운동본부’는 시안 발표 직후 성명을 내고 “총론 시안에서 노동이 빠진 것은 매우 분노스러운 일이고 교육목표가 바뀐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윤석열 정부가 노동을 바라보는 관점이 어떠한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교조도 이날 논평을 통해 “정권이 바뀌었다고 교육목표의 핵심 내용이 바뀐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교육과정에 대한 국민 의견 수렴이 의미 있는 과정이 되기 위해서는 슬그머니 삭제한 노동교육과 생태전환교육을 총론에 다시 명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인권교육 제도화 사회적 합의 이룰 수 있어”

운동본부가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연 토론회에서도 이런 우려가 제기됐다. 전명훈 서울시교육청 노동인권 전문관은 “(노동이라는) 글자가 들어가는 것과 들어가지 않는 것의 차이는 교육과정에서 큰 차이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며 “지금까지 다양한 전문가와 단체가 각 지역에 맞게 노동교육을 해 왔지만 제도화 경험이 없는 현행 방식이 지속된다면 교육 내용과 체제가 확립되는 것도 어렵고 사회적 갈등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노동이 교육과정에 들어간다는 것은 노동인권교육을 교육과정 안에 제도화함으로써 교육 내용을 확보하고 사회적 합의가 될 수 있도록 한다는 의미”라며 “교육부가 이런 의미를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군자 전 서울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은 “직업진로교육은 적성에 맞는 직업을 탐구하는 것이라면 노동인권교육은 노동에 대한 인식과 권리구제 방안 등에 대한 교육으로 엄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며 “총론은 직업진로교육만 언급하고 노동인권을 배제함으로써 학생들에게 반쪽짜리 교육만 하는 꼴”이라고 설명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우리는 일하면서 살아가는 시민이고 우리의 일상 속에 노동이 있기 때문에 노동의 가치가 교육과정에 담기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며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더 안전하고 평등하게 일할수 있도록 노동교육이 실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번 시안은 연구진과 전문가들이 국민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만든 초안으로 공청회, 정책연구, 국가교육위원회 심의·의결 등 다양한 절차가 남아 있다”며 “다양한 가치와 의미를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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