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올해 말로 시한이 정해진 안전운임제 일몰조항을 없애기 위해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파업에 돌입한 지 9일로 3일차를 맞았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대규모 파업으로 권력의 ‘갈등조정 능력’을 가늠할 첫 시험대로 평가받는다.

이번 파업 국면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정치인은 조오섭(53·사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그가 지난해 1월 발의한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화물자동차법) 개정안 통과가 화물연대본부의 요구사항이기 때문이다. 파업이 시작되면서 1년 넘게 계류돼 있던 법안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국회·정부·화주·운송사·화물노동자가 섞인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파업을 두고 다양한 쟁점이 제기되고 있지만, 법안의 내용은 단 한 줄에 불과하다. ‘화물자동차법 부칙 2조를 삭제한다’는 것이다. 화물자동차법 개정으로 2020년 1월부터 시행된 안전운임제의 효력을 2022년 12월31일까지로 제한하는 부칙을 없애는 내용이다.

정부는 파업에 ‘엄정 대응’ 입장을 되풀이하고, 화물연대본부는 “대화에는 대화로, 탄압에는 투쟁으로”를 외치며 ‘강대강’ 힘겨루기가 계속되고 있다. 여당이 머뭇거리는 사이 그 어느 때보다 야당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조오섭 의원을 만났다.

“안전운임제, 도로 위 국민 생명 보호하는 제도”

- 화물자동차법 개정안을 발의한 배경이 궁금하다.
“화물운송 절차를 살펴보면, 화주가 운송사에 화물 이동을 의뢰하고 운송사가 화물노동자에게 일감을 주는 구조다. 운임이 낮으면 화물노동자(차주)는 과적·과속·과로를 하게 된다. 따라서 교통사고 위험은 커지고 노동조건도 안 좋아진다. 이를 막기 위해 화물연대본부가 지속적으로 안전운임제를 요구해 왔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공약에 안전운임제를 포함하고, 국정과제로 채택하면서 2020년부터 시행됐다. 그런데 안전운임제 시행 과정에서 국민의힘(당시 자유한국당) 반대가 굉장히 심했다. “자유경제시장을 침해한다”거나 “사회주의적 법안이다”며 법안을 반대했다. 여야 협상을 통해 이 법안을 3년 일몰제, 컨테이너·시멘트 2개 업종에만 적용하게 됐다. 올해 말이면 제도가 일몰되는데 지금까지 시행했던 것을 평가·분석해 보니 안전운임제로 졸음운전·과적이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났다. 그렇기 때문에 일몰제를 폐지해 항구적으로 안전운임제를 적용할 수 있도록 법안을 발의했다. 안전운임제는 단순히 노동자 운임 문제일 뿐만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다.”

2018년 3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와 교통법안심사소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정부가 이거(운임) 얼마 줘라, 그거 안 지키면 처벌받는다는 게 이건 뭐 사회주의 국가”(함진규)라며 “이렇게 하다 보면 우리가 사회주의국가로 나아갈지도 모른다”(박맹우)는 이유로 안전운임제를 거세게 반대했다. 긴 논의 끝에 컨테이너·시멘트 2개 품목에 제도 적용을 한정하기로 하고, 일몰제로 의견이 좁혀졌다.

이헌승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은 “시행기간을 설정하는 일몰제를 도입하면 어떤가 싶다”며 “3년 정도 시행해 보고 일몰 1년 전에 국토교통부 장관이 안전운임제 시행 결과를 분석해 연장의 필요성이나 제도보완 사항을 국회에 보고해 법안을 완벽하게 하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다. 김현미 당시 국토부 장관이 이에 대한 수용의 뜻을 밝혔다.

- 화주 단체가 물류비 부담을 이야기하며 안전운임제 연장에 반대한다.
“화물노동자는 대부분 지입차주다. 기름값이 매우 큰 부담인데 경윳값이 많이 오르면서 운행할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일몰제를 폐지해 이런 상황을 막아야 한다. 물론 화주 입장도 있지만 국민 생명과 안전이 우선돼야 하므로 일몰조항 삭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옳다.”

“정의당과 야권 정책연대도 가능한 법안”

- 올해 안에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얼마나 되나.
“2020년에 국회의원이 되고 나서 그해 국정감사에서 안전운임제를 지적하고 이듬해 법안을 제출했다. 그런데 국민의힘이 교통법안심사소위 위원장을 맡으면서 법안을 상정하지 않고 쟁점법안으로 규정해 보류돼 왔다. 정치의 역할은 갈등을 해소하는 것이다. 이해당사자도 부르고, 법안을 어떻게 할지 논의해야 하는데 법안 보류는 해결책이 아니다. 이 법안은 민주당에서 관심법안으로 주시하고 있고, 박홍근 원내대표가 지난 4월 화물연대본부와 간담회를 가질 때 발언한 바가 있기 때문에 올해 안에 반드시 통과될 것이다. 정의당과 정책연대도 가능한 법안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꾸준히 안전운임제를 지지하는 목소리를 내 왔다. 지난해 조오섭 의원이 화물자동차법 개정안을 발의한 데 이어서 지난 4월 같은 당 박영순 의원도 유사한 법안을 발의했다. 지난 2월 화물연대본부와 이재명 당시 대선후보는 ‘안전운임제 전면실시’를 포함한 내용의 정책협약을 맺기도 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지난 4월과 9일 화물연대본부와 간담회를 갖고 “안전운임제 일몰조항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 법안 통과 과정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여당 반대인가.
“처음 이 법안이 만들어질 때부터 국민의힘 반대가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자유시장경제를 침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두 번째 걸림돌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것이다. 대통령실이 ‘화물차주는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파업이 불법’이라고 했는데 화물노동자는 차주이기도 하지만 운송사에 소속된 노동자다. 특수고용 노동자 지위를 인정하지 않고 엄정 대응을 이야기하면 이 갈등을 해소할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 않나. 이런 것들이 걸림돌이다.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에서 TF 구성이나 직접적 대화와 같이 전향적으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 나서야 한다.”

정기훈 기자
▲ 정기훈 기자

“국토부, 정권 바뀌면서 입장 변해”

- 화물연대본부는 지금 시점에서 정부가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정부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법안이 논의될 당시 3년간 일몰제를 시행한 뒤 일몰되기 1년 전에 국토부가 (제도) 평가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아직 평가서는 제출되지 않았다. 국토부는 화주 단체인 한국무역협회 눈치를 굉장히 많이 본다. 윤석열 정부도 무역협회를 고려한다든가 자유시장경제 논리를 많이 따지고 있어서 국토부에서 움직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정부가 바뀌기 전 올해 초 국토부와 만났을 때는 일몰제 폐지에 대해 긍정적 입장이었다. 정부가 바뀌면서 입장 변화가 있는 듯하다.”

- 당론으로 채택하기는 어려운 상황인가.
“어렵지는 않다. 다만 당론으로 정하지 않더라도 관심법안으로 보고 있고, 민주당 내에서 화물연대본부 파업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어 충분히 법안이 통과되리라고 본다.”

“원구성 되면 안전운임제 최우선 추진할 것”

- 파업이 길어지고 있는 만큼 국회의 역할도 필요해 보인다.
“아직 원구성이 되지 않았다. 새로 국회 국토위가 구성되면 제일 먼저 추진할 것이다. 안전운임제 효과가 이제 나타나고 있다. 제도가 정착돼 가는 중이고, 상당히 효율적인 제도라는 점도 밝혀졌다. 그런데도 이 제도를 없애겠다고 하는 것은 국민 생명과 안전, 노동자와 약자의 이익을 대변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 일몰기한이 6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서둘러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단 언론에서 관심을 가져 줘서 정말 고맙다. 지금 공론화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국민도 안전운임제를 살펴보면 ‘필요한 법안이구나’ 하고 동의할 것이다. 국민이 요구하면 윤석열 정부도 움직일 수밖에 없지 않겠나. 민주당뿐 아니라 정의당과 야권이 서로 협의해 법안을 공론화해 나가고 통과될 수 있도록 움직이고 논의하는 과정이 앞으로 있을 것이다. 6개월밖에 시간이 남지 않아 그전에 서둘러 처리해야 한다. 국회가 구성되면 제일 먼저 처리해야 할 법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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