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갑질119가 10일 낮 서울 청계광장 앞에서 70년 낡은 근로기준법 재건축을 선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특수고용노동자와 프리랜서, 5인미만사업장 등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현실을 보여주는 상징의식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방송작가는 원고만 쓰지 않는다. 관리자 입에서 나오는 말은 다 업무가 됐다. 정직원이 하는 일과 하지 않는 일까지 해야 했다. 무슨 일이 있으면 꼬박꼬박 이야기하라고 해서 일거수일투족을 보고했다. 하나도 ‘프리’하지 않았다. 노동법에서 정의하는 프리랜서와 방송국이 말하는 프리랜서는 상당한 거리가 있었다.”

잡다한 일을 다 한다고 해서 자신을 ‘잡가’라고 소개한 전직 방송작가 A씨는 직장갑질119가 1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개최한 ‘근로기준법 재건축 선포식’에서 이같이 말했다. 근로기준법은 1953년 5월10일 제정됐다. 직장갑질119는 근로기준법 제정 69년을 맞아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5명 미만 사업장과 특수고용·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의 열악한 현실을 알리기 위한 행사를 열었다.

A씨는 10개월 전 일방적으로 계약만료 통보를 받았다. 그는 “삶을 갈아 넣어 가면서 약 7년을 일한 방송국에서 정당한 근거도, 기준도 없이 잘렸다는 게 죽을 만큼 힘들었다”며 “그래서 근로자성과 부당해고를 인정받기 위한 법적 다툼을 시작했다”고 울먹였다.

직장내 괴롭힘과 성희롱에 시달리다 해고된 B씨는 5명 미만 사업장 노동자라는 이유로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했다. 흰색 가면을 쓴 채 마이크를 잡은 그는 “매 순간 최선을 다했던 첫 직장이었지만 남은 건 우울감과 무기력증, 불면증, 스트레스뿐”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을이라는 이유로 성희롱을 겪으며 수치심을 느껴야 했고 커피를 마시러 가자는 사업주의 제안을 거절했다는 이유로 해고를 당했다”며 “그럼에도 제대로 항의조차 할 수 없는 현실이 참으로 원망스럽다”고 덧붙였다.

권두섭 직장갑질119 대표는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1천만명에서 1천100만명으로 추산된다”며 “이제 70살을 맞아 무너지기 직전인 근로기준법을 재건축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직장갑질119는 일하는 사람 모두에게 근로기준법이 적용될 수 있도록 다양한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날부터 다음달 말까지 아파트 경비원과 피트니스센터 강사·학원강사·미용사 등을 대상으로 ‘갑질 계약서 신고센터’를 운영한다. 종합소득세 신고 기간인 이달 23일부터 31일까지는 서울과 수도권 세무서 앞에서 근로계약 대신 프리랜서 계약을 맺고 사업소득세를 내는 노동자를 대상으로 선전전을 펼친다. 아울러 방송국 갑질 계약서 근절 캠페인과 ‘프리랜서 감별사’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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