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운수노조가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정부의 민영화 추진 중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정부 해명과는 달리 6·1 지방선거 막바지 선거 이슈로 부각한 ‘민영화’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에 포함된 에너지 정책이 민영화의 다른 말이라는 비판이 계속되는 가운데 김대기 비서실장이 지난 17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인천국제공항 경영권은 정부가 갖고, 지분 30~40%를 민간에 매각하자”고 발언한 것이 기름을 부었다. 인천 계양구을 재보궐 선거에 출마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은 1호 법안으로 ‘민영화 방지법’을 공약했다. 노동계도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민영화, 소유권 이전만을 의미하지 않아
“정부, 민영화 의지 없다면 국정과제 다시 써야”

공공운수노조(위원장 현정희)는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가 에너지·교통 등의 영역에서 안전을 위해 필요한 규제를 철폐하고 공공서비스를 시장화하는 민영화를 추진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현정희 위원장은 “민영화는 공공부문의 자산이나 기능을 민간으로 이전하는 것으로 자산 매각과 같은 소유권을 이전하는 것뿐 아니라 공공서비스의 공급을 민간이 대체하고 외주화하는 모든 개념을 민영화라고 한다”며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에 포함된 에너지 시장 개방·민간병원 확대·공공기관 구조조정도 민영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학계에서도 ‘공공부문의 민영화’ 개념은 ‘소유권 이전’이상을 의미한다. 2009년 한국노동연구원의 ‘공공부문 민영화의 쟁점과 노사관계’에 따르면 민영화는 △정부 조직 내 기능을 공사로 분할하는 것 △외주화를 확대하고 민간의 경영기법을 도입하는 것 △공공서비스에 대한 민간자본의 참여를 확대하는 것 등을 포함한다.

한전 역시 최근 전력구매계약 허용범위를 확대해 석탄·LNG·수소·원자력 같은 에너지원별 공급자가 직접 소비자와 만날 수 있도록 했는데, 이 역시 민영화라는 지적이다.

최재순 발전노조 부위원장은 “전력 분야에 민간의 참여를 유도해 서서히 민영화하겠다는 선언을 한 셈”이라며 “민간자본에 독점적 이윤을 보장하는 ‘우회 민영화’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대기 실장의 ‘지분 매각’ 발언에 인천국제공항 내부도 긴장감이 높다. 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는 민영화에 앞서 몸집 줄이기를 한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인천공항 3개 자회사는 현재 인력이 800여명 정도 부족한데도 추가 인력이 충원되지 않고 있다는 이유다.

신진희 인천공항지역지부 정책기획국장은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에 ‘공공기관 효율화’등이 들어 있어 민영화를 준비하기 위한 수순을 이미 밟고 있는 듯하다”며 “의혹을 불식하려면 국정과제 방향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신 국장은 “공사 자회사 내부에서 ‘생산성·효율성 강화 방안을 강구하라’ 는 요구가 나오고 있고 인력을 최소한으로 운영하라는 지시도 내려오고 있다”며 “비정규직 인력을 절감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해 매각을 준비하는 것은 아닌지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대 노총 공공부문 노조 다시 뭉칠까

양대 노총 공공부문 노조 공동대책위원회(공공노련·공공연맹·금융노조·공공운수노조·보건의료노조)도 최근 모여 ‘공공부문 구조조정’ ‘민영화’ 등 윤석열 정부 정책에 대응하자는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계 관계자는 “공공기관 정상화(구조조정)를 추진한 박근혜 정부 때 공동행동을 했던 경험이 있는 만큼 공동의 문제의식은 갖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공식적으로 민영화에 대한 언급을 피하고 있다. 반대 여론을 의식한 모양새다. 대통령실은 지난 17일 김대기 비서실장이 지분 매각을 언급한 것과 관련해서도 “개인 생각”이라고 일축했다. 지난 4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에너지 정책 정상화를 위한 5대 정책방향을 발표해 한국전력공사의 전력구매계약 허용범위를 확대하는 안을 발표하고 민영화 논란이 일자 “한전의 민영화를 검토한 적 없다”고 밝혔다.

지방선거에서도 이슈다. 민주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영화 반대’를 내세웠다. 그런데 같은 당에서도 불협화음이 인다. 경기도 성남 분당갑 보궐선거에 출마한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지난 26일 “KTX에서 운행 중인 열차를 코레일에서 빌려 이를 SRT로 활용해 성남역을 트리플 역세권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철도노조는 ‘민영화 공약’이라고 비판했다.

김선욱 철도노조 정책실장은 “철도에서 유일하게 흑자가 나는 사업이 KTX와 SRT인 고속철도 사업이기 때문에 KTX에서 나는 흑자를 통해 일반 여객열차나 화물열차 적자를 메워 공공성을 유지하고 있다”며 “SRT 사업 영역이 확장될수록 KTX가 적자를 보기 때문에 SRT 노선을 증설하겠다는 김병관 후보 공약은 공공부문이 갖고 있던 영역을 민간에 개방한다는 점에서 민영화이고, KTX 열차를 저가에 임대해 손실이 예측된다는 점에서 적자 폭을 감수하라는 주장”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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