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이더유니온이 14일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JU동교동에서 배달의민족 실거리계산 알고리즘 사기죄 고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배달의민족 라이더 A씨는 최근 서울 성북구 길음역 근처 픽업지(수령지)에서 안암역 부근 도착지까지 배달을 하다 황당한 일을 겪었다. 배민 앱에서는 예상 이동거리가 2.7킬로미터로 책정됐는데 막상 주행해 보니 유턴을 하려면 800미터를 더 이동해야 했기 때문이다. 거리에 따라 라이더가 받는 배달료도 조금씩 차이가 난다. 상용 내비게이션으로는 배민 앱과 달리 유턴 거리가 포함돼 수령지에서 도착지까지 추천경로가 3.5킬로미터로 나왔다. A씨는 “안전하게 배달하고 싶지만 라이더 입장에서는 불법유턴을 하고 싶은 충동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배달의민족이 정확한 거리를 기준으로 한 배달료 산정을 위해 지난 4월부터 직선거리가 아닌 실제 거리를 기준으로 적용하기로 했는데 여전히 실제 이동거리보다 짧게 예상 이동거리가 책정되면서 라이더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라이더유니온은 교통상황을 반영한 제대로 된 실거리 요금제 도입과 알고리즘 협상권을 보장할 것을 촉구했다.

‘직선거리→내비 실거리’로 변경한다더니

라이더유니온은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JU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달부터 최근까지 서울 도심에서 배민 배달 100건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분석 결과 내비게이션 거리와 배민 자체 앱 거리가 100미터 이내로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 경우는 28%로 나타났다. 평균 오차 값은 350미터였고, 최대 거리 오차 값은 1.9킬로미터였다. 배민 앱이 내비게이션 거릿값보다 큰 경우는 100건 중 4건에 불과했다. 이날 라이더유니온은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청년들을 사기죄로 마포경찰서에 고발했다.

배민은 지난 4월21일부터 기본배달료 및 거리할증 산정 기준을 ‘직선거리’에서 ‘도로정보에 기반한 예상 이동거리’로 변경한다고 공지했다. 산이나 강 같은 지형지물을 고려하지 않은 채 직선거리로 배달료를 산정하면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된 탓이다. 배민은 교섭대표노조인 서비스일반노조와 지난 1월 2021년 임금협약을 체결하면서 “거리할증은 내비게이션 실거리를 기준으로 한다”고 합의했다.

그런데 라이더유니온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10건 중 7건 이상은 상용 내비게이션 거리보다 배민 앱 예상 거리가 적게 책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재훈 라이더유니온 서울지부 사무국장은 “배민 앱에는 유턴, 일방통행, 좌회전 가능 여부와 같은 교통정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며 “오차가 없는 경우는 경로가 대체로 직선이거나 유턴이 없는 경우”라고 설명했다.

라이더유니온이 자체 검증한 사례를 보면 남대문로에서 청파로로 이동할 때 내비게이션 추천경로는 3.4킬로미터인데 배민 앱에서는 예상 이동거리가 2.1킬로미터로, 1.3킬로미터 차이가 발생했다. 라이더 입장에서는 배달료를 약 1천40원 적게 받게 된다. 신림로에서 도림천로로 가는 경우에도 내비게이션은 5킬로미터, 배민 앱은 3.9킬로미터가 나왔다. 오차 값 1.1킬로미터가 발생해 배달료는 880원 차이가 났다. 배재훈 사무국장은 “교통법규를 준수하며 배달을 하는 라이더들은 기본배달료를 1천~2천원씩 덜 받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는데 전업라이더에게는 적지 않은 금액”이라고 말했다.

사측 “내비게이션 거리산정 일관성 없어 부적합”

배달료만의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으로는 라이더의 전반적인 노동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알고리즘이 투명하게 운영되지 않고 있는 문제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실장은 “알고리즘이 배달료 같은 노동조건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만큼 취업규칙으로 해석해야 한다”며 “스페인에서는 노동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알고리즘 및 AI의 기초가 되는 매개변수 정보 등을 노조에 반드시 제공하도록 법으로 보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라이더유니온은 정부와 국회에 알고리즘 검증위원회 구성을 포함해 △안전배달료 도입 △라이더보호법(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및 자동차관리법 개정안) 통과를 촉구했다.

우아한청년들 관계자는 “교통정보를 반영한 경로로 안내하는 기존 일반 내비게이션은 경로 및 거리 산정이 일관되지 않아 배달료 산정 기준으로 삼기에 부적합한 측면이 있다”며 “경로 설정이 실제 도로정보와 차이가 나는 구간들을 계속해서 검토하는 등 해당 시스템에 대한 고도화 작업을 꾸준히 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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