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1월 고압전류에 감전돼 숨진 고 김다운씨가 수행한 ‘개폐기 조작’ 업무는 하청업체에 도급한 ‘송전작업’에 해당한다고 보고 한국전력공사를 도급인으로 판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5년간 한전의 감전사고 22건 중 1건만 도급인으로 해석해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폐기 조작’은 송전작업 해석
‘직영 업무, 하청 도급’ 판단 근거

26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와 류호정 정의당 의원실이 최근 노동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김다운씨 사고 당시 이뤄진 ‘개폐기 조작 작업’은 배전공사가 아닌 송전작업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한전은 ‘발주자’가 아닌 ‘도급인’에 해당한다고 노동부는 해석했다. 의원실이 자료 제출을 요구한 지 석 달 만의 답변이다.

김다운씨는 지난해 11월5일 경기도 여주의 한 전신주에서 건물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한 개폐기 투입작업 중 2만2천볼트의 고압전류에 감전돼 숨졌다. 김다운씨가 담당한 개폐기 작업이 송전작업이라는 것이 노동부 설명이다. 송전은 발전소의 전력을 변전소까지 보내는 과정을 말한다. 전력을 가정으로 전달하는 ‘배전 업무’와 차이가 있다고 노동부는 판단했다.

그러면서 ‘개폐기 작업’은 한전이 직접 맡았던 업무인데, 업무 증가를 이유로 지난해 1월부터 하청업체에 도급한 것으로 확인돼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 지위를 인정했다고 밝혔다. 산업안전보건법 2조는 물건의 제조·건설·수리 등의 업무를 도급하는 사업주를 도급인으로 정하고 있다. 건설공사 발주자는 제외된다.

최근 5년간 한전을 도급인으로 보고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노동부가 답변한 ‘최근 5년 한전 배전 관련 처벌 내용’을 보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한전이 기소된 사건 21건 중에서 2017년 7월 발생한 감전 사고에서 노동부는 한전이 도급인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는 한전이 제출한 자료와 차이가 있다. 한전이 류호정 의원실에 보고한 ‘한전 배전 관련 사망사고 처벌내용’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직영을 제외한 사고 22건에서 한전은 모두 ‘발주자’ 지위가 인정돼 처벌을 피했다.

한전의 도급인 지위가 인정된 2017년 사고는 제주 소재 건설업체 A사 소속 전기공이 활선작업차 바스켓에 올라 전봇대 배전선 애자교체작업 중 특별고압에 감전돼 사망한 사고다. 재해조사 의견서에 따르면 한전제주지역본부가 발주한 사업을 A사가 도급해 시공했다. 당시 작업자는 안전모와 안전화는 착용했으나 일반 면장갑을 낀 채 일하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배전공사’ 중 사고에서도 한전을 도급인으로 판단한 셈이다.

류호정 의원 “일관된 해석 필요”
경찰, 한전 사장·여주지사장 ‘불송치’

반면 김다운씨 사고와 유사한 사례에서는 ‘발주자’ 지위로 인정됐다. 류호정 의원실이 한전에서 받은 ‘한전 배전 관련 사망사고 처벌내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전남 곡성군에서 협력업체 직원이 배전공사 전주 이설을 위해 가로등을 철거하다가 감전돼 사망했다. 한전은 처벌을 피했다.

일반 코팅장갑 위에 절연장갑을 덧대 끼고 작업했다는 점에서 김다운씨 사고와 비슷했지만 노동부는 김다운씨 사고에서 한전을 ‘도급인’으로, 곡성군 사고에서는 ‘발주자’로 판단했다.

법원은 실질적인 지배·관리가 있다면 도급인으로 해석하는 경향이다. 최근 대법원은 한전이 직접 공사를 수행하지 않고 사업의 진행 과정을 관리·감독만 했더라도 ‘도급 사업주’에 해당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지난해부터 한전이 개폐기 조작 작업을 하청업체인 화성전력에 도급했다는 노동부 판단도 당연하다고 유족측은 주장했다. 김다운씨 매형 장아무개씨는 “노동부는 한전이 사실상 여주시 협력업체를 관리하면서 업무를 맡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며 “한전의 지시가 있어야만 작업이 시작되고 작업 이후에도 한전에 보고해야 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류호정 의원은 “노동부가 발주자인지, 도급인인지 하는 형식적인 법 개념에 매몰되지 말고 노동자의 생명을 보호하고 안전을 도모하는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노동행정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경찰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한전 직원과 하청업체 관계자 등 6명을 검찰에 송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정승일 한전 사장과 한전 여주지사장 등 6명은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불송치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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