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 소속 비정규 노동자들이 2020년 12월10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서울 구의역을 출발해 닷새 동안 국회까지 가는 오체투지 행진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중대재해를 일으킨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기소하는 권한을 가진 대검찰청이 최근 벌칙해설서를 마련해 일선 검찰청에 배포했다. 도급인·사업주·경영책임자 등 중대재해를 일으킬 경우 처벌하는 대상과 법으로 보호할 대상·적용범위를 검찰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매일노동뉴스가 검찰의 ‘중대재해처벌법 벌칙해설서’를 입수해 분석하고 그 내용을 네 차례에 걸쳐 싣는다.<편집자>

① 중대재해 처벌 대상 도급인? ‘실질적 지배’가 가른다
② 업무 지시했다면 ‘기업 총수’도 공범으로 처벌 가능
③ 특수고용·무급 노동자, 중대재해법이 보호하는 종사자
④ 사망·부상시 중대재해 적용기준

검찰이 급여를 받지 않는 노동자라도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로 보호하는 종사자에 해당할 수 있다고 유권해석했다. 고용노동부 중대재해처벌 해설서에는 포함되지 않은 내용으로, 검찰이 사실상 대가성 기준을 처음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가족이 운영하는 사업체에서 임금을 받지 않고 일하거나 무급인턴을 하는 등 다른 형태의 대가를 받는다면 보호 대상에 포함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현장실습생은 원칙적으로 실습 자체를 노무의 대가로 단정하기 어렵다면서도 근로관계의 실질적인 내용을 검토해 법을 적용해야 할 것이라고 봤다.

검찰 “반드시 금전적 대가 필요 없어”
무급가족종사자·무급인턴 해당 가능성

올해 1월 일선 검찰청에 배포한 대검찰청의 ‘중대재해처벌법 벌칙해설서’에는 이 같은 내용이 담겼다. 보호 대상을 정의한 조항은 중대재해처벌법 2조7호에 규정돼 있다. 종사자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도급·용역·위탁 등 계약의 형식과 관계없이 사업 수행을 위해 대가를 목적으로 노무를 제공하는 자 △여러 차례의 도급이 이뤄진 경우에는 각 단계의 수급인과 관계가 있는 자로 나눴다.

검찰은 먼저 노무 제공의 대가성에 ‘금전’만 포함되는 것은 아니라고 명시했다. 문언상 ‘대가를 목적으로 노무를 제공하는 자’라고 정하고 있을 뿐 임금으로만 제한하지 않는다는 점을 근거로 삼았다. 또 취업 기회를 제공하는 등 무형의 대가를 받기 위해 노무를 제공하는 상황도 생길 수 있다고 예상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근로조건의 규율을 직접적인 목적으로 하는 근로기준법과 다르다는 취지다. 검찰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종사자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함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노무 제공의 대가가 반드시 금전적 대가일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권오성 성신여대 교수(법학)가 <중대재해처벌법의 체계>에서 설명한 내용으로 논리를 보강했다. 권 교수는 책에서 “무급가족종사자나 무급인턴도 비금전적인 무형의 대가를 목적으로 노무를 제공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노무의 대가에 ‘유상성’을 엄격히 요구할 필요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특수고용직·하청노동자와 사업주도 적용

아울러 검찰은 ‘특수고용직’도 보호 대상으로 분류했다. 법률에 특수고용직의 개념이 별도로 명시돼 있지 않아 하나의 사업에 노무를 제공하고, 타인을 사용하지 않도록 제한한 산업안전보건법과의 차이점이라고 분석했다. 검찰은 “중대재해처벌법상 종사자 개념은 산업안전보건법상 특수형태근로종사자보다 더 넓은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적용되면 학습지 교사·택배기사·대리운전기사·골프장 캐디·보험설계사 등 특수고용 노동자들도 보호받을 가능성이 크다. 법률의 보호 대상을 ‘실질적 고용관계’로 봐야 한다는 취지다.

검찰은 그 근거로 전부개정 전 산업안전보건법의 종사자를 해석한 대법원 판례를 들었다. 대법원은 2010년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의무 위반죄는 사업주와 근로자 사이에 실질적인 고용관계가 있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직종과 무관하게 다수 사업에 노무를 제공하거나 타인을 사용하더라도 대가를 받기 위해 일했다면 중대재해처벌법의 종사자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다만 5명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특수고용직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 역시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에서 예외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나아가 하청 사업주도 종사자에 포함될 수 있다고 봤다. 검찰은 “각 단계의 수급인 자신도 원사업주의 종사자에 해당하게 되고, 개인사업자인 수급인이 원사업주를 위해 노무를 제공하는 경우 적용된다”고 해설했다. 다만 다단계 도급이 이뤄졌을 때 도급인 사업주의 사업을 수행해야만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파견근로자 해당” 노동부와 배치
외국 소재 사업장 사고도 엇갈린 판단

하지만 중대재해의 보호 대상 포함 여부를 두고 노동부와 엇갈린 해석을 내놓은 직군도 있다. ‘파견근로자’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노동부는 파견근로자를 적용 대상으로 봤지만, 검찰은 상시근로자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파견근로자를 상시근로자에서 제외한 근로기준법 시행령을 기준으로 삼았다. 또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에는 파견근로자를 사용한 사업주를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로만 정할 뿐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한 규정이 없으므로 법률을 확대해 해석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봤다.

검찰 해석대로라면 상시근로자 5명 이상 사업장의 기간제·무기계약직·일용직 노동자는 중대재해 발생시 보호받지만, 파견근로자는 제외된다. 파견업체 소속 청소·경비노동자들이 이에 해당한다. 이를테면 50명이 일하는 기업이더라도 파견근로자가 여러 명 있다면 사업주는 법망을 빠져나갈 여지가 생긴다.

검찰 해석은 중대재해처벌법에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관리체제 구축 의무가 포함된다는 노동부의 견해와도 배치된다. 다만 검찰은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저술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이론과 실무>를 인용하며 파견근로자를 산입하는 특례규정의 입법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내기업이 진출한 국외 사업장에서 발생한 중대재해를 두고도 해석이 엇갈린다. 노동부는 해외법인은 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해석했지만, 검찰은 해당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국내 법인 소속 근로자가 출장·파견을 통해 업무를 수행하고 있고, 우리나라 법인이 사업장을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를 했다면 법 적용 대상이라는 취지다. 다만 국내 법인이 출자만 한 경우면 해당하지 않는다고 유권해석했다. 이에 따라 실질적인 지배·운영이 국외 사업장에서 발생한 사고의 기소 여부를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장실습생 적용, 사용종속관계가 가를 듯

‘직업계고 현장실습생’의 적용 여부도 논란거리 중 하나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의 대가를 받는지를 따져야 하기 때문이다. 검찰은 현장실습생은 원칙적으로 적용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노무의 대가를 분명하게 약정하는 계약이 없다면 현장실습 자체를 노무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사용종속관계 또는 취업기회 등 대가성 등을 고려해 법 적용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여지를 남겼다. 대법원 판례도 고려했다. 대법원은 계약 내용, 작업의 성질과 내용 등 사용종속관계가 인정된다면 현장실습생도 근기법상 근로자라고 판시했다. 예를 들어 지난해 10월 여수 요트선착장에서 잠수작업을 하다가 숨진 고 홍정운군 사고와 유사한 사건이 발생하면 중대재해로 처벌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 밖에 ‘사무직 근로자’도 넘어짐·감전·과로사 등 중대재해가 발생할 수 있어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을 받는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다만 ‘사무직에 종사하는 근로자만 사용하는 사업장’은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안전보건 조치의무를 면제하고 있어 이 부분은 중대재해처벌법에도 적용되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예컨대 공사현장과 떨어진 사무실에서 일하는 서무·인사·경리 직원들은 보호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