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전통신서비스노조

특수고용직 방문점검원들이 고객의 중도해지로 임금이나 다름없는 수수료를 회사에 토해내거나, 계정(담당 가전제품수)을 일방적으로 빼앗기는 취약한 위치에 놓여 있다고 호소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노동자로 인정 받아도 사측과의 협상은 제자리걸음으로 교섭을 통한 방문점검원들의 처우개선도 요원한 상황이다. 최소한의 보호장치를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표준계약서를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계정 90% 빼앗기고, 수수료 100% 토해내”

가전통신서비스노조(위원장 이현철)는 2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노조 대회의실에서 ‘가전제품 방문점검원 증언대회’를 열었다. 현장에선 불안한 지위 탓에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회사가 피해를 방문점검원에게 전가하는 ‘수수료 환수’가 횡행한다는 증언이 터져 나왔다.

코웨이에서 코닥으로 6년간 일한 이성대 노조 코웨이코디·코닥지부 부지부장은 “위임계약서가 매달 갱신돼 관리자들은 계정 이관을 ‘무기’로 코디·코닥들을 통제하고 있다”며 “강원지역 한 지국장은 방문점검원이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서 자신에게 반발했다는 이유로 200여개 계정을 빼는 일도 있었다”고 전했다. 코디·코닥은 월 평균 220여개 계정을 담당하는 만큼 월 수입의 90%를 ‘삭감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게 지부의 설명이다.

코웨이 ‘위임계약서’를 보면 계약기간은 “계약일로부터 12개월로 하며, 계약만료 1개월 전까지 어느 일방이 본 계약의 해지 의사표시를 하지 않는 경우에 본 계약은 같은 조건으로 매월 연장된다”고 돼 있다. 이성대 부지부장은 “매월 연장된다는 게 갱신과 다르지 않아 계정을 임의로 조정해도 불이익을 당하진 않을지 우려해 문제제기를 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고객이 렌털계약을 중도에 해지하거나 요금을 연체했을 때 방문점검원에게 지급된 수수료를 토해내도록 하는 ‘수수료 환수’도 문제다. 이성대 부지부장은 “고객이 렌털계약 후 1년 이내 반환하거나, 렌탈료를 5회 연체했을 때 코디·코닥에게 지급된 영업수수료 100%가 환수된다”며 “고객이 연체 금액을 모두 입급해도 영업수수료를 다시 돌려주진 않는다”고 말했다. SK매직도 이러한 규정이 계약서에 명시돼 있다. 수수료 부담 처리규정에 △12개월 이내 계약을 중도해지하는 경우 △불완전판매로 계약이 체결된 경우 “판매수수료 100%를 환수한다”고 돼 있다.

특수고용 노동자가 불공정 계약과 불안정한 지위를 개선하기 위해 사측과 단체교섭을 하고 있지만 협상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LG전자 자회사 하이케어솔루션 소속 LG케어솔루션 매니저들은 지난 4월 서울행정법원에서 노조법상 노동자로 인정받았지만 사측과의 교섭은 지지부진하다. 코웨이코디·코닥지부도 방문점검원 최초로 사측과 교섭을 시작했지만 파업 이후에도 이견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택배기사처럼 표준계약서 마련·적용해야”

표준계약서 제정을 통해 방문점검원들의 처우를 개선해야 하는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택배노동자들은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생활물류서비스법) 시행에 따라 표준계약서를 적용받는데 중대한 귀책사유가 없는 한 6년간 계약이 유지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온라인 배송기사들도 휴식권과 고용안정을 보장하는 표준계약서 제정이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다. 가전통신서비스노조는 8월 말까지 표준계약서 제정안을 마련한 뒤 국회에서 토론회를 연다는 계획이다. ‘10만명 서명운동’도 진행한다.

박현익 변호사(서비스연맹 법률원)는 “택배기사가 생활물류서비스법을 적용받는 것처럼 관련법을 제정하는 게 가장 좋지만 법이 제정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며 “법 제정 전까지 방문점검원들은 보호장치조차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표준계약서는 이 정도 계약이 ‘표준’이라는 기준을 제시하는 만큼 법보다 구속력은 약해도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돼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윤미향 무소속 의원은 “가전제품 방문점검원들은 회사의 업무 지휘·감독하에 하루 동안 방문 점검을 할 수 있는 고객의 수, 방문한 고객의 집에 머물 수 있는 시간까지 통제받는 실질적 노동자”라며 “표준계약서 마련으로 방문점검원들의 열악한 노동현실이 개선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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