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부터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가사근로자법)이 시행했다. 정부 인증을 받은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이 직접고용한 가사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퇴직금·연차수당과 사회보험을 적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노동법 사각지대에 있던 가사노동자 보호를 위한 이 제도를 정착하기 위한 과제는 무엇일까.

▲ 최영미 한국가사노동자협회 회장
▲ 최영미 한국가사노동자협회 회장

‘가사근로자법’이 16일부터 시행하면서 현장은 시끌벅적하다. 기대와 불안이 반반이라면 좋겠지만 사실 불안이 더 앞서고 있다.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을 상대로 지난달 진행된 고용노동부의 권역별 설명회에서도 많은 우려가 쏟아져 나왔는데 내용은 대동소이했다.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의 법 준수 부담에 비해 정부의 지원이 너무 빈약하다는 점, 기존 사업자들에는 진입장벽이 너무 높다는 점, 법이 너무 포괄적이어서 현실 사업에 적용하기에는 많은 해석이 필요하다는 점 등이었다.

정부 지원이 너무 빈약하다는 것은 종사자를 고용할 경우 각종 수당·퇴직금·사회보험 및 배상보험료 등 노무비용이 20-30% 인상되지만 정부가 제시한 부가세 면세, 보험료 지원 정도로는 이를 상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60대 이상 종사자가 다수이기 때문에 국민연금·고용보험료 지원은 사업자에게나 종사자에게나 실질적인 인센티브가 되기 어렵다.

다음으로 기존 업체들에 진입장벽이 높은 이유는 그간 개인사업자·직업소개방식이 주류였기 때문에 세무회계·인사노무·경영관리 능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하기 때문이다. 공인노무사들조차 어려워하는 노동관계법 해석 문제에다가 보험료 지원 신청, 세금 신고도 복잡하고 이용요금 고지, 이용계약 체결 등 이전에는 해 보지 못했던 업무도 늘어난다.

세 번째로 법이 너무 포괄적이라는 것은 법 적용 대상인 ‘가사서비스’를 ‘청소·세탁·주방일과 가구 구성원 보호·양육 등 가정생활의 유지 및 관리에 필요한 업무일 것(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일 것)’이라고 정의해 업무마다 해당 여부에 대한 해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업체의 우려는 노동자 입장에서는 나를 고용해 줄 제공기관이 과연 얼마나 늘어날 것인가와 직결된다. 일단 고용관계가 늘어나야만 지지고 볶든 법의 테두리 내에서 최소한의 보호를 받을 수 있고 문제점을 개선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이러한 업체의 우려에 즉각 대응해야 한다.

먼저 보험료 지원을 현실화해야 한다. 가사노동자의 다수가 50~60대이기 때문에 국민연금 지원 효과는 상대적으로 저감된다. 오히려 건강보험료 지원이 현실적이다. 최근 서울에는 집 한 채만 있어도 6억원이 훌쩍 넘는다는 점에서 과세표준액 6억원 미만이어야 한다는 지원기준도 완화되어야 한다. 업체에게는 상시적인 인사·노무 지원을 제공해야 하고, 노동자들게에는 상시적인 고충·법률 상담창구가 필요하다. 법에 정한 교육훈련 지원도 당장 대책이 나와야 한다. 기업이 설치하게 돼 있는 노사협의회 등 고충처리 수단도 실질적으로 가동돼야 한다. 비용 부담 없이 가사노동자들이 교육·훈련을 통해 업무역량을 강화할 수 있어야 한다. 법 3조에 명시된 ‘국가와 지자체는 가사근로자의 고용안정, 권익향상,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이 교육훈련 제공방안, 고충처리 및 상담창구 설치, 일자리 지원방안으로 시급히 구체화돼야 한다.

그럼에도 이 법의 의미는 여전히 유효하다. 가사노동자의 문제를 사회공론화했다는 점, 비정형노동을 법의 테두리로 끌어들이는 역사상 첫 번째 실험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따라서 이 법이 가사노동자를 둘러싼 시장 질서, 노동 관행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키려면 최소 10년은 걸릴 것이다. 위에서 얘기한 내용들은 변화를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다.

업체들에도 이 법에 적극 부응할 것을 요청한다. 특히 ‘시장을 혁신’하고 있다는 플랫폼업체들이 고용부담을 회피하지 말고 시범일지라도 가사노동자들을 고용함으로써 노동관계 혁신에도 앞장서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