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애림 노동권 연구활동가(노동자권리연구소)

지난 8일 ‘타다’ 운전기사가 근로기준법의 ‘근로자’가 아니라는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쏘카가 운영하는 실시간 차량·기사 호출 서비스인 ‘타다’의 운전기사(‘드라이버’)를 근로자로 인정한 중앙노동위원회의 판정을 뒤집은 것이다. 타다 서비스 자체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여객자동차법)과 충돌 문제로 2020년 중단됐지만, ‘혁신적’ 사업모델로 꼽히던 타다가, 실은 법적 책임을 회피하려는 탈법적 사업이었는지에 관심이 쏠렸다.

이 질문에 답하려면 우선 타다의 사업 구조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차량대여업 등을 하던 쏘카는 실시간 차량·기사 호출 서비스를 하기 위해 2018년 애플리케이션 회사인 브이시엔시(VCNC)를 자회사로 인수했다. 쏘카는 VCNC가 개발한 ‘타다 앱’에 가입한 이용자의 실시간 호출에 대해 차량과 기사를 동시에 제공하는 ‘타다 서비스’를 개시했다. 그런데 여객자동차법과 노동법의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쏘카는 운전기사는 ‘협력업체’를 통해 공급받는 형식을 취했다. 즉 타다 이용자의 측면에서 보면,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택시를 호출해 이용하고 요금을 결제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타다 기사의 측면에서 보면, 협력업체를 통해 모집된 기사들은 VCNC로부터 아이디를 부여받고 각종 업무관련 교육을 받았다. 1주일 단위로 희망하는 근무시간을 신청하면 VCNC가 차량을 배정했다. 기사는 배차받은 근무시간에 맞춰 ‘대기장소’로 출근했다가, 타다 앱을 통해 매칭된 승객을 이송했다. 법인택시 기사와 다를 바 없이 일했지만, 택시기사와 다른 점이 있다면 자유롭게 승객을 태울 수 없고 앱을 통해 강제 배정된 승객만을 태울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승객을 응대할 때에도 VCNC가 정한 지침대로만 말하고 복장 제한 같은 각종 규칙도 따라야 했다.

쏘카가 사업 개편 등으로 기사들에게 배차 중단을 통보하자, 몇몇 기사들이 노동위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다. 타다 기사들 대부분이 ‘프리랜서’로 협력업체와 계약서를 썼기 때문에 이들이 근로기준법의 ‘근로자’인지가 쟁점이 됐다. 2020·2021년 중노위는 타다 기사는 근기법의 근로자이며, 협력업체는 노동자공급업체에 다름 아니며, 타다 기사의 진짜 사용자는 쏘카라고 판단했다. 반면 이번 행정법원 판결은 타다 기사가 ‘근로자’가 아니며 쏘카가 ‘사용자’도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왜 행정법원은 타다 기사가 근로자가 아니라고 본 것일까? 판결문에서 제일 먼저 나오는 부분이, 쏘카와 타다 운전 사이에 아무런 계약 체결이 없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타다 기사는 협력업체와 계약을 체결하고, 협력업체는 다시 쏘카와 운전용역계약을 체결했을 뿐, 쏘카와 타다 기사 간에 직접적 계약이 없었으므로 쏘카가 사용자가 아니라는 논리이다. 덧붙여 행정법원은 쏘카·VCNC가 “협력업체를 통하지 않고” 타다 기사를 지휘·감독할 “계약상 권리”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이런 판결은 그야말로 노동법의 ABC를 모르는 것이다. 대법원이 ‘근로자’ ‘사용자’를 판단할 때 제일 먼저 강조하는 것이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제적으로는 이를 ‘사실우선의 원칙’이라 부른다. 국제노동기구(ILO)는 2006년 ‘고용관계 권고’를 통해 고용관계가 존재하는지 판단할 때는 노동의 수행 실태를 기준으로 삼아야 하고, 실질과 다른 계약 형식이나 당사자 간 합의는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영국 대법원은 우버(Uber) 기사의 노동자성이 문제가 된 사건에서 ‘사실 우선의 원칙’에 따라 판단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가 근로자와 사용자 간의 힘의 격차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노동관계의 실질이 아니라 계약을 중심으로 판단하게 되면, 결국 계약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사용자의 의도대로 근로자성을 판단하게 되는 치명적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타다 사건에서도 중요한 것은 쏘카가 기사를 지휘·감독할 ‘계약상’ 권리가 있었는가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타다 기사를 지휘·감독했는지다. 행정법원 판결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우고 있다.

이렇게 시작부터 엇나가기 시작한 판결은 쏘카 등이 각종 교육·지침·매뉴얼·가이드라인을 통해 타다 기사의 업무 내용을 정하고 업무 수행에 대한 지휘·감독을 한 사실을 부분적으로는 인정하면서도, 이것이 타다 기사를 구속하거나 제재를 가하지는 않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예를 들면 쏘카가 타다 앱을 통해 기사의 출퇴근, 콜(호출) 미수락 등 근태정보를 관리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이는 타다 서비스의 성격에서 비롯된 것일 뿐 쏘카가 ‘직접’ 근태가 불량한 기사에게 제재를 한 것은 아니라고 봤다.

쏘카는 ‘타다’의 성공 비결로 기사의 승차 거부나 난폭운전, 불편한 말 걸기 등이 없는 프리미엄 모빌리티 서비스를 내걸었다. 이런 표준화된 서비스를 하기 위해 쏘카 등은 호출한 승객과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는 타다 기사에게 강제배정을 하고, 기사가 승객을 응대하는 방식을 표준화시켰으며, 기사가 호출을 미수락하거나 승객으로부터 좋지 않은 평점을 받은 건수가 평균 이상이면 보수 삭감, 경고, 대면교육에서 계약해지까지 다양한 제재를 가했다. 그런데 행정법원은 쏘카의 이런 통제는 타다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필연적인 측면이거나 애초에 계약에 정해져 있는 사항일 뿐이라고 말한다.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중노위는 바로 그러한 측면이 타다 서비스의 본질적 사업요소로서 쏘카가 고안한 것이고 바로 그런 목적으로 기사를 통제했기에 쏘카가 실질적 사용자라고 판단했는데!

더 나아가 행정법원은 쏘카 등이 만든 각종 매뉴얼·가이드라인들은 협력업체에 참고용으로 공유한 것일 뿐이고, 내용이 완전히 동일한 문서라도 협력업체 로고가 박혀 있으니 이런 지침들은 협력업체가 시행한 것이라고까지 말한다. 비유하자면 완성차업체에서 작업시방서를 만들었지만 시방서 표지에 사내하청업체 이름을 박았으니 사내하청업체가 지휘·감독을 한 것이라는 논리다. 이미 우리 대법원은 이런 식의 ‘하청업체 끼워넣기’ 수법으로 원청의 사용자책임을 면하려는 꼼수는 물리쳐 왔다. 타다 사건에서 협력업체들은 타다 앱의 관리자 권한이 없기에 기사의 근태, 콜 미수락 정보 자체에 접근할 수조차 없었다. 단지 쏘카 등이 이런 근태정보를 협력업체에 전달하면서 노무관리를 맡긴 것뿐이다.

행정법원은 타다 기사가 어느 날 일할지 여부를 ‘자유롭게’ 선택했기 때문에 근로자가 아니라 개인사업자라는 사용자측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타다 기사는 1주일 단위로 자신의 희망 근무시간을 ‘신청’할 수 있을 뿐, 희망 시간에 배차할 것인지 여부는 쏘카 등이 결정했다. 신청자가 많으면 근태·콜 수락률·고객 평점 등이 높은 순서대로 배차가 결정됐고, 쏘카가 감차 등을 결정하면 배차가 중단되기도 했다. 타다 기사가 누렸다는 ‘자유’는, 마치 운수회사에서 대기 기사가 가지는 탄력적 근무시간이나 일용직이 내일도 구직활동을 할 것인가 여부를 선택할 ‘자유’에 불과했다.

행정법원 말대로 타다 기사가 ‘근로자’가 아니라면, ‘개인사업자’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런 결론을 내리기 전에 법원은 노동자가 사업가적으로 이윤을 창출할 수 있었는가를 따졌어야 한다. 그런데 스스로 승객을 선택할 수도, 근무시간을 정할 수도 없고, 시간당 기본급이 정해져 있었던 타다 기사에 관해 행정법원이 발견한 ‘개인사업자’로서의 자유란 “친절도 등 스스로의 노력 여하에 따라 타다 서비스 이용자로부터 추가적인 금원으로서 팁을 받을 수 있는 여지”가 유일하다. 승객에게 추가적 금원을 요구할 경우 계약해지하도록 돼 있는 쏘카 등의 지침의 존재도 깡그리 무시한 채, 우리 사회에서 별로 가능성도 높지 않은 ‘팁을 받을 수 여지’가 개인사업자라는 유일한 근거인 셈이다. 영국·프랑스·스페인 대법원들이 플랫폼 운송노동자가 플랫폼기업의 앱을 통하지 않고서는 노무를 제공할 수 없고, 독자적으로 고객을 찾을 수 없고, 플랫폼이 정하는 방식 이외의 방식으로 일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플랫폼 노동자가 개인사업자가 아니라고 하면서, 이들이 보수를 더 많이 얻을 유일한 가능성은 스스로 노동시간을 늘리는 것뿐이라면 이는 근로자로 바야 한다고 한 판례들과 한참 동떨어진 인식이다.

행정법원이 대법원 판례와도, 외국 판례와도 동떨어진 판단을 내린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문구가 있다. 판결문 말미에 행정법원은 “공유경제질서의 출현에 따른 다양한 형태의 사적 계약관계를 존중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플랫폼기업이 ‘혁신’을 빌미로 노동법 적용을 회피하려는 불공정한 행태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이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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