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건강하게 일할 권리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산재 인정률이 높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피해자에게 엄격하고 높은 잣대를 적용해 부당한 불승인이 반복하는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노동건강정책포럼 소속 전문가들이 산재보험 승인 과정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해결책을 제시한다.<편집자>

▲ 조승규 공인노무사(노동건강정책포럼)
▲ 조승규 공인노무사(노동건강정책포럼)

이장우님은 오랫동안 헬스 트레이너와 에어로빅 강사였다. 그는 맨몸운동과 정교한 자세를 통해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몸을 건강하게 만드는 일을 했다. 그러나 한순간의 사고로 이제는 자신의 몸도 너무나 버겁게 느껴지는 사람이 됐다.

사고는 그가 잠시 제주도에 머물며 한 숙박업소의 일을 도와 주던 때에 발생했다. 2018년 어느날 직원 8명 중 5~6명이 동시에 일을 그만뒀다. 숙박업소에는 매니저와 이장우님만 남았다. 매니저는 사무업무만 했으므로 사실상 몸으로 하는 일은 이장우님 혼자 감당해야 했다. 사장님은 급히 대책을 마련해야 했으나 “너는 할 수 있다”고만 외칠 뿐이었다.

사고 장소는 복층 계단이 있는 방이었다. 계단 근처에는 의자와 테이블이 있었는데 공간이 협소했다. 그래서 의자와 테이블을 닦으려면 다른 곳으로 옮기거나 계단 아래쪽으로 몸을 넣어야 했다. 그도 옮겨서 작업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사람이 없어 분초를 다퉈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그냥 계단 아래쪽에 들어가서 의자를 닦았다. 그리고 급하게 몸을 일으키면서 나오는 순간 그는 계단 밑 쇠 부분에 허리가 찍혔다.

이장우님과 같이 어떤 특정 순간의 사건으로 건강손상이 발생한 경우를 산재보험에서는 업무상 사고라고 한다. 업무상 사고는 발병에 이르기까지의 경과가 분명한 편이므로 대부분 산재로 잘 인정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업무상 사고라고 해서 항상 수월하게 산재인정을 받는 것은 아니다. ‘이건 퇴행성 아냐?’라는 부당한 의심을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장우님은 부딪힘 사고로 한동안은 다리에 감각도 제대로 느끼지 못했다. 서서히 감각이 돌아오니 이제는 심한 통증과 기능장애가 찾아왔다. 그는 산재신청을 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비교적 가벼운 상태인 염좌만 산재로 인정했고, 그보다 심한 상태인 디스크(추간판)의 손상에 대해서는 퇴행성으로 판단했다. 심지어 그는 사고로 염좌뿐만 아니라 디스크 손상도 발생했다는 소견서를 여러 의료기관에서 받았지만, 그것으로도 근로복지공단의 의심을 잠재울 수는 없었다. 그는 사고 이후 지금까지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산재보험 급여는 두 달도 안 되는 기간에 대해서만 받을 수 있었다.

‘이건 퇴행성 아냐?’와 같이, 퇴행성을 의심하고 보는 근로복지공단의 시선은 매우 부당하다. 우리는 살면서 몸을 쓰기 때문에 퇴행성 변화는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누구든지 갖고 있다. 따라서 근로복지공단과 같은 시선으로 본다면 퇴행성 변화가 거의 없거나, 아니면 퇴행성 변화를 뛰어넘을 정도로 사고가 컸던 경우만이 산재로 인정된다. 퇴행성 변화가 조금 있거나, 사고의 규모가 비교적 작은 수많은 사람들은 산재에서 배제되는 것이다.

그러나 앞선 연재기고 글에서 지적됐듯이, 기존에 퇴행성 변화가 있더라도 사고로 몸에 손상과 고통이 발생했다면 그것이 어떻게 사고와 무관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또한 퇴행성을 먼저 의심하는 근로복지공단의 시선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의 법리에도 맞지 않는다. 산재 여부는 퇴행성 변화가 없는 보통 평균인이 아니라 퇴행성 변화가 있는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대법 2004.4.9. 2003두12530).

이장우님은 산재 불승인에 대해 “더 이상 어떻게 입증해야 할지 답답하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사고로 디스크가 손상됐다는 의학 소견들을 이미 제출했다. 근로복지공단은 그럼에도 퇴행성이라고 판단했는데 그 근거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아마도 근로복지공단 자문의는 그 근거를 적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는 어떤 논리에 의한 판단이 아니라, ‘이건 퇴행성 아냐?’라고 의심하고 보는 그들만의 ‘상식’에 의한 판단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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