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택배노조가 25일 서울 중구 한진택배 본사 앞에서 영업실패 책임전가 한진택배 규탄, 생계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한진택배 노동자들이 쿠팡 위탁물량 이탈에 따른 생계위기가 지속하고 있다며 사측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전국택배노조는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진택배 본사 앞에서 ‘총력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이 책임감 있는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29일 간부 결의대회를 시작으로 본사 앞 농성, 생물·이형 화물 배송 거부, 파업 등 할 수 있는 모든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노조에 따르면 쿠팡이 지난 4월부터 한진택배에 위탁하던 물량을 자체 배송하기 시작하면서 한진택배 전체 물량의 15%가량이 감소했다. 중소도시와 군 지역에서는 40~70%의 물량이 줄었다고 한다. 노조는 전체 쿠팡 물량 700만개 중 360만개가 이탈한 것으로 추산한다.

노조는 한진택배의 잘못된 영업전략으로 이런 사태가 초래됐다고 주장했다. 한진택배와 쿠팡이 계약을 맺으면서 ‘쿠팡이 자체 배송 인프라가 구축되면 한진택배에 위탁한 물량을 회수할 수 있다’는 조항을 넣어 사달이 났다는 지적이다.

노조가 이날 기자회견에서 공개한 한 조합원의 대리점 정산서를 보면 3월에는 533만9천163원의 수입을 올렸는데, 6월에는 269만1천367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다른 조합원의 수입은 3월 419만7천745원에서 6월 281만3천98원으로 떨어졌다. 김태완 노조 수석부위원장은 “한진 택배 노동자 8천여명 중 1천여명이 생계 위협을 받고 있다”며 “사실상 수입이 반토막이 나서 도저히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수입에서 대리점 수수료와 부가가치세·기름값·차량 유지비를 제외하면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많은 택배노동자가 다른 택배사로 이직을 하거나, 새벽배송 같은 ‘투잡’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노조는 추석을 앞두고 있음에도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강력하게 투쟁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김찬희 노조 한진택배본부장은 “본부의 목표는 파업 자체가 아니라 한진이 책임지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며 “국민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원만한 해결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되, 파업이 불가피하다면 시기와 그 수위를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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