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대우조선해양 사측 관계자가 하청업체 대표와 소장에게 노동자 작업 투입을 독려하며 “하나하나 박멸해 나가자”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박멸” 주체가 명시돼 있지 않지만 파업 중인 하청노동자를 지칭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청노동자 파업에 반대하는 이들이 최근 카카오톡 오픈채팅방(단체대화방)을 만들었는데, 대화방에도 “하청노동자를 박멸하자”는 내용의 글이 잇따라 게시되고 있다.

하청노동자 겨냥 ‘막말’
익명 단체대화방에서도 반복

22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원청 관계자는 지난 21일 도장업체 대표와 소장에게 “내일은 터고보트가 아닌 07:40 전체 집결해 N안벽 걸어서 작업투입한다”며 “평산과 성해 작업자 없어도 대표, 소장님 참석 부탁드린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대우조선해양은 하청노동자 점거농성으로 N안벽 작업 노동자가 현장 진입이 어렵게 되자 회사는 작업자들을 보트로 이동시켜 작업을 진행했다. 메시지는 ‘22일에는 오전 7시40분에 모여 보트가 아닌 도보로 작업장까지 들어가니 참석하라’고 지시하는 내용이다.

이 관계자는 메시지 말미에 “대표 주관하시어 생산직 인원 함께 작업의지를 보여주시고 하나하나 박멸해 가시죠”라고 썼다. 무엇을 박멸하자는 것인지 설명이 없지만,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는 파업 중인 하청노동자를 지칭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회는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21일째 파업을 하고 있다.

“박멸하자”는 문구는 지난 18일 만들어진 단체대화방 ‘대우조선해양을 지키는 모임’에도 반복해서 등장한다. 300명이 넘는 익명의 단체대화방 참여자들은 “지들 잇속만 챙기는 것들이 어디서 동참을 구걸합니까. 박멸이 답입니다”라거나 “물류쪽과 1도크 한 번 뚫어서 박살을 내서 이 쓰레기들 완전 박멸합시다”는 글이 게시됐다.

지회는 대화방에 회사쪽 관계자가 참여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단체대화방을 개설한 관리자는 자동 메시지를 보내 “우리의 삶의 터전인 대우조선해양을 악의 집단에서 지키는 방”이라며 “회사 내 불법적이고 악랄한 행위에 대해 많은 신고 바란다”고 수시로 공지하고 있다. 관리자 닉네임은 ‘공권력 투입’이다.

공권력을 투입해 파업하는 노동자를 진압해야 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대우조선해양 협력사 대표들은 지난 21일 오전 거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하청노동자 파업을 불법행위로 규정하고 정부에 공권력 투입을 요청했다.

단체대화방 공지에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37조3항 “노동조합은 사용자의 점유를 배제해 조업을 방해하는 형태로 쟁의행위를 해서는 아니 된다”를 비롯해 쟁의행위에 관한 법 조항이 나열돼 있다.

대우조선해양 “작업 독려하는 문자”

조선소 안 8개 거점에서 농성을 했던 지회는 거점 농성을 멈추고 이날부터 선박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1도크에서 건조 중인 대형 원유운반선(VLCC) 5495호선의 10미터 높이 상단에 6명이 올랐다. 또 다른 조합원은 원유운반선 바닥에 스스로 만든 가로·세로·높이 각 1미터의 철 구조물 안에 몸을 가둔 상태다. 이 조합원은 “우리가 무너지면 대우조선만 아니라 현대·삼성 모든 하청노동자들이 이 지옥 같은 삶을 살 수밖에 없다”며 “끝까지 단결해서 이길 때까지 싸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회는 “대우조선해양이 하청노동자 임금인상 요구를 외면하고 끝내 폭력으로 진압하려고만 한다면, 우리는 모든 것을 걸고 끝장투쟁을 하겠다”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하나하나 박멸해 가자’는 내용이 담긴 문자에 대해 “익명 단톡방에 돌아다니고 있는 문자로 보낸 사람이 누군지 알 수 없다”며 “하청노동자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공정을 완료하려고 공정을 독려하는 문자”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오픈채팅방을 회사가 운영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지회가) 불법행위를 하는 것은 사실이니 회사 생산부서에서 대응차원으로 채증해 알려 달라고는 한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