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이면 세월호 참사 8주기다. 참사 뒤 대통령이 한 번 바뀌었고, 곧 다른 대통령이 취임한다. 그럼에도 우리의 질문은 여전하다. 참사의 진실은 무엇이고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 우리 사회는 안전한가.

백승렬 4·16연대 공동대표
백승렬 4·16연대 공동대표

“당신과 내가 좋은 나라에서/ 그곳에서 만난다면/ 슬프던 지난 서로의 모습들은/ 까맣게 잊고 다시 인사할지도 몰라요.”(시인과 촌장 <좋은 나라> 중)

세월호 참사 이후 더 좋은 나라가 되는 것이 모두의 바람입니다. 좋은 나라로 가고 있습니까? 세월호 참사는 304명의 시민들을 졸지에 죽음으로 내몰았습니다.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지 않고 책임자를 처벌하지 않고서는 결코 좋은 나라가 될 수 없습니다.

세월호 참사 8주기가 되는 동안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안전사회를 향한 어떤 진척이 있습니까? 지난 8년 동안 진상조사위원회를 세 번 구성했고, 검찰의 수사도 진행됐습니다. 책임자들에 대한 사법부의 재판도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참사의 진상은 여전히 오리무중입니다. 책임자들을 처벌하지도 못했습니다. 국가의 문서들은 기밀문서라는 이유로 공개되지 않고 감춰졌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세 단계로 나눠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침몰 사건이 발생한 단계, 사건 발생 후 침몰까지 구조 단계, 침몰 이후 단계입니다.

2014년 4월16일 세월호가 침몰하게 된 원인은 조사 중에 있습니다. 침몰 원인에 대해서는 두 가지 주장이 맞서 있습니다. 선박 내부에서 원인이 있다는 내인설과 외인설입니다. 각각의 주장에 대해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에서 결과를 발표하게 될 것입니다. 문제는 사건이 발생한 단계 이후, 즉 구조 단계와 침몰 이후 단계에서 일어난 사건들은 모두 밝혀졌습니다. 구조를 방기하고 실패한 것은 해경 즉 국가의 실패였습니다. 그리고 침몰 이후 국가의 책임은 분명하게 밝혀져 있습니다. 국가의 잘못이 밝혀졌음에도 공식 사과하지 않았습니다.

구조 실패와 침몰 이후 모든 과정에서 국가는 무능했고 폭력적이었습니다. 우리는 세월호 참사 이후 일어난 일련의 사건을 ‘국가 폭력’으로 규정하고 국가의 사과를 요구합니다.

해경은 구조하지 못했고 결국 국민을 죽음으로 몰아넣었습니다. 하지만 해경 지휘부는 실패에 대해 아무 책임을 지지 않았습니다. 이유가 뻔뻔합니다. 무전기가 잘 들리지 않아서 지휘할 수 없었다고 변명했습니다. 국가의 고위 책임자로서 너무나 부끄러운 변명입니다. 하지만 사법부도 그런 변명을 인정해서 무죄라고 판결했습니다. 행정부나 사법부 즉 국가가 재난 참사로 죽어 가는 국민을 방치했는데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죽음으로 몰아넣은 것보다 더 큰 폭력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리고 국가는 정보기관들과 공무원들을 동원해 피해자 가족들에게 폭력을 행사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국군기무사령부(현 군사안보지원사령부), 국가정보원 등이 피해가족들을 조직적으로 사찰하고 감시했습니다. 청와대 비서실 고위 공직자들이 언론을 조작하도록 유도했고, 뒷돈을 주면서 보수단체를 동원했습니다. 피해자 가족들을 모욕하고 폄훼하도록 유도한 것입니다. 이는 국민을 향한 정치공작입니다. 나아가 특별법에 의해 구성된 특조위 조사까지 방해했습니다. 온갖 거짓 선동을 일삼았고 끝내 예산을 삭감해 조사위를 무력화했습니다. 국가가 정부조직과 예산, 협의를 통해 피해자 가족들에게 조직적으로 폭력을 행사한 것입니다.

우리는 국가가 자행했던 일들을 국가폭력으로 규정하고 공식 사과를 요구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8월 가족들에게 국가의 무능함을 사과했지만 정치적 사과로 그쳤을 뿐입니다. 이제라도 세월호 참사 이후 자행된 구조방기, 왜곡 조작, 조사 방해를 국가폭력으로 인식하고 국가 시스템의 개혁으로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무능한 공무원과 조직을 개혁하여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은 특정 정권의 책임만이 아닙니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일은 국가의 책임입니다. 윤석열 당선자는 대선 과정에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대해 어떤 약속도 하지 않았습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도 재난 참사 대책을 검토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매우 유감입니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국가의 과제입니다. 세월호 참사 기억식을 통해 매년 국가의 무능함과 폭력을 되새기고 재발방지를 다짐해야 합니다. 국가가 잘못을 반복해서 사과할 때만이 좋은 나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국가가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께 공식 사과할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합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