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애림 노동권 연구활동가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진땀이 나는 더위가 왔다. 고용노동부의 ‘폭염 대비 근로자 건강보호 대책’에 따르면 온열질환 예방을 위해 사업주는 물·그늘·휴식을 제공해야 한다. 체감온도 33°C 이상 혹은 폭염주의보 발령시 매시간 10분씩 휴식공간에서 휴식을 보장해야 하며, 중량물을 반복적으로 취급하는 작업을 하는 노동자에게는 휴식시간이 추가 배정돼야 한다. 노동부는 6월부터 9월 초까지 온열질환 예방을 위한 사업주의 조치가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확인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냉·난방기 설치, 휴게시간 보장 등에 관해 교섭하자는 요구는 묵살하고 오히려 교섭위원을 해고하는 기업이 있다. 바로 온라인 유통업 1위를 차지한 쿠팡이다.

2020년 5월 쿠팡 부천물류센터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 쿠팡은 노동자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도 않고 방역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결국 150여명의 노동자, 가족들이 집단감염됐지만 지금까지도 쿠팡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2020년 10월에는 일용직으로 1년4개월 동안 물류센터에서 새벽 근무를 했던 27살 장덕준씨가 사망했다. 그는 사망 전 8~9월 동안 7일 연속 70여시간을 일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월에는, 동탄물류센터에서 일용직으로 일했던 여성노동자가 전날 오후 6시부터 당일 오전 4시30분까지 근무한 뒤 화장실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 쿠팡의 ‘로켓배송’ 뒤에는 냉·난방기 없이 살인적 더위·추위를 고스란히 감내하며 중노동을 하는 노동자들의 희생이 있다. 이런 현실을 바꿔 보고자 지난해 6월 쿠팡 노동자들이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를 설립했다.

지회는 올해 4월까지 15차례 쿠팡에 교섭을 요구했다. 그러나 9개월 동안 쿠팡은 노조의 요구안에 대해 “교섭 의사 없음” 외에는 아무런 입장을 제시하지 않았다. 노동법 교과서에 나오는 전형적인 ‘교섭해태’의 부당노동행위다. 오죽하면 중앙노동위원회조차 ‘조정 불가’로 지난달 20일 조정중지 결정을 내렸다. 심지어 쿠팡은 교섭위원인 지회 인천분회장, 직장내 괴롭힘 해결과 휴게시간 보장을 요구했던 인천분회 부분회장, 부천신선센터분회 조직부장에 대해 계약종료 통보를 했다.

지회의 요구는 지극히 기본적인 인권을 보장하란 것이다. 노동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냉·난방기 설치와 적정한 휴게시간 보장, 직장내 괴롭힘 방지, 노조활동 보장 등 이미 법제도로 인정되는 노동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좀 더 깊이 들어가 보면, 노동부 대책에도 나오는 10분 이상의 휴게시간 보장조차 쿠팡의 노무관리 시스템이 구조적으로 변화해야만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컨베이어벨트 속도에 노동자를 갈아 넣어야 하는 고속·고강도의 노동, ‘생산성’이 떨어지면 손쉽게 아웃(계약종료)시켜 버릴 수 있는 3개월·9개월·1년짜리 쪼개기 계약, 조금이라도 불만을 표시하는 사람에 대한 집요한 직장내 괴롭힘…. 이런 구조를 바꾸지 않고선 ‘1시간에 10분 휴식’조차 실현되지 않을 것이다.

안전과 건강을 위해 노동시간뿐만 아니라 노동강도에 대한 노동자의 권리 보장이 필요하다는 인식은 해외에서 먼저 확산하고 있다. 지난달 3일, 뉴욕 주의회가 물류센터 노동자 보호법(Warehouse Worker Protection Act)을 통과시켰다. 지난해 9월 캘리포니아 주의회가 AB701 법안을 입법한 후 2번째다. 물류센터 노동자가 알고리즘에 의해 자신에게 할당된 작업량(생산성 쿼터)에 대해 알 권리, 안전보건법령을 준수할 수 없게 만드는 쿼터 부여를 금지하는 법제가 도입되는 것이다. 뉴욕주의 법안은 캘리포니아주법을 보다 강화해 작업량 쿼터제가 징계와 같은 노무관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 권리를 보장하고, 적정한 휴게시간 및 화장실 갈 시간 등을 침해하는 쿼터 부여를 금지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또한 이 법들은 ‘사용자’를 “물류센터에서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근로자를 사용하며 그 노동조건을 통제하는 자”로 정의해 원청도 사용자에 포함됨을 분명히 하고 있다. 쿠팡처럼 물류센터 관리를 위해 쿠팡풀필먼트란 자회사를 만들고, 파견업체를 통해 노동자를 공급받는 경우 이들에 대해 쿠팡이 사용자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이 된다. 적정한 휴게시간 보장, 노동강도 개선은 노동자의 기본적 권리이자 사용자가 교섭할 의무가 있는 사항이다. 쿠팡은 부당노동행위 중단하고 교섭에 실질적으로 나서야 한다.

노동권 연구활동가 (labory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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