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임금피크제 소송이 불붙을 가능성이 커졌다. KB국민은행 노동자들이 첫 불씨가 될 전망이다. 공공기관에도 대법원이 위법으로 판단한 정년보장형 임금피크제가 6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노조 KB국민은행지부는 임금피크제 소송인단을 이달말까지 모집해 이후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라고 7일 밝혔다. 대법원이 지난달 26일 임금피크제 효력을 판단하는 4가지 기준을 제시한 판결을 한 뒤 사실상 첫 사례다.

2008년 대상조치 ‘정년연장’ 현 시점 효력 쟁점

지부는 “국민은행은 2008년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현재 만 56세 이후 진입하고, 보수 삭감률은 185%”라며 “지부와의 합의에도 임금피크 진입 이전과 동일한 직무를 부여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만약 임금피크 진입 이후 직무나 노동시간 같은 노동강도 완화 없이 임금만 삭감했다면 차별에 해당할 여지가 크다.

이와 함께 국민은행이 2008년 제도를 도입하면서 당시 정년을 만 58세에서 만 60세로 연장한 게 대상조치에 속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2008년 제도 도입 당시에는 정년을 연장하는 형태의 대상조치가 있었던 셈이지만, 2016년 이후 법적 정년을 만 60세로 상향한 이후 임금피크제에 돌입한 노동자들에게도 대상조치로서의 효력이 있는지 다퉈 볼 여지가 있다.

지부는 “임금피크제 도입 전후로 담당하는 업무·업무량에 변화가 없거나 임금피크제 대상이 아닌 노동자와 비교했을 때 임금피크 노동자의 업무량·실적이 높으면 임금피크제 대상 노동자에 더 이상의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소송 같은 법적 절차를 제기하고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책연구기관 “공공기관 44%, 임금 깎여도 같은 업무량”

공공기관도 임금피크제 폐기를 요구하면서 소송을 예고했다. 한국노총 공공부문 노조협의회는 7일 “(정부는) 공공기관 임금피크제를 완전히 폐기하라”며 “많은 연구를 통해 임금피크제의 부작용이 증명됐고, 대법원 판결로 법리적으로도 사망선고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임금피크제가 절반 이상 이른바 ‘정년보장형’이라 문제소지는 더 크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지난해 7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2기 공공기관위원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19년 9월 기준 국내 공공기관 354곳 가운데 현재 정년을 보장하고, 정년 이전 일정 시점부터 임금을 삭감하는 정년보장형 기관은 213곳(60.2%)이나 됐다. 대법원이 위법하다고 판결한 임금피크제도 정년보장형이다. 같은 자료에 따르면 임금피크제 대상자가 기존 직무를 유지하는 비율은 39.7%로, 임금 감액과 관계없이 업무량이 같은 비율도 44%로 나타났다.

한공노협은 “기획재정부도 연구 결과에 따라 임금피크제 완화와 직무개발 강화, 노동시간단축 같은 개선책을 제언했다”며 “이는 대법원이 지적한 임금삭감의 정당성 확보나 대응조치가 없었다는 방증”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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