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세대 재학생이 청소노동자들을 업무방해로 경찰에 고소했다. 임금·단체협상 중인 노동자들이 학내에서 선전전을 하면서 수업을 방해했다는 이유다. 노동자들은 당황해하고 있다. 비슷한 사례가 번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학생들의 학습권을 위해 노동자들은 기본권을 포기해야만 하는 것일까. 노동자와 학생의 권리는 서로 부딪칠 수밖에 없는 것일까.

김현옥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 연세대분회장
▲ 김현옥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 연세대분회장

지난 9일 연세대 재학생이 교내에서 선전전을 진행하던 청소노동자들을 고소했다. 노동자들은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연세대분회 소속으로, 2022년 서울지역 대학사업장 임금·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집단교섭 투쟁 중이었다.

연세대 청소노동자들은 2008년에 노동조합에 가입했다. 열악한 처우와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임금을 향상시키기 위해 2010년부터 서울지역 대학에 소속된 청소·경비노동자들과 함께 교섭하고 투쟁했다. 최저임금도 제대로 못 받고, 관리자에게 갑질 당하고, 휴게실도 없는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였다. 청소노동자라는 이유로 최저임금만 받아도 된다는 현실을 노조를 통해 바꿔 왔다. 청소노동자들의 요구는 작년과 재작년 최저임금을 인상한 것처럼 올해도 최저임금 인상액만큼 시급을 올려 달라는 것이다. 학교는 시급이 130~260원 인상될 때는 최저임금만큼만 올리자고 하더니 최저임금이 440원 인상되니 올려줄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또 경비노동자는 몇 년 동안 최저임금보다 30원 많은 임금을 받고 있었는데, 올해는 최저임금보다 10원만 더 주겠다며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10차례 교섭을 하고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조정도 거쳤지만 결렬했다. 3월 말부터 학생회관 앞에서 매일 오전 11시30분부터 한 시간 동안 30~40명의 노동자가 선전전을 하고 있다. 임금인상과 정년퇴직자 자리 인원충원, 샤워실 설치를 위한 원·하청공동협의기구 설치가 주요 요구다.

청소노동자들이 학생에게 요구를 알리고 학교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집회 소리가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해 업무를 방해한다는 이유로 고소를 당했다. 또 학내에서 신고를 하지 않고 집회를 했다는 이유로 미신고 불법집회로 고발도 당했다. 노동조합을 설립한 후로 15년 동안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했기에 청소노동자들은 당황스럽고 안타까운 마음이다. 집회장소는 학생회관 앞 넓은 장소이기에 통행에 방해되지 않고, 유동인구도 많아서 내용을 알리기에 적합한 곳이다. 또 강의실이 밀집해 있지 않은 비교적 오픈된 장소라서 학생들의 피해도 최소화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해 매년 그곳에서 해 오고 있었다. 앰프 소리 역시 경찰소음기준 75데시벨에 못 미치는 65데시벨로 했지만 소리를 전혀 내지 말아 줄 것을 원하는 학생의 요구가 충족될 수는 없었다. 교섭시작부터 5개월이 흘렀는데도 해결이 되지 않으니 더 이상 기다리기가 힘들다. 집회신고를 하지 않고 불법집회를 한다고 하지만 하청노동자도 근로를 제공하는 사업장 내에서 노조활동·쟁의행위를 하는 것은 위법하지 않다는 대법원 2020년 판례(대법원 2015도1927)에 준해 노조활동을 해 온 것이다. 노동자들은 고소고발 문제가 생긴 후에 앰프 소리를 좀 더 줄여 학생들의 학습권을 최대한 보장하면서 노조활동을 하고 있다.

청소노동자들에게는 법적인 옳고 그름을 떠나 학생들의 학습권과 노동자들의 생존권(노동권)이 충돌해 학생과 노동자들 간의 갈등으로 확대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연세대에서 공부를 하고, 노동을 하는 구성원이며 학생들도 미래의 노동자들이기 때문이다. 청소노동자들이 2008년 처음 노동조합을 설립할 때 학생들이 찾아와서 도움을 많이 줬다. 학교와 회사의 방해에도 학생들이 용기를 줬기에 가능했다. 졸업을 해서 구성원들은 바뀌었지만 꾸준히 도움을 주는 학생들과 학생단체도 있다. 지금도 투쟁을 지지하는 학생들이 집회 때 와서 연대발언도 하고 음료수를 주고 간다. 이번뿐만 아니라 여러 사안으로 투쟁이 발생하면 현수막도 써 주고, 대자보도 붙여 주는 등 우리의 문제에 많은 관심을 보인다. 이번 사건이 학생과 노동자들의 갈등으로 번지기 않기 위해서는 학교가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나서야 한다. 노동자들의 요구는 지난해 인상하던 방식을 올해도 해 달라는 요구이기에 학교가 수용하기 힘든 것이 아니다. 임금문제와 인원문제는 매년 발생하고 있다. 학교가 비용 절감을 위해 노동자들의 희생만 강요하기 때문이다. 학생들도 근본적인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학교가 해결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야 한다. 학습권과 노동권이 함께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학생과 노동조합이 힘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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