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현대중공업 사내협력사 노동자 40여명이 임금체불 해결을 요구하며 현대중공업 해양사업부서 앞에서 연좌농성을 했다.

11일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사내협력사인 건조업체 ㅅ사는 급여 지급일인 10일 오후 1시께 노동자에게 임금을 지불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현재 본공과 물량팀 노동자는 각각 임금 30%, 50%가 체불된 상태다. 노동자들은 이 자리에서 “돈을 받기 전까지 일할 수 없다”며 반발했고, 이날 오전 현대중공업 해양사업부서 앞에서 연좌한 채 농성을 했다.

현장 노동자들은 “오늘부터 내일까지 카드 대금부터, 돈 쓸 때가 많다” “임금보다 기성금이 턱없이 작아 문제면 뭔가 대책을 세워야 하지 않냐”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ㅅ사에서 사상작업을 하는 한정환(가명)씨는 “한 달 전에도 50만원씩 임금이 체불됐다가 4일 뒤에 다 받았다”며 “임금체불뿐 아니라 업체 폐업이 너무 쉽게 일어나는 곳이 현대중공업”이라고 비판했다. 사상 작업은 도장을 쉽게 할 수 있게 그라인더를 이용해 용접표면을 매끄럽게 만드는 작업이다.

ㅅ사 대표는 임금을 지불할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현장노동자에게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감을 많이 받으려 하면 인건비가 늘어 기성금이 따라오지 못하고, 기성금에 맞춰 일을 하려고 하면 현장 실적이 떨어지는 ‘만성적인 기성금 부족’ 문제에 손쓸 방책이 없다는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일손을 멈춘 노동자와 협력사에 압박을 가하는 모양새다. 현대중공업 해양사업부 책임자는 사내협력사 노동자와 면담에서 “지금 일을 하는지 안 하는지는 노동자 선택”이라면서도 “일을 하지 않고 이대로 있으면 회사가 유지하기 힘들어진다”고 말하고 ㅅ사에 도급계약 이행각서 작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회 관계자는 “도급계약대로 이행하겠다고 각서를 쓰라는 것은 ‘며칠까지는 일을 시작하게 하겠다고 네가 확답을 달라’고 압박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현대중공업 사내협력사의 임금체불·폐업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40억원의 임금·4대 보험을 체납한 사내협력사 ㄷ사는 3월 폐업했다. 노동자는 밀린 임금을 체당금으로 받을 수밖에 없었다. ㄷ사를 운영하던 대표는 이달 2일 울산 동구 현대중공업 본관 옥상에 올라 낮은 기성금 등 협력사 경영이 악화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를 제기하며 항의농성을 했다.

지회 관계자는 “원청이 저임금 정책을 고수하고 있어서 임금체불 같은 후진적 일들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며 “특히 해양쪽에서는 일감이 늘고 있으나 사람을 구하기 힘들어 물량팀을 많이 쓴다”고 설명했다. 물량팀은 고용이 불안하지만 본공보다도 임금이 높다. 이날 임금체불 문제를 해결할 방책을 찾지 못한 노동자들은 오후 3시께 연좌농성을 마쳤다.

현대중공업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으나 답을 듣지 못했다. ㅅ사쪽은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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