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서울행정법원이 MBC <뉴스투데이>에서 일한 방송작가 2명을 해고한 것은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방송작가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한 첫 법원 판결이다. 법원은 프리랜서계약을 맺고 일한 방송작가에 대해 어떤 근거를 가지고 노동자로 판단했을까. 17일 <매일노동뉴스>가 서울행법 판결문을 살펴봤다.

쟁점은 노동위원회에서와 마찬가지로 해고된 방송작가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서울행법은 프리랜서계약을 체결했는지 근로계약을 체결했는지와 같은 계약의 형식이 아닌, 실제로 해당 작가가 방송사에 종속된 형태로 근로를 제공했는지를 두고 근로자성 여부를 판단했다. 종속적 관계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업무내용을 사용자가 정하는지 △근로제공의 계속성·전속성 유무 등을 근거로 판단하는데, 재판부는 대부분 노동자쪽 주장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그나마 작가에게 재량권이 있는 최초 아이템 선정에도 방송사가 개입해 상당한 지휘·감독을 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원고작성이나 방송모니터링의 경우 상대적으로 자율성·창의성이 발휘될 여지가 크지 않은 데 반해, 뉴스 아이템을 선정하는 업무는 자율성·창의성을 많이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조차도 방송사가 이미 결정된 아이템 순서를 변경하거나 특정 아이템을 다른 것으로 대체하도록 하는 등 구체적인 업무지시가 이뤄졌다고 봤다.

방송사측은 최종 결정은 PD가 하더라도 최초 아이템 선정은 작가에게 재량권이 있기 때문에 지휘·감독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근기법상 근로자임이 명백한 회사의 사원도 자신이 담당하는 업무분장과 관련해 어떤 아이템을 선정하고 어떠한 내용으로 보고서를 작성할지 등에 관해 어느 정도 재량을 가진다”고 판시했다. 이어 △기계적·반복적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아닌 이상 근기법상 근로자라고 해서 업무에 관해 어떠한 재량도 가질 수 없는 것은 아닌 점 △실제로 아무런 제약 없이 최초 아이템을 선정한 것이 아니라 방송사가 마련한 기준에 따라 정해야 했던 점을 근거로 제시하며 사측 주장을 배척했다.

근무기간 동안 대학원 과정을 이수하거나, 다른 업체 업무를 수행한 점을 근거로 전속성을 부정한 사측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방송사 소속 근로자들 또한 업무와 병행해 학업을 수행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대학원 과정을 이수했다는 사정만으로 근로 제공의 전속성이 부정된다고 볼 수는 없다”며 “<뉴스투데이> 작가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방송이 종료된 이후 시간에 단시간 근로를 제공하거나 출근을 요하지 않는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근로제공의 계속성·전속성을 부정하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윤지영 변호사(공익인권법재단 공감)는 “위임계약인지 근로계약인지를 나누는 기준은 결국 재량권이 있는지, 이를 누가 결정하는지다”며 “법원은 이때까지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판단해 왔는데, 이번 판결에서 ‘회사 사원도 어느 정도 재량을 가진다’고 명시하면서 이것만 가지고 위임계약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부분은 다른 사무 프리랜서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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