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영연 공인노무사(민주노총 법률원)

인구 8만의 작은 군단위 농어촌 버스회사 운전기사인 노동자 A씨는 2020년 3월 어느 날, 근무 중 브레이크가 밀리는 현상이 발생해 회사에 보고했다.

A씨는 휴게시간에 차량을 수리하려 했으나, 차량수리 시간이 부족해 결국 브레이크가 고장났고 차량운행이 불가능한 상태가 됐다.

A씨는 회사에 차량이 고장났다는 것을 보고하고 한참을 대기하다 정비사가 도착해 임시 조치한 후 정비사와 함께 차량 운행이 불안정한 상태로 회사로 돌아갔다. A씨는 고장난 차량 때문에 하루종일 스트레스를 받으며 운전을 했고 그날 오후 차량은 정상적으로 운행될 수 없었다.

회사는 차량 고장이 발생한 날부터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해당 사건이 있었던 날의 차내 CCTV를 판독해 A씨에게 “방지턱 제한 속도를 시속 3킬로미터 초과 운행한 행위, 앞의 차량을 추월해 중앙선 반대차선으로 운전한 행위, 고장차량 회차 중 차내에서 흡연한 행위, 운행노선 결행 행위”를 징계사유로 통보하고 정직처분했다.

A씨에 대한 정직처분은 다른 조합원 5명에 대한 징계해고와 함께 통보됐다. 이 버스 회사는 복수노조 사업장이다. 2020년 7월 A씨와 버스운전자 10명은 기업노조를 탈퇴하고 민주노총에 가입했다.

A씨와 조합원 5명이 징계통보를 받은 시점은 노동조합 설립 후 얼마 되지 않은 때였고, A씨가 관할 지방노동청에 회사 대표이사를 직장내 괴롭힘으로 신고하자 대표이사의 직장내 괴롭힘 행위가 인정돼 개선지도 명령이 내려진 직후였다.

시내버스 회사가 버스 안에 설치된 CCTV를 원래의 목적인 교통사고 증거수집이나 범죄예방과 관계없는 운전기사 근무태도 감시에 악용하고, 그 내용을 판독해 징계사유로 삼는 것은 목적 외 이용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다.

A씨가 근무하는 버스회사에서 특정 노동자를 표적으로 CCTV 영상 녹화물을 판독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운전자를 징계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 지역은 버스노선 특성상 거의 동시에 동일 노선에 여러 대 버스가 다니고 있어 탑승 이용승객이 없는 경우 뒷차는 회사로 들어오는 일이 관행처럼 여겨지고 있었다. 이때 회사로 들어오는 차량 운전기사를 사업주가 ‘운행노선 결행’으로 징계한 적이 없었음에도 유독 A씨만 CCTV를 판독해 징계사유로 삼았다.

반면 기업노조 조합원들은 위와 같은 결행행위가 4개월간 무려 73건이 적발됐음에도 회사는 단 한 번도 적발된 기업노조 조합원 차량의 CCTV를 조회하거나, 징계하지 않았다.

A씨와 민주노총 조합원들에 대한 징계는 기업노조 조합원들에 대한 제재와 비교해 현저히 형평성을 상실했고, 누가 봐도 민주노총 조합원임을 이유로 한 부당노동행위다.

대표이사는 위 징계를 시작으로 소수노조 조합원들에게 고정 차량을 주지 않고 비고정기사로 발령하고, 비고정기사인 A씨에게 차량 파손 등의 이유로 정직처분 후 몇 달 뒤 또 징계처분을 했다. 이 징계처분은 지방노동위원회에서 구제신청이 기각됐다가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부당징계로 인정됐다. 초심 취소 이유는 차량상태를 잘 모르는 비고정기사에게 차량고장의 원인이나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이다. 비고정기사가 노후된 차량을 타기 마련인 노동현장의 실정을 안다면 상식적인 판정이다.

노조의 전 지회장은 노동탄압을 견디지 못하고 퇴사했는데, 퇴사 후에 극심한 생활고와 스트레스를 겪었다. 작은 시골마을은 한 직장에서 해고를 당하거나 소문이 좋지 않으면 그 지역에서 아르바이트조차 구하기 어렵다고 한다. 전 지회장은 퇴사 후 대리운전을 했는데, 어느 날 대리운전 호출을 받고 나가 보니 기업노조 조합원이 손님이었다고 한다. 기업노조 조합원은 대리운전 회사에 전화를 걸어 전 지회장에게 일자리를 주지 마라고 항의했다고 한다.

A씨는 지속적인 징계에 시달리다가 끝내 해고돼 노동위에 구제를 신청했고 판정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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