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기술개발 중심의 녹색에너지산업 양성으로 기후위기를 극복하겠다.”

차기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 정책은 이 표현으로 요약할 수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3일 발표한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 가운데 기후위기와 직·간접적으로 관련한 과제를 살펴보면 읽히는 기조다. 환경단체쪽에서는 “기대한 게 없어 실망할 것도 없다”는 허탈한 반응이 나온다.

110개 국정과제 중 기후위기 직·간접 관련 7개

국정과제 110개 가운데 기후위기나 탄소중립, 혹은 에너지 부문을 언급하고 있는 것은 7개다. ‘상식이 회복된 반듯한 나라’를 표방하면서 제시한 국정과제에 탈원전 정책 폐기 및 원자력산업 생태계 강화를 포함한 것이 그 중 하나다.

국정과제 2개는 경제 분야에서 찾을 수 있다. 에너지안보 확립, 에너지 신산업·신시장 창출과 제조업 등 주력산업 고도화로 일자리 창출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과제다.

나머지 4개는 탄소중립 실현으로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겠다며 제시한 정책들이다. 살펴보면 △과학적인 탄소중립 이행방안 마련으로 녹색경제 전환 △기후위기에 강한 물 환경과 자연 생태계 조성 △미세먼지 걱정 없는 푸른 하늘 △재활용을 통한 순환경제 완성이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탈탈원전’이다. 인수위는 탄소중립 수단으로 원전을 적극 활용하겠다며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와 운영허가 만료원전 계속운전을 통해 2030년 에너지원별 발전에서 원전 비중을 상향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8일 분과브리핑에서 밝힌 대로 원전 10기를 해외수출하겠다는 계획도 포함한 가운데 정부부처와 관련 공기업을 묶은 원전수출전략추진단도 신설할 방침이다.

“EU 따라 택소노미에 원전 포함? 함의 잘못 읽었다”

소형모듈원전(SMR)에 대한 기대도 드러냈다. SMR 상용화를 위한 연구개발을 집중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정동욱 한국원자력학회장은 “SMR은 우리나라는 물론 해외에서도 2030년 이후에나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달성에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지만 2050년까지 확대해 목표달성에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인수위는 원전을 녹색분류체계(택소노미)에도 포함하겠다는 입장이다. 인수위는 ‘과학적인 탄소중립 이행방안 마련으로 녹색경제 전환’을 국정과제로 제시하면서 “유럽연합(EU) 사례를 참고해 녹색분류체계에 원전을 포함하고 2023년부터 녹색 투자분야 자금을 유치·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환경단체는 SMR은 물론 원전 활용 자체에 비판적이다. 황인철 기후위기비상행동 집행위원장은 “기후위기를 극복하겠다며 더 파괴적인 위기를 키우는 것이 될 수 있다”며 “EU도 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할 때 논란이 컸고 각종 전제조건을 건 것의 함의가 원전 확대가 아닌데 확대해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원전을 제외하면 나머지 정책은 기술개발과 녹색경제 확대로 귀결한다. 김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은 “장기적 관점 없이 이명박 정부 당시 녹색경제 관점을 차용해 기후위기에 대한 산업적 대중요법만 나열했다”며 “정부의 탄소중립 관련 계획들을 모으면 2030년과 2050년 탄소중립을 향한 계획이 일목요연해야 하는데 모든 정책이 다 따로 논다”고 꼬집었다. 기후위기 관련 각 정책이 분절적이고 탄소배출을 ‘0’으로 하는 넷제로 목표달성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다.

부문별 탄소중립 실행계획 재고,
산업계 민원해소 전락할라

게다가 탄소를 줄이기 위한 장기적 전략보다 산업계의 부담을 더는 데 목적이 있어 보이는 국정과제도 있다. 황 집행위원장은 “원전과 재생에너지 조화를 고려해 에너지·산업·수송부문 NDC 달성방안을 수정한다는 국정계획은 결국 산업계의 NDC 부담을 줄이는 방식으로 귀결할 우려가 크다”며 “원전을 중심으로 하고 산업계 부담을 덜어 주는 실행계획에 치중하면 재생에너지 확산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탄소중립 같은 대목을 기술로 해결하려는 기술우위의 시각도 엿보인다는 지적이다. 제조업 같은 주력산업을 토대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국정과제를 보면 제조업의 그린전환을 가속화하고, 주력산업(제조업)의 탄소중립 한계기술 돌파를 위한 연구개발 사업을 신설하거나 시설투자에 세액공제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과학적 탄소중립 이행방안 마련 관련 국정과제에도 녹색융합클러스터를 조성하고 기후테크와 환경 IoT(사물인터넷), 바이오가스 같은 녹색 신산업을 집중 육성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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