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노조 KDB산업은행지부는 지난 1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산은 본점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 이전을 추진하는 강석훈 산은 회장을 규탄했다. <이재 기자>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이 노동자와 만난 자리에서 “건물이 아니라 사람이 실체”라며 산은 부산이전 의지를 드러내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화적 자세를 기대했던 노동자들은 더욱 반발하는 분위기다.

19일 금융노조 산업은행지부(위원장 조윤승)에 따르면 강 회장은 지난 16일 오전 지부와 만난 자리에서 “산은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사람 한 명 한 명이 발전하도록 노력하겠다”며 “건물이 실체가 아니라 사람이 실체”라고 말했다. 지부와 산은 노동자들이 산은이 부산으로 옮기는 ‘물리적’ 이전에 대해 반발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부산 이전 의사를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다.

조윤승 위원장은 “처우 개선이나 개인 발전 지원 같은 대목을 듣고 있던 현장 노동자들이 강 회장의 해당 발언 이후 물러가라며 목소리를 높이는 등 반발이 거세졌다”며 “그간 지부는 강 회장에게 적어도 노동자와 대화하려는 자세를 보이고 노동자들의 의사를 정부에 전달하는 창구로서 역할해 달라고 촉구해 왔는데 해당 발언 이후 사실상 유화적 분위기는 소멸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강 회장이 노동자를 오히려 자극하면서 대화가 더욱 어렵게 됐다는 것이다. 이 자리에서 강 회장은 “또 대화하겠다”며 “지방이전에 대해 계속 반대 의견을 말해도 좋다”고도 말했다고 지부는 전했다.

지부는 강 회장이 이런 발언을 한 이튿날인 지난 1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산은 본점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적 논리에 의한 산은 지방이전을 고집하면 정권을 넘어 우리 경제에 재앙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산은 이전 압박을 멈추고 실효성 검토를 한 뒤 국회의 판단에 맡기자”고 주장했다.

지부는 “누가 한국산업은행법에 명시된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는 법규정을 무시한 채 본점 이전을 결정할 권한을 회장 내정자에게 부여했느냐”며 “회장 내정자의 행태는 국회를 넘어 국민 전체를 무시하는 오만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강 회장이 출근한다고 해도 산은의 어떤 임직원도 강 회장을 따르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하루 빨리 깨달아야 할 것”이라며 “윤석열 대통령도 처음부터 잘못된 정책이라는 것을 인정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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