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이더유니온이 27일 서울 영등포구 요기요 영등포·관악·강서·인천·부천 허브 앞에서 요기요의 불합리한 음식값 차감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요기요 라이더 김태현(24)씨는 지난 11일 오후 8시30분께 황당한 콜(배달주문)을 받았다. 잘못 배달된 음식물을 회수하는 건으로 보통 때처럼 음식물을 식당에 가져다주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픽업완료 버튼을 누르자 “이틀 지난 주문건이라 (즉시) 폐기 부탁드린다”는 안내를 받았다. 라이더 앱 채팅을 통해 배차취소를 요청했지만 “픽업한 것으로 확인돼 배차 제외 진행이 어렵다”는 답변만 받았다. 이후 관제실 상담사를 통해서도 “영수증만 떼고 폐기해 달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김씨는 “‘음식물쓰레기를 무단 투기하라는 말인데 문제가 생기면 그 책임은 누가 지냐’고 물으니 그제야 배차취소를 해 줬다”며 “20분 이상을 도로 위에서 날렸는데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요기요가 잘못 배달된 음식물 회수·처리를 비롯해 주문취소나 재주문에 따른 음식값까지 전부 라이더들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라이더가 음식값 낸 50건 중 절반은 ‘포장불량’
사고로 배달 못해도 ‘음식값 차감’

라이더유니온(위원장 박정훈)은 2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요기요 영등포·관악·강서·인천·부천허브(지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배달수수료에서 음식값을 삭감한 사례 50건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 중 50%인 25건이 “포장 불량으로 인한 음식물 훼손”이었고, 17건은 “음식 오배송”이었다. 노조는 식당에서 포장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경우, 식당에서 주문번호 확인 없이 라이더에게 음식을 전달하거나 고객이 배송지를 잘못 입력해 오배송이 된 경우처럼 라이더 책임이라고 보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전부 음식값을 라이더에게 내도록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라이더의 귀책사유가 명백한 “난폭운전 또는 음식을 손에서 떨어뜨림”은 1건에 불과했다.

노조에 따르면 요기요는 라이더에게 앱을 통해 ‘배송시 유의사항’을 수시로 통지하고 있다. 유의사항에는 △픽업시 주문번호·금액·메뉴명·포장상태 필수 확인 △파손에 취약한 음식이라 판단되면 업장 도착시 랩핑포장 여부 확인 및 업장에 문의해 추가 랩핑포장 요청해 예방 △물품을 고정할 수 있는 고정장치 구비해 쏠림 및 터짐 방지 같은 내용이 포함돼 있다. 포장불량으로 인한 재주문·재배달 책임을 라이더에게 전가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노조가 공개한 라이더와 요기요 담당자와의 대화 내용을 보면 “모든 음식 포장을 다시 풀고 확인하라는 의미냐”는 라이더 질문에 요기요측은 “원칙적으로 그렇다”고 답했다.

이뿐만 아니라 식당에서 음식을 빠뜨리고 포장한 경우나 교통사고로 배달을 완료하지 못한 경우에도 음식값은 배달수수료에서 공제됐다. 익명을 요청한 한 라이더는 “배민과 쿠팡, 요기요를 다 하고(콜을 받고) 있는데 포장불량으로 인한 음식값까지 물리는 것은 요기요가 유일하다”며 “플랫폼업체는 배달 중개와 정산을 하고, 식당은 조리와 포장을 하고, 라이더는 안전하게 배달하고 갖다주면 되는데 모든 책임을 라이더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측 “라이더 책임, 타사에 비해 과도하지 않아”

노조는 일방적으로 라이더에게 책임을 지울 게 아니라 대화를 통해 음식값 차감 기준과 배송사고 처리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정훈 위원장은 “배달업무를 하는 라이더에게 음식 포장과 확인까지 떠넘기는 것은 과도한 요구”라며 “노조와 협의를 통해 기준이 정해지지 않은 것들에 대한 ‘합리적 기준’을 만들 것을 제안한다. 대화 자리를 거부할 경우 정식 교섭 요청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요기요 사측은 “라이더들과 위탁계약시 계약서상에 귀책으로 인한 책임 소재 기준에 대해 명시하고 동의하에 서비스 위탁을 하고 있다”며 “라이더 안전이나 라이더의 책임 부담에 관한 자사의 정책이 다른 회사들과 비교해 과도하거나 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사측은 “타사와 달리 라이더의 오배송시 음식값만 차감하고 수수료는 그대로 지급한다”고 덧붙였다. 라이더유니온의 대화 요구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라이더, 레스토랑 파트너 등과의 협력관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합리적으로 운영해 나갈 것”이라고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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