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노동정책을 놓고 노동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 중대재해처벌법, 임금체계 손질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사회단체로 구성된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이 윤 당선자의 노동정책을 비판하며 보내온 글을 세 차례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

권미정 김용균재단 사무처장
권미정 김용균재단 사무처장

경영이 어려워진다는 협박과 기업 문 닫게 생겼다는 위협 속에서도 우리 사회는 지난해 1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을 제정했다. 그리고 1년이 지나 1월27일부터 시행되었다. ‘모두의 생명이 먼저’라는 생각이 더 큰 사회적 힘을 가졌기 때문이다.

법이 시행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재계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에게 ‘중대재해처벌법 개정·폐지’를 받고 싶은 선물목록으로 내밀었다. 대통령직 인수위에 전달한 재계의 정책제안서에는 징역의 하한형을 상한형으로, 법인 벌금 축소와 처벌규정 삭제, 징벌적 손해배상 축소, 대표자가 아니라 안전보건관리 총괄책임자만 처벌, 면책 규정 신설, 1년에 2명 이상 사망해야 중대재해로 규정하자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윤 당선자는 기업의 자유로운 활동을 방해하는 요소와 규제가 있으면 제거하는 게 정부의 할 일이라고 답했다.

고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처럼 사회적 파장이 컸던 경우에도 기업 책임자들은 잘못이 없다고 주장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지 않는 재판에만 그런 것이 아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재·시민재해 발생의 책임을 회피하려고만 하는 경영책임자들에게 안전을 책임져야 할 의무가 있음을 주지시키고, 그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라고 강제하기 위해 존재한다. 어떤 범죄보다 재범률이 높은 노동안전 영역이기에 강한 처벌을 두면 경영책임자 자신이 처벌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회사 운영 전반을 개선하리라 여겼다. 그러나 법 제정 이후에도 경영책임자들은 재해 원인을 개선하기 보다는 법을 피해 갈 방법만 찾고, 자신들은 책임이 없다며 오히려 중대재해처벌법 개정·폐지를 요구한다. 윤 당선자의 태도는 이런 재계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지난 3월21일 경제 6단체장과 윤 당선자가 만났다. 같은 날, 동국제강 포항공장에서는 하청업체 노동자 이동우씨가 갑작스런 크레인 가동으로 일터에서 사망했다. 당선자는 ‘국정농단’ 사태 이후 사회적 지탄 대상이던 전경련을 살려 놨고, 노동자를 두 번 죽이는 상황을 만들었다.

동국제강 하청노동자 고 이동우씨의 죽음에 원·하청 회사는 유족들에게 합의를 제안했지만, 사고에 대한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중대재해 수사대상인 임직원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유족 서류를 먼저 달라는 조건이었다. 재계가 대형로펌의 도움으로 중대재해처벌법 대응을 한다더니, 동국제강도 마찬가지다. 하청노동자의 죽음에 사과 한마디 없이, 자신들의 처벌을 줄일 서류와 돈을 바꾸자는 원청의 태도는 노동자의 죽음마저 비참하게 만들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산재가 계속되는 건 이런 원청·경영책임자의 태도와 인식때문이다. 그런데 재계는 처벌만 중심을 두고 예방에 중점을 두지 않는 중대재해처벌법이 문제라고 한다. 내 맘대로 해석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없어져야 기업이 사고예방에 중점을 둘 수 있는 것인가? 왜? 지금이라도 기업들이 재해예방을 위해 인원 충원, 설비 개선, 조직문화 개선, 고용구조 변화를 실천하면 된다. 그 어떤 노력도 하지 않고 법만 없애라고 한다. 안전보건에 대한 기업들의 일상적 무관심이, 이윤 때문에 안전보건을 포기하는 행위가 결국 사람을 죽이고 있다.

지금 윤석열 당선자측은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사회적 전선을 다시 만들고 있다. 개혁·개정이라는 뭔가 좋을 거 같은 느낌의 말을 사용하지만, 당선자의 개혁은 노동자·시민에게 칼날을 들이대며 재계에 칼자루를 주고 있다.

우린 ‘개혁’은 찬성할 수 있지만 ‘윤석열 정부의 개혁’은 반대한다.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을 우리도 요구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은 반대한다. 노동자·시민이 원하는 바를 정반대로 뒤집는 ‘윤석열 정부식의 개혁과 개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달 29~30일. 우리는 비정규 노동자들과 함께 모인다. 모여서 외칠 것이다. 죽지 않고 일하고 싶다! 노동자·시민들의 목숨으로 만든 중대재해처벌법, 바꿔도 우리가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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