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동희 공인노무사 (법률사무소 일과사람)

2018년 고용노동부 자문기구인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는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 제도개선 과제 12가지를 제시했지만 제대로 이행된 것은 단 하나도 없다. 노동부는 2019년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에 ‘산재보험 합의제 운영기구 구성 및 운영 개선방안 연구’를 위탁해 보고서를 마련했지만 제도개선은 무위로 그치고 말았다.

근로복지공단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나 산업재해보상보험심사위원회는 공단 내부의 심사기관에 불과하다. 반면 산재재심사위원회는 법률상 (특별) 행정심판위원회다. 행정심판위의 위원장은 그 행정심판위가 소속된 행정청 인사가 되는 것이 원칙이나(행정심판법 7조), 현재 산재재심사위 위원장은 국무총리실에서 일정 기간 파견되는 구조다. 노동부에 산재재심사위를 설치했는데도 이런 구조가 맞는지는 의문이다. 이 때문에 책임부서인 노동부의 역할이 둔감해지고, 3년 임기의 위원장이 제대로 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돼 있지 않다.

산재재심사위 위원 90명 중 2명은 상임위원으로, 1명은 당연직 위원으로 규정한다. 그러나 상임위원 2명은 공석이다. 산재재심사위의 중요성과 많은 사건 수 등에 비춰 보면, 상임위원을 외부 전문가로 위촉해 운영의 충실성을 제고해야 한다. 노사정의 이해관계를 떠나 판사 출신을 포함한 법률 전문가로 위촉하는 것이 타당하다.

부위원장은 위원들 중 2명이 호선되며 주로 노동부 출신이었다. 사무국장은 개방직 공무원으로 뽑고 있으나, 연속으로 노동부 출신 공무원이 담당하고 있다. 사무국장직을 수행한 뒤 산재재심사위 위원으로 위촉되는 경우도 있었다. 사실상 전직 노동부 관료들이 운영을 좌우한다. 2018년 고용노동행정개혁위 조사에서도 이미 확인됐는데 이들은 재해자나 가족의 눈높이에서 행정업무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어떤 개선을 해야 하는지 둔감했다. 판례와 차이가 있는 사안에서도 기각해 행정소송으로 내모는 것을 당연시했다. 위원 권리 침해 같은 큰 문제가 있었던 뇌심소위원회를 자의적으로 운영했다.

특히 일부 부위원장의 자질 부족과 독단적 회의 운영은 큰 문제다. 노동부의 뇌심혈관 질환 고시나 공단의 기준을 절대시하는 풍조는 여전하다. 회의 운영시에도 위원장과는 달리 자신의 의견을 미리 말해 위원들의 항의를 초래하는 적도 있었으며, 위원들의 의견을 반박하거나 미리 예단해 발언하는 경우도 여전하다. 당사자들의 얘기를 주의 깊게 듣지 않거나 발언을 자르기도 한다. 위원들 다수가 임상의사인 구조를 악용해 명확한 증거조사신청이 필요하거나 법리적 해석이 필요한 사안을 우회해서 기각시키는 일도 빈번하다. 심의회의 자리에서 심사관에게 반말을 하는 경우도 있었고, 일부 위원에게조차 비아냥조로 얘기하는 사례도 있었다. 오랜 관료주의의 나쁜 습성을 여전히 버리지 못했다.

위원회의 구성도 변경해야 한다. 현행 9명으로 이뤄진 회의 구조는 지나치게 임상의사에 기대거나 의학적 판단 경향이 강할 수밖에 없다. 임상적 판단이 필요한 사안은 자문위원을 확충해 사전 의견을 제출받고, 회의 자체는 법률적·규범적 판단이 되도록 해야 한다. 영상의학과·정형외과·재활의학과 의사 등 임상의사가 법리적 판단 사건에 의결권을 행사하는 구조는 지양해야 한다. 회의 구성원을 3명 내지 5명으로 변경하고, 심의회의에서 충분한 토론 기회가 보장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심의회의도 노동위원회처럼 공개해야 한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 109조는 “심리의 공개 : 재심사위원회의 심리는 공개해야 한다. 다만, 재심사 청구인의 신청이 있으면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산재재심사위는 조사행위로 국한해서 사건개요서, 심리조서, 기타 조사행위 등은 공개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법령의 규정을 축소 해석하는 것이다. 아울러 장해사건(특히 기능장해)의 경우 당사자가 없으면 각도 등을 측정할 수 없어 기각결정을 할 수밖에 없는데도 재해자 참석을 요청하지 않는 것은 소극행정이다.

공정성에 대한 제고 노력은 여전히 부족하다. 분기·연도별 산재판례 분석 자료는 발간하고 있지만 판정과 정책 개선에 반영되지 못했다. 산재재심사위 경유 사건이 미경유 사건보다 소송 패소율이 높은 현상이 지속되는 것을 당연시해서는 안 된다. 특히 유족 사건 패소율은 매우 높다. 2020년 하반기에는 31.7%였다. 형식적인 판례분석은 위원회의 판단구조를 개선하지 못했다. 1년에 한 번 세미나도 아닌 연찬회 형식의 행사가 아니라 월별·분기별·주제별 판례 및 사례분석을 피드백하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

재결서도 전부 공개해야 한다. 현재는 홈페이지 또는 연도별 사례집을 통해 극히 일부만 공개한다. 현재는 재심사위 위원도 자신이 참여한 사건의 재결서를 직접 볼 수 없는 구조다. 근로복지공단도, 법원도 판결문을 공개하고 있다. 키워드 검색이 가능하도록 하루빨리 개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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