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남 합천에서 발생한 산불현장의 모습. <산림청>

“원전 앞으로.”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에너지 전환 관련 정책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이렇다. 20대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윤 당선자는 탄소중립 실현·기후환경위기 대응·원자력발전 3개 분야 11개 공약 44개 세부과제를 내놓았다.

공약을 요약하면 문재인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적 재검토와 원자력발전 중심의 에너지 전환이다. 대선캠프에서 에너지전환정책을 다듬은 주한규 원자력·에너지정책분과장(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은 “문재인 정부에서 원전에 대한 사실을 오인해 탈원전 정책을 편 것을 폐기하고, 원자력을 기저발전으로 삼아 신재생에너지를 가산하는 에너지 전환을 이룰 계획”이라며 “석탄화력발전소의 급격한 폐쇄 계획은 손을 보겠지만 화력발전 비중을 임기 내 40%로 줄이는 로드맵은 문 정부가 기존에 발표한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크게 이탈하진 않을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신재생에너지, 간헐성 크고 비용 비싸”

윤 당선자의 기후위기 대응 정책은 신재생에너지 자리에 원자력을 넣는 식이다. 기본은 문재인 정부의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다. 2021년 기준 국내 발전 비중은 석탄 35.6%, 액화천연가스(LNG) 26.4%, 원자력 29%, 신재생 6.6%, 양수 0.6%, 유류 0.4%, 기타 1.4%다. 화력발전(석탄·LNG) 비중은 62%다. 문재인 정부는 화력발전 비중 41.3%, 재생에너지 30.2%, 원자력 23.9%, 암모니아 3.6%, 양수·기타 1% 달성이 목표다. 윤 당선자 계획은 화력발전 40%대, 원자력 최대 35%, 신재생에너지 최대 25%다.

이 과정에서 화력발전소 폐기 속도 같은 구체적인 정책은 아직 빈 칸으로 남아 있다. 차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구성 이후에야 시간표가 나올 전망이다.

신재생에너지에 대해서는 불신이 크다. 시간이나 환경의 영향에 따라 에너지 발전의 편차가 큰 간헐성과 비용 때문이다. 주한규 분과장은 “태양광 같은 에너지원은 발전 가능 시간이 낮시간에 집중돼 있는데 이를 실제로 활용하려면 에너지저장장치(ESS)가 필수”라며 “ESS를 만드는 기술을 비롯해 제조 과정에서 환경파괴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비해 원전은 위험성이 부풀려졌다고 주장했다. 못 믿을 신재생에너지보다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즉시 재개해 원자력을 중심으로 탄소중립을 하자는 것이다.

발전공기업 신재생 진출 “개인보다 낫다면 검토”

원전 이외의 에너지 정책기조도 아직 구체적으로 드러난 게 없다. 신재생에너지 공공성 담보를 위해 발전공기업이 신재생에너지 산업에 직접 진출해야 한다는 발전공기업 노사의 주장에 대해서는 “깊게 들어본 바 없다”며 “검토해봐야 하겠지만 개인이 하는 것보다 공기업 진출이 나을 수 있겠다”고 답했다.

분산전원에 대해서는 불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주 분과장은 “분산전원 정책은 잘못된 정책”이라며 “원전을 중심으로 한 중앙집중형 에너지 정책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분산전원은 에너지 발전단지와 소비지역이 나뉘어 대규모 송전망으로 공급하는 현행 전력체계와 달리 지역에서 생산한 신재생에너지를 지역에서 소비하도록 하는 전력체계다. 문재인 정부는 분산전원을 목표로 전국적인 전력계통망 확충 정책을 추진해 왔다.

전기요금은 장기적으로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윤 당선자는 문재인 정부의 4월 전기요금 인상 계획을 비판하며 백지화 공약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주 분과장은 “다소 정치적인 공약이었다”며 “4월에는 올리지 않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한국전력공사의 적자와 부채가 쌓여 부실로 이어질 수 있어 단계적으로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계통투자 비용 원전에 전용, 탄소중립에 방해”

윤 당선자의 에너지 전환정책을 바라보는 기후 전문가들의 표정은 어둡다. 김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은 “대선과정에서 드러났듯 윤 당선자쪽에는 원전 이외에 기후와 에너지에 대한 식견을 가진 전문가가 부족하다”며 “이번 울진 산불에서 드러났듯 발전단지를 집적화하는 것은 산불이 빈번하게 발생할 기후위기의 미래에 비춰 볼 때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기대할 게 없다는 얘기다. 이어 “신재생에너지를 확산해 탄소중립을 이루려면 전력계통에 대한 투자가 필수적인데 원전에 대한 비용지출을 늘리면 필연적으로 전력계통 확대가 늦춰져 신재생에너지 발전과 탄소중립도 지연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외부적 요인으로 급작스러운 후퇴가 일어나진 않을 것으로 봤다. 김 연구기획위원은 “문재인 정부가 정한 NDC 계획은 국제사회에 보고돼 되돌리기 어렵고, 탄소중립 정책 시나리오도 민간 대기업과의 교감 아래 만들어진 계획이라 수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낙관적으로 보면 기업도 RE100 같은 자발적 대응을 해야 생존할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극적으로 퇴보하지는 않을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